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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상지 Mar 02. 2025

03. 책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잘난 체하지 마세요

딸이 왔다.

나를 꼭 안아주더니 얼굴을 보며 묻는다.

"엄마 어디 아파? 얼굴이 왜 그래?"

"아니 안 아파. 뭐가 이상해?"

”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 했어? 엄마 얼굴 보고 또 어디 아픈가 걱정했잖아. 집에서도 좀 가꾸고 있으라니까? 엄마 피부에 그렇게 자신만만해?”

투덜거리며 가지고 온 가방 속에서 마스크 팩 두 박스를 꺼내준다.


딸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그냥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발랐을 뿐이다. 피부가 하얗고 입술 색이 옅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안 하면 창백하다거나 아프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집 밖에 나갈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안 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꼭 바른다.

피부가 하얗고 투명해 핑크빛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잘 어울린다며 친구들은 부러워한다. 하지만 피부가 너무 하얗다 보니 자랄 때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 때는 ‘그 하얀 애’로 불리며 불치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춘기 친구들은 하얀 얼굴의 소녀가 백혈병에 걸려 죽는 하이틴 로맨스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마침 그 무렵엔 이승연, 이덕화, 전영록, 임예진이 출연하는 하이틴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80년대 초, 독재정권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하는 여학생이 많지 않았다. 아마 지방대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큰딸이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예쁘게 할 줄도 몰랐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품도 없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신 책을 택했다.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금서였던 책들을 복사해 돌려가며 몰래 읽었다. 캠퍼스에는 짭새들 (비밀경찰)이 쫙 깔려있어서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불시에 가방 수색을 해서 불온서적이 나오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입생 환영회나 엠티 같은 공식적인 행사는 아무것도 못 했다. 우리는 한껏 움츠린 상태에서 대학 생활을 해야만 했다.


<역사란 무엇인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우리들의 하느님, <전환시대의 논리, <타는 목마름으로,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자유로부터의 도피, <어머니 등.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알 수 없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찼다. 읽고 나서는 친구들과 주위를 살펴가며 가만가만 작은 목소리로 의견도 나누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품도 샀다. 마사지도 받았다. ‘백옥생’이라는 한방 카지노 게임 사이트품을 사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마사지를 무료로 해주었다. 매주 토요일 퇴근하고 나면 마사지숍에 가서 얼굴 마사지를 받았다. 그때 마사지사 언니가 말했다.

“주위에서 피부 좋다는 말 많이 들었죠? 앞으로 꾸준히 마사지받고 관리하세요. 정말 부럽네요”

하지만 얼굴 마사지는 내 결혼식 전날 밤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심지어 몇 년 전, 딸들 결혼식 때 무료로 해주겠다는 마사지도 바쁘다는 핑계로 받지 않았다.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건 나도 안다. 주위에서 꾸준히 관리하신 분의 피부는 80살이 가까워도 깨끗하고 탱탱한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피부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없다. 오직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 좋아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내 얼굴에 생기를 주는 필수품이다. 그런 나를 보고 패션 회사에 근무하는 멋쟁이 딸이 직설을 날렸다.

“엄마, 피부 좋다고 잘난 체하지 마세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폭삭 늙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딸은 나에게 게으르다 했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결국 이 말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딸은 어이없다는 듯말했다.

“여자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걸 오로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자기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야.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다른 모든 일에도 당당하다고.요즘엔 남자들도 다양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해? 그것도 오직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지만, 딸의 말도 맞는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딸의 논리에 설득당해 갈 무렵 나는 변명하듯 작은 목소리로 얼버무렸다.

“요란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하거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데 너무 긴 시간을 낭비하니까 그렇지. 그 시간에 책을 한 장이라도 더 읽는 게 낫지 않을까?”

딸은 나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래? 그럼, 엄마는 책을 왜 읽는데? 책을 읽고 나서 아는 체하고 잘난 체하려고 읽는 거야?”

“그건 아니지.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지.”

“이제 알겠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나 독서나 마찬가지야. 자기 만족감이라고.”

논리적으로 따박따박 따지는 데는 두 손 들고 말았다. 그리고 융통성 없는 편협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잘 못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바른다. 차 안에도, 핸드백에도 항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지워지면 나는 바로 창백한 환자가 되고 만다.


“엄마 색깔이 너무 진한 것 아니야? 한 톤만 연한 걸로 사 갈까?”

“아니 안돼. 그냥 내가 보내준 색으로 사다 줘.”

프랑스로 출장을 떠나는 딸이 공항 면세점에서 전화했다. 내가 쓰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사진 찍어 보내주며 똑같은 색으로 사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출장을 다녀온 딸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함께 향수까지 내민다.

“이제 엄마 아빠도 나이가 있으니 특히 냄새에 신경 써야 해. 아무리 치장을 잘해도 노인 냄새가 나면 안 돼.”

귀찮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품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나를 당당하게 가꿔주는 건 책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책은 나의 내면을 채워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외모에 생기를 준다. 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빨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오늘 하루를 시작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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