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라드의 시작, 유재하(1)
2024년 11월, 놀라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37년 전,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한 가수의 신곡이 발표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로 지금까지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운의 싱어 송 라이터 유재하. 첫 앨범을 내고 불과 3개월이 못되어 세상을 떠난 까닭에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음반에 실려 있는 오직 8곡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노래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노래 제목은 ‘별 같은 그대 눈빛’. 이 곡은 유카지노 게임가 유명해지기 전인 1982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캠퍼스 싱어’로 초대되어 라이브로 부른 곡이다. 밴드 레모네이드의 키보디스트 한석우가 만든 곡이었는데, 유카지노 게임의 오랜 친구이자 밴드 레모네이드의 멤버였던 유혁은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유카지노 게임의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다. 5년 후 유카지노 게임는 세상을 떠났고 이 녹음본은 까마득히 잊혀졌지만 음악계를 떠나 마케팅 데이터 전문가로 살아가고 있던 유혁은 2023년 어느 날, 이 테이프의 존재를 기억해 냈고 긴 세월 눈부시게 발전한 기술력으로 유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한다. 유혁은 이 유카지노 게임의 목소리에 자신의 기타 반주를 넣어 이 노래를 부른 지 무려 42년 만인 2024년 11월 7일, 유카지노 게임의 신곡 ‘별 같은 그대 눈빛’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PThzqz7k
유카지노 게임가 우리 곁을 떠난 지 37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TV 출연 한 번을 제외하고는 노래 부르는 영상조차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가 남긴 한 개의 음반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가 떠나고 아주 오랫동안 그의 노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고백이 되었으며 많은 동료들은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며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가객(歌客) 김현식은 유카지노 게임가 떠난 후 상심에 빠져 있다가 그가 사고를 당한 1987년 11월 1일로부터 꼭 3년 후인 1990년 11월 1일, 32살의 나이로 유카지노 게임의 뒤를 따랐고 이렇게 11월 1일은 우리나라 가요계의 가장 슬픈 날이 되었다.
유재하는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집안은 꽤 부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고 특히 작곡능력이 뛰어났는데 대중음악을 만드는 것을 싫어했던 아버지 때문에 실용음악과를 가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한양대 작곡과에 입학하여 클래식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늘 대중음악에 있었다. 그는 작곡이나 편곡 외에도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기타, 키보드 등 여러 악기의 연주에 능통했고 전공하던 클래식과 재즈를 대중가요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대중음악을 향한 그의 사랑은 결국 당대 최고의 밴드였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디스트가 되면서 분출되기 시작한다. 유재하는 밴드 입단 당시 아직 한양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그 시절엔 순수음악 전공 학생이 가요계와 연결되면 바로 퇴학을 당했던 까닭에 방송이나 신문기자들의 카메라에 절대 잡히지 않는 조건으로 밴드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던 조용필이었기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해외공연이 많았고 일본 공연 동행에 필요한 학교의 허가를 받지 못한 유재하는 결국 불과 2개월 만에 밴드에서 탈퇴한다. 하지만 이때의 인연 덕분에 훗날 본인의 대표곡이자 한국 발라드의 정석이 되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조용필 7집에 실리며 조용필의 목소리로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활동을 중단하면서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한 유재하는 군복무를 마친 1986년,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키보디스트로 입단하면서 김현식과 김종진, 전태관, 장기호, 유재하라는 전설의 멤버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봄 여름 가을 겨울’ 멤버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3집을 준비 중이던 김현식이 멤버들에게 곡을 써오라고 했는데 유재하는 그때까지 자신이 썼던 10여 곡을 모두 가져왔고 김현식이 형평을 맞추기 위해 멤버당 한 곡씩만 넣는다고 하자, 유재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나갔다고 밝혔다. 이때 김현식이 받은 곡은 나중에 유카지노 게임의 1집에도 수록되었던 명곡 ‘가리워진 길’이었다.
유카지노 게임가 밴드에서 나간 뒤에도 김현식과 유카지노 게임는 친한 선후배로 지냈다. 유카지노 게임가 나간 뒤 발매된 <김현식 3집을전해줄 때도 김현식은 '사랑하는 동생이자 배신자 친구 재하에게'라고 써서 주었다고 한다. 유재하가 나간 자리에 대신 들어온 키보디스트 박성식은 ‘비처럼 음악처럼’을 김현식에게 주었고 이 노래는 <김현식 3집을 대표하는 메가 히트곡이 되었다. 유재하가 팀을 탈퇴하지 않았더라면 ‘비처럼 음악처럼’은 김현식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었을 것이고 훗날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위대한 음반 중의 하나로 꼽히는 <유재하 1집 역시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이 두 명의 천재는 3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11월 1일, 같은 날에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되는데 그러고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당시 김현식과 유재하의 만남과 헤어짐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egG8WySo4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