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7시간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정리

딸기 맛과 초코 맛이 섞인 초콜릿이 억수로 달다

자려고 누우면 이상하게 별의별 소리가 잘 들린다. 남편의 숨소리, 옆집에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 심지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리까지 들린다. 아프다는 걸 알기 전에는 들리지도 않았던 소리가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내 몸 어딘가가 망가지는 대신에 청각은 예민해지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수면제를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날들이다. 잠깐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겨우 5분 정도가 지나가있다. 눈을 감아버리면 다시 못 뜰 것 같은 불안감이 있는 것일까.


내일 아침에 아이들에게 뭘 해주기로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에 내일 아침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잠을 잘 못 자서인지 드문드문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들이 있다. 지난주에도 몇 번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아침 메뉴를 정했는데, 다음날이 되자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다른 메뉴를 아침으로 내어줬다. 아침에 애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겨우 기억이 나곤 했다. 애들이 먹고 싶다고 했던 걸 해주고 싶은데, 오늘도 생각이 안 난다.


아침이라 간단한 메뉴였을텐데, 왜 기억이 안 나지. 벌떡 일어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앞에 섰다.


뭐였더라 한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구석에 있는 깻잎장아찌가 보였다. 남편이 안 먹을 거 같으니 버리자고 했던 건데, 내가 언제 먹을지 모르니 버리기 싫다고 했다. 그러자 문득 어디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엄마가 담가주었던 김치를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버리지를못하고 결국에는 냉동실에 몇 년째 가지고 있다는.


혹시라도 내가 수술 후 일어나지 못하면 이 깻잎장아찌가 우리 집 냉동실에서 평생 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버려야겠다. 또 그 위칸에 있던 갓김치도 버리고, 곱창김도 버리고, 북어포도 버리고, 무 몇 조각 남아있던 통도 비우고, 어머니 제사상 탕국에 쓰고 남은 새우, 홍합도 버렸다. 남편은 나처럼 육수를 내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 요즘 세대는 코인 육수를 쓴다며 으스대는 사람이라 이것들은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이것저것 버리다 보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정리를 시작했다.


시간이 새벽 세시를 넘어간다. 혹시라도 아랫집이나 윗집에 나처럼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있을까 봐 그만할까 하다가 냉동실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언니들의 마음이 놓여 있었다. 배고플 때 데워먹으라고 준 약밥, 몸에 좋다며 가져다준 쑥떡, 요리하기 편하라고 지퍼팩에 넓게 펴서 선을 그어준 다진 마늘, 건강하게 먹으라며 가져다준 생강가루와 표고버섯, 우리 딸이 좋아한다고 나눠준 굴비, 놀러 가서 보니 맛있더라고 사다 준 새우젓, 고춧가루까지. 뭐가 이리 마음이 많은지. 한참을 들여다보다 보니 문이 너무 오래 열려있었다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소리를 낸다. 얼른 문을 닫는다.


언젠가 남편이 뭘 잘 못 버리는 게 내 단점이라더니, 장점도 함부로 못 버리는 거라고 한 적이 있다. 7년이 넘는 연애 기간 동안, 몇 번의 이별 위기를 극복한 것도 다 내 장점이자 단점인 성격 때문이라며. 갑자기 이렇게 못 버리고 온 것들 때문에 이승을 못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가득 담아둔 언니들의 마음만 갖고 다 버리기로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비우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냉동실 한 칸을 다 비워나갈 때쯤, 은박지에 돌돌 말린 초콜릿 덩어리가 보인다. 우리 아들이 만든 초콜릿이다. 도대체 냉동실에 얼마나 있었을까.


초콜릿을 쭈욱 짜서 막대 과자를 꽂고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먹는 초콜릿이다. 동생이 다 먹어버릴까 봐 만들자마자 은박지에 몇 개 넣어서 엄마 꺼라고 줬던 초콜릿이다. 이 집에 이사를 와서 만들었으니까, 아마 2년은 더 된 거 아닐까. 버리고 싶지가 않다. 내 입에 넣는다. 딸기 맛과 초코 맛이 섞인 초콜릿이 억수로 달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다 비운 탓에 다음날 아침 식탁에는 시리얼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걸 보니 어젯밤에 약속한 메뉴가 아닌가 보다. 지난 새벽에 다 정리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나도 내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수술대에 오르고 싶다. 또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나를 아는 이들의 기억 속에도 나의 모습이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