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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Apr 03. 2025

#39. 참치샌드위치와 카지노 쿠폰 그림책이면 만고땡이지.

카지노 쿠폰



하루에 아이가 낮잠을 자는 횟수는 총 2번.

2~2:30분 남짓, 단잠을 자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나는 이세계를 여행한다.

참치 샌드위치와 그림책과 함께.






#1.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그림책 읽기".

남편의 지인 찬스를 통해 데리고 온 책들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재미 삼아 한두 권씩 읽어주기 시작했던 것이 벌써 전집 한 바퀴를 돌았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읽기 바빴던 아이는 어느새 책을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기까지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아이 옆에서 그림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했다. 아니, 고백하자면 아이보다 내가 더 그 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책육아한다는 핑계 삼아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카페나 블로그에서 '그림책리뷰 찾아 삼만리'를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유형별 다양한 장르를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개중 내가 꽂힌 것은 카지노 쿠폰들이 나오는 책이다.

여름철 대로변에 대자로 깔려 죽은 매미만 봐도 질겁을 하며 다니지를 못할 정도인데(덕분에 여름철 내내 남편은 지뢰수색대처럼 먼저 길을 향하곤 한다) 카지노 쿠폰책으로 힐링을 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지만 한번 꽂힌 것은 질릴 때까지 죽어라 파는 이상한 성격 탓에 아마도 한동안은 카지노 쿠폰책만 섭렵하고 다닐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지노 쿠폰 그림책을 고르기 위한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 첫째, 카지노 쿠폰과 관련한 정보들이 수록된 도감 느낌의 책은 탈락

- 둘째, 카지노 쿠폰 세밀화는 탈락(얼빡샷, 아이컨택샷, 정면응시샷 다 탈락…)


세밀화나 사진들이 들어가 있는 카지노 쿠폰책들은 어쩐지 부담스럽다. 무서운 그림(카지노 쿠폰을 잡아먹거나 카지노 쿠폰이 확대된 그림 등)에 그렇지 않은 귀여운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진다.

카지노 쿠폰 관련 정보들도 마찬가지이다. 도감책은 친절하다 보니 설명글 옆에는 늘 관련 사진이 풀샷으로 자리한다.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자료의 정확성, 신뢰성 등을 누차 강조했지만 이때만큼은 흐린 눈을 하고 싶다.

(물방개가 올챙이를 잡아먹는 등의 사진은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정리하면, 귀여운 그림의 카지노 쿠폰들과 지독히도 순수한 서사가 등장해야 한다. 순수한 서사라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운동회, 올림픽, 마을 축제, 친구들과 떠나는 모험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소거법을 자잘하게 활용하여 얻게 된 보물 같은 카지노 쿠폰 그림책들은 아이의 책꽂이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게 되었고, 시간 날 때마다 보는 중이다.

특히 한라경(곤충호텔), 매미씨, 드디어 오늘밤입니다(구도 노리코), 카지노 쿠폰들의 운동회&곤충들의 축제(도쿠다 유키히사), 엄마, 개미들이 뭘 하는지 알아요?(마쉰 브릭크즈니스키) 등은 열 번도 넘게 읽은 것 같다.



카지노 쿠폰육아를 하머 알게 된 최애 책들.




#2.

취향이 생기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아이를 재우고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참치 샌드위치와 따뜻한 헤이즐넛 커피, 카지노 쿠폰 그림책으로 잠깐의 모험을 떠난다.


카지노 쿠폰들이 운동회를 열면 옆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축제를 하면 잎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함께 축제를 즐기러 다닌다. 질색팔색 싫어하던 매미도 땅 속에 있다가 처음 세상을 보러 나오는 날, 축하를 해주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다.


실상 잡아먹고 먹히는 카지노 쿠폰들의 세계이지만 그림책 안에서는 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 묘한 관계 속에서 나는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그 작디작은 것들이 고군분투하며 바삐 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삶을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야지 싶다.


카지노 쿠폰개미 일하는 것만 봐도 재미있는 요즘(찬조출현한 아이의 손)



그림책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이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사는 것이 도장 깨기처럼 변하다 보니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것을 찾거나 반대로 집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은유와 상징이 들어가다 보니 글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미를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거두절미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때로는 글보다 그림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는 것이겠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이 특별해지는 시간.

당장 집에서 벌레가 나온다면 질겁을 할 테지만 카지노 쿠폰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일상을 통해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 시간이 채 안 되지만 어느덧 나에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들의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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