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지난 주말, 쇼핑몰에 다녀왔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 매장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위아래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무심코 걷다가 문득 멈춰 섰다. 어디선가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때 이곳은 내 포토스팟 중 하나였다. 카메라를 메고 다니던 시절, 나는자주 이곳에 서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제게 좋은 피사체가 되어주었으니까.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중의 흐름 속에서, 저는 삶의 단면들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위로, 누군가는 아래로. 어떤 이는 가족과, 또 어떤 이는 혼자. 웃으며 통화하는 사람,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사람, 눈을 반쯤 감고 멍하니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인생 같다.
같은 건물 안,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저마다 향하는 곳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오르고, 누구는 잠시 멈춰 서 있고, 또 누구는 내려간다. 목적지도, 속도도, 이유도 다르다.
잠시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나도 내 길을 걷고 있음을 떠올렸다. 꼭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누군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저도 올라가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떤 날은 잠시 머무는 것도 괜찮고, 어떤 날은 뒷걸음질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그 스침 속에서 누군가는 방황하고, 누군가는 확신을 품고 있겠지.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속도가 조금 느려도 괜찮다. 잠시 멈춰 서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있는 거니까.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간다. 조금 더디더라도, 나만의 보폭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러분들도,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잘 걷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