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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숙 Jan 09. 2025

카지노 게임

<책과 꽃 카지노 게임가 있는 풍경을 마치며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라는 단어를 적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작년 7월,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스토리였다. 들어와서 살펴보니 꽤 괜찮은 시스템이었다.


무엇보다 날짜를 정해놓고 글을 쓰니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고 나 외에 다른 사람이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 혼자 쓰고 읽는 글보다는 정성이 더해졌다.

얼떨결에 책 제목을 정한 후 프롤로그를 쓰고 1주일에 한 편씩 글을 발간했다. 글 쓰는 일이라면 어지간히 내공이 있는지라 쉽게 생각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돌밥(돌아 서면 다음 끼니 준비)이라더니, 그야말로 돌글(돌아서면 글)이었다.


어떤 날은 발행일에 맞추어 일주일 내내 자료를 찾고 읽고 정리하느라 동동거리기도 했다. 분량이 많은 탓이었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고,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때로는 아깝지만 다 쓴 글을 뭉텅 잘라버리기도 했다.


다행히 글쟁이에게는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글이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저절로 써지는 신통방통한 능력이 있기에 글은 꾸역꾸역 완성되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카지노 게임’를 쓰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글은 진즉부터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처음 프롤로그에 언급했던 것은 분명 <책과 꽃, 그리고 카지노 게임가 어우러진 풍경이었는데 쓰다 보니 슬그머니 꽃이 사라진 것이다.


또 내가 생각해도 이 책이 어디에 속하는지 주소지가 애매했다.


인문서도 아니고, 작가와 책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전히 카지노 게임 글도 아니고, 어떻게든 테마 안에 욱여넣으려 해도 ‘이건 아니야, 번지수가 틀렸어’라는 도리질만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첫 화 ‘헤밍웨이를 찾아 키웨스트를 가다’라는 글에는 스페니시 모스(일명 거지나무)가 있었다. 분명히 책, 꽃, 카지노 게임가 있는 완벽한 글이었다. 그런데 4화 5화를 지나면서 슬그머니 꽃이 빠져버렸다.


글이 작가를 소개하고 책에 치중하느라 평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아니 사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데만 급급해서 여유를 잃었다고 하는 편이 맞는 표현이겠다.


편집자로서 이런 원고를 받았다면 “작가님, 회차당 빠져 있는 꽃을 모두 넣어주세요.”라고 분명히 요구할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어디서부터 손질해야 할까? 고뇌에 빠졌다. 어떻게든 소생시켜야 책으로 내든, 묶어서 개인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든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이미 ‘다 썼다’라는 생각에 원고를 들여다보기가 싫다는 점이었다. 원래 글이라는 게 그렇다. 쓸 때는 애면글면하지만, 막상 끝난 후에는 쳐다보기도 싫은 법이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가까이 있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오히려 방법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시간을 두고 원고를 소생시킬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다.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일단 ‘끝났다’라는 생각에 시원 섭섭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글은 국내를 무대로 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처럼 읽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분량은 고쳐나갈 것이다.


매회 눈치 없이 쓴 긴 글을 읽어 주시고, 애정 어린 댓글을 달아 격려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실 브런치 스토리는 소통하는 글이어서 더 신나게 썼던 것 같다. 또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클릭하여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2025년 1월 9일 김인숙



**덧붙이는 글

<책과 꽃 카지노 게임가 어우러진 풍경은 <책과 카지노 게임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제목을 바꾸어 빠르면 6월, 늦어도 가을 전에 책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새롭게 시작되는 <책과 카지노 게임, 삶을 만나다연재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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