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지성의 생각 Oct 15. 2024

7 - 모두가 떠났지만,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동면이인을 찾아서


돈나무숲속의왕자 : 그래서, 지금 그 사람 비즈니스는 군 경력이랑은 무슨 상관이라는데?

풋살여제정희 : 그러니까 ㅋㅋㅋ

진기명기 : 흠,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교였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오퍼레이터의 관점에서 개체들을 통제하는 일에는 능숙할 수도 있겠네요.

풋살여제정희 : 오오, 오퍼뤠이럴~~ 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아, ㅎㅎ 장교시래? 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아, 지금은 아니랬지 ㅋㅋㅋㅋ


내 예상대로 자현이 지금은 휴머노이드를 이용한 소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때는 미군에 몸담고 있었다는 것 같다-나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임관했지만, 조직에 실망했다고 했던가-.


돈나무숲속의왕자 : 하... 나 군 생활 때, 소대장 생각나네 ㅋ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육군이래?

진기명기 : 해군이라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얘기 못 한다나 봐요 ㅋㅋㅋ

진기명기 : 그나저나 사고 회전이 좀 신기한 사람이기는 해요

돈나무숲속의왕자 : 뭐가 ㅋㅋㅋ

진기명기 : 전역하자마자 퇴직금 다 때려 부어서 휴머노이드 여러 대 구매한 다음 대여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인 사고로는 좀 어렵지 않나요? 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돈 냄새 좀 맡을 줄 아는 놈이네 ㅋㅋㅋㅋ

진기명기 : 그러니까요 ㅋ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한화로 3,000만 원이면, 엄청 비싼 건 아니지만 기본소득으로만 생활하는 사람들한테는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 ㅋㅋㅋ 머리 잘 썼네 ㅋㅋ


돈도 돈이었지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기민한 자기 혁신이었다. 전역 후 그는 일거리를 찾고 있었지만, 때마침 휴머노이드가 시장에 풀리는 바람에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있었다. 다행히 주state에서 발 빠르게 소득 정책을 시험했던 덕에 걱정을 한결 덜어낸 그였지만, 거기서 안주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퇴직금을 털어 구매한 로봇들을 이웃들에게 유상으로 빌려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응이 좋자, 그는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길호의 말처럼, 로봇을 직접 구매하기에는 유인이 부족한 소비자들도 아이나, 노인,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등 부득이하게 집을 비워야 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자현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는 이외에도 더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데, 이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진기명기 : 게다가 왜 군대에서 간부들이 병사들 상담 같은 거도 하잖아요

돈나무숲속의왕자 : 맞지

진기명기 : 이 사람이 진짜 영리한 게

진기명기 : 미군도 우리나라처럼 면담이 심한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짬바 살려서, ‘대화 상품’도 구독제로 팔더라구요 ㅋ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오오오, 휴머노이드끼리 연결해서 원격으로 대화해 주는 건가 ㄷㄷ

진기명기 : 네네, 그런 느낌으로다가….

돈나무숲속의왕자 : 개똑똑한데 ㅋㅋㅋ

풋살여제정희 : 오오 ㅋㅋㅋ 대박


그가 대화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 계기는 A/S 때문이었다. 고객들은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 자현을 통해야 했는데-그 로봇을 직접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때 자현의 대화 능력이 빛을 발한 모양이었다. 고객들은 그의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에 매료되었는데, 장기 렌털 고객들 중 일부는, 고장 없이도 자현과의 대화를 위해 A/S를 문의했다고 한다. 주된 고객층이 ‘이웃’들이었기에 그도 이런 고의적인 문의는 대처하기 난감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떠올렸다. 아예 돈을 받고 대화를 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예약된 시간 동안 대화를 해주는 구독형 서비스였다. 초창기에 그는 쉴 틈 없이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 문제마저도 해결해 버렸다. 바로 A.X.A의 프로파일러 기능을 활용한 것이었다.


SNS A.X.A의 AI는 ‘프로파일러’라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사용자의 역사와 사고를 학습해, 그 사람의 SNS 프로필을 형성하고, 게시글에 반영될 ‘이미지’-타인의 관점에서 본-즉,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관리해 주는 기능이었다.


그는 ‘A.X.A 사’의 오픈소스 모델-SNS에 연결된 AI의 축소된 버전-을 활용해 자신의 사고방식과 목소리, 대화하는 방식 등을 학습시켰다. 그리고 이 학습된 ‘허자현’의 인격을 통해 동시에 여러 고객을 상대로 ‘대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적용력이라고 생각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놈’이었다.


진기명기 : 그렇다니까요 ㅋㅋㅋ 아,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진기명기 : 만나러 가는 건 좀 오바겠죠?

돈나무숲속의왕자 : 흠... 기성이 돈 많아? ㅋㅋㅋ

진기명기 : ㅋㅋㅋ 저 사서잖아요 형;

풋살여제정희 : ㅋㅋㅋㅋ 진짜로 가면 대박


한동안 [ 동면이인 조사계획 ]의 채팅은 이렇듯 ‘허자현’ 이야기로 뜨거웠다. 적어도 나만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정희가 보낸 다음 발언으로 덕분에 이 뜨거운 ‘온도’가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풋살여제정희 : 근데요.. 제가 할 말이 있는데... ㅎㅎ

돈나무숲속의왕자 : ??

진기명기 : 응응

풋살여제정희 : 그게...

돈나무숲속의왕자 : 설마...

풋살여제정희 : 제가 앞으로 모임에 참여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 ㅎㅎ ㅜㅠ

돈나무숲속의왕자 : 정희야 우리 좋았잖아 ㅜㅠㅜㅠㅜ

진기명기 : ????

풋살여제정희 : 으악 너무 싫어

풋살여제정희 : ㅋㅋㅋㅋ

진기명기 : 갑자기 왜...

진기명기 : 길호형이 치대서 그러는 거지...

풋살여제정희 : ㅋㅋㅋ 그런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흠... 함 모이자 ㅋㅋ 붙잡지는 않을게 ㅋㅋㅋ”

돈나무숲속의왕자 : 조만간 이 얘기 나올 줄은 알았어 ㅋㅋ

진기명기 : ...


카지노 게임 소희에게 ‘모임’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린 뒤,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카지노 게임사진: Unsplash의 Eiliv Aceron



“그래서…. 도플갱어 찾는 건 포기한다고?”


카지노 게임 정희에게 물었다.


정희는 삼겹살집을 모임 장소로 제안했다. 삼겹살과 소주야말로 ‘진솔한 대화의 필수 요소’라며 말이다.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길호는 묵묵히 정희와 내 대화를 경청했다. 채팅에서도 그는 이미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한 듯한 뉘앙스를 보였지. 그녀는 더 이상 도플갱어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 것일까?


“하긴…. 네 경우, 정말 도플갱어가 있다는 단서가 명확한 것도 아니니까.”


카지노 게임 우선 그녀를 이해해 주기로 했다. 정말 길호가 이 사태를 예상했다면, 그 예상은 타당했다. 사실 정희가 도플갱어에 대한 조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성과가 없지 않은가.


“물론, 저도 자현이라는 사람이 정말 오빠의 도플갱어인지 궁금하기는 해요.”


카지노 게임 계속 듣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계속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도플갱어를 찾는 것보다는 역시 제 삶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길호의 신호로 잔을 부딪쳤다. 정희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가득 찬 잔을 그 안에 힘차게 털어 넣었다.


“캬.”


길호와 나도 그녀를 따랐다.


“크.”


“캬.”


길호도 입을 열었다.


“도서관에서…. 카프카 얘기 때문이지?”


“맞아요!”


의아했다. 카지노 게임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해설 때, 도플갱어 얘기를 했던가요?”


카지노 게임 정희를 쳐다보며, 모두에게 질문했다.


“물론, 해설 때 도플갱어가 언급된 건 아니지만….”


그녀는 길호 앞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고, 내 술잔 위에 기울였다.


“그때, 그 해설은 뭔가 울림이 있는 해설이었어요.”


카지노 게임 그녀에게서 건네받은 병으로 그녀의 잔을 채우고, 길호의 잔도 채워 주었다.


“무슨 울림이었는데?”


정희는 몇 초 동안 검지로 턱을 누르며,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다시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대답했다.


“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은 내가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정희의 신호로 잔을 맞댔다.


“그래…. 그런 울림이었지.”


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는 동시에 잔을 비웠다.


“크.”


“캬.”


“퍄.”


카지노 게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카지노 게임 솔직히 잘 모르겠어.”


카지노 게임 계속 말하며, 길호가 내민 손에 술병을 건넸다.


“그 해설이 그렇게 특이했나? 나조차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나불댔을 뿐인 것 같았는데….”


두 사람은 그런 나를 보며 차례대로 말했다. 먼저 이야기한 것은 정희였다.


“저도 그 해설을 100% 다 이해했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오빠가 말했던 개미와 베짱이, 그리고 돈키호테와 잠자 이야기처럼, 세상은, 사람들은, 제가 가고 싶었던 길을 항상 응원해 주지 않았어요.”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이해는 해요. 재능 있는 친구들은 선수 생활도 하고, 나름 혜택도 있었던 것 같았지만…. 물론 그 친구들도 힘들었겠죠. 그런데 저는 재능이 없었으니까…. 축구할 정도의 체력은 죽어도 안 생길 것 같았거든요. 체력적으로 풋살은 저한테 딱 맞는 게임이었죠. 근데 풋살도 똑같더라구요. 다들 저보다는 잘했어요.”


정희가 말하는 동안 카지노 게임 길호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있는지 살폈다. 그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며, ‘과연, 그랬겠구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 격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침착하지도 않은 듯한 태도였다.


“그래서 포기할까 싶었는데…. 취미 정도로만 남을지언정, 공 없이는 못 살겠더라구요. 그래서 동네 구장들 찾아다니면서 풋살 동호회 활동만이라고 해야겠다 싶었죠.”


“힘들었겠네.”


카지노 게임 정희의 말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길호처럼 말이다. 그는 이 이야기를 이해하며 듣고 있을까. 아무튼 카지노 게임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 사이의 진솔한 대화에 성공적으로 숨어들어야 한다. 아니, 정희의 경우는 이제 그럴 필요도 없나.


“물론, 힘든 시기였지만, 더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어요.”


길호는 타이밍 좋게 정희와 내 술잔을 채워 주었다.


“동호회 활동으로 풋살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거든요. 여자가 풋살 한다니까 처음에는 신기해서라도 잘 끼워주기는 했죠. 근데 게임이 안 되니까, 저랑 할 때는 좀 봐주면서 했나 봐요.”


‘개미고, 베짱이고, 그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여자일 뿐이다.’


카지노 게임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 동네, 저 동네 옮겨 다니면서, 풋살 잘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교습을 받기 시작했어요. 필요하면 돈까지 내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 과정을 전부 기록하고, 촬영하면서 지내왔죠.”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혹시 고양이가 인간이 된 것인가?’


카지노 게임 들으면 들을수록 피어오르는 혐오감을 느꼈다. 카지노 게임 이쯤이다 싶어 길호가 채워 준 잔을 내밀며 건배의 신호를 보냈다.


“크….”


정희는 잔을 비우고, 조금 먹먹해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음엔 말 그대로 실력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었는데, 점점 제 기록이나 영상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행운이 시작된 거죠….”


‘거의 울 지경이구나. 그래서 도플갱어 얘기는 언제 하겠다는 걸까.’


“게다가 마침 저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경쟁력 있는 세상이 된 거죠. 저는 보상받은 것 같았어요. 노렸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고 지금의 저를 만든 거잖아요.”


‘길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사람은 그래도 도플갱어를 찾으려고 했던 사람이지.’


카지노 게임 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울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얼굴의 찌그러짐을 보고 카지노 게임 방금까지 먹었던 고기를 다 게워 낼 뻔했다.


“그러게, 정말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카지노 게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마치 진심인 양, 두 번이나 강조하며 지껄였다.


‘운 좋은 여자군. 이전 같았으면, 계속 베짱이 취급이나 당했을 텐데.’


그녀는 드디어 나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맺음말을 띄웠다. 드디어 이 고역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기성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녀도 나를 보며 웃었다.


“오빠의 해설은 지금의 내가 그저 천진한 사람, 단지 철없을 뿐인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는, 이면의 저를 이해하게 해 준 정말 좋은 해설이었어요.”


카지노 게임 하마터면 속으로 입 밖으로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 이 여자는 지금 내가 이 얘기를 어떻게 듣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여간, 카지노 게임 정말 기똥찬 ‘은신의 달인’이다.


“어떻게 그런 해설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아마 평소에도 많은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이 정도로 이해받는 경험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도플갱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 이런 성향 때문이겠죠?”


“음…. 그런지도 모르지….”


카지노 게임 최대한 새어 나오는 웃음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마치 과분한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자, 이제 다른 쪽도 들어볼까. 이제 길호가 말할 차례였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정희에 비하면 참 부끄럽네….”


정말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돈밖에 몰랐어…. 정희 너의 용기가 참 부럽다…. 카지노 게임 네가 정말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해.”


‘정말? 그냥 한 번 어떻게 해보고 싶은 거 아니고?’


카지노 게임 정희보다 이 남자가 훨씬 더 이상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희 쪽보다는 이 남자의 삶이 건실한 삶 아니었던가.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카지노 게임 방금 나온 새 술병을 열어 길호의 잔을 채웠다.


“푸후…, 그냥…. 멋있잖아. 누구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내 뜻 한 번 펼쳐 볼 용기조차 못 내고 살아왔는데….”


탁.


길호는 마치 옥새를 찍는 임금님처럼 손에 쥔 술잔으로 탁자를 찍어 누르며, 말했다.


“근데…. 너희를 만나고 생각을 고쳤다 이거지.”


점점 당돌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취기가 돌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정희도, 너도…. 진…짜 멋있더라!”


“저도요?”


카지노 게임 검지를 펴고 내 흉부를 향해 찌르듯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너도, 인마! 아니지, 특히 너 말이야, 인마!”


카지노 게임 이번에는 정희의 표정을 읽어보려 했다. 그녀는 웃고 있었는데, 카지노 게임 그 웃음이 ‘웃겨서’ 웃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뭔가 흐뭇하기라도 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걸 물어볼 기회는 아마 이제 없겠지.


“기성아, 카지노 게임, 삶에 대해서 너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원래 생각이라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 습관이란다.’


카지노 게임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희야, 나도… 너처럼 한 번 살아보련다! 사실 도플갱어가 뭐가 중요하냐. 안 그러냐?”


“….”


카지노 게임 일단 잠자코 들었다.


“나도 기성이 네 말을 듣고…. 정희처럼 살아보고 싶어 졌다는 거야. 그냥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보조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미 같은 근성으로, 베짱이처럼 무모하게! 나답게!”


나 자신으로 사는 인생의 발걸음을 성큼성큼 걸어가 보고 싶어 졌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자기 멋대로 살고 싶은 것일 뿐, 방식의 변화가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내 해설의 방점은 분명 ‘내가 아닌 존재가 되지 않는 것’에 있었다. 게다가 카지노 게임 사람들이 마땅히 살아야 할 에토스 따위는 조금도 담아내지 않았다. 그런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함유되어 있었다면, 분명 ‘할루시네이션’일 터였다. 왜냐하면 카지노 게임 그런 것은 전혀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내 허울 좋은 말을 듣고 변했다니…. 그것은 내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또 시작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딴 헛소리 좀 그만하라고 말이야. 다들 정신이 나간 것인가? 정희 너는 운이 좋았을 뿐이고, 길호 너는 운이 나빴을 뿐이다. 너희는 허자현 같은 난놈들과는 부류가 다르단 말이다.’


큰일이었다. 나도 슬슬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면 형도 도플갱어 찾는 거는 관두시는 거예요?”


카지노 게임 빨리 이 모임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엄…. 카지노 게임 이렇게 생각해. 우리가 ‘도플갱어’ 때문에 만나게 된 거지만…. 사실 저 사람은 나랑 얼굴만 똑같지,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물론 기성이 너야 진실을 파헤치는 구도자 스타일이니까 계속 허자현 씨를 파고들기야 하겠지만…. 카지노 게임 달라. 카지노 게임 사실 도플갱어를 찾는 일을 내 도피처로 삼고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이제 곧 끝나겠구만. 되도록 빨리 부탁한다. 슬슬 토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지 않냐. 허허. 카지노 게임 네가 허자현 씨의 정체를 꼭 밝혀낼 거라고 믿는다! 너, 그 사람 정체 알게 되면 꼭 우리한테 알려줘야 된다?”


카지노 게임 지금이야말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나답게살아요. 도플갱어의 정체를 알게 되면, 꼭 우리 대화방에 공유할게요.”


가게를 나선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서로를 향해 힘차게 손 흔들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카지노 게임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술과 음식을 쏟아내 버렸다.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해.’


그렇다면, 누가 나를 알고 있단 말인가. 사실 도플갱어는커녕 카지노 게임 내 정체조차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꼭 그걸 알아야만 하나? 애초에 라는 말 자체가 착시아닌가.


‘너희들에게는 너희가 일 테지. 나도 너희에게 너일 뿐이고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너희와 내가 대체 다른 게 무엇이냔 말이지. 너희는 너희가 아닌 무언가를 너희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왜 내가 너희처럼 되어야 하느냐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은 보통의 사람일 테니까. 꼭 무언가 되지 못하면, 살지 못할 것처럼 구는…. 나는 길호와 정희가 그저 보통의 사람에 불과했음을 깨닫자, 나도 그들과 대화하는 것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내 곁에 보통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카지노 게임사진: Unsplash의 Katie Azi



‘소희.’


카지노 게임 내 유일한 흥밋거리였던 그녀가 떠올랐다. 카지노 게임 다소 위태로울 만큼 비틀거리며, 소희가 기다리는 집으로 몸을 옮겼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소희는 이제 막 씻고 나온 듯 타월만 몸에 두른 채, 그 취약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술 냄새 때문인지, 몸에 뱄을 구토의 냄새 때문인지, 그녀는 손가락으로 집개를 만들어 코를 막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대충 신발을 현관 입구에 벗어던지고, 큰 걸음으로 접근해 입을 맞추며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악취로 인해 역겨웠을 터인데, 그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카지노 게임 내 밑에 깔린 그녀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녀와 눈에 비친 내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광인, 아니, 광견 한 마리가 비추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이놈’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눈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했다.


소희는 눈은 깊었다. 그 눈엔 담긴 괴인은 끝없이 멀어지는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내 시야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그 괴물이 그 깊은 어둠 속으로 영영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럴수록 카지노 게임 헤엄치듯 더욱 깊이 파고들며, 그놈에게 닿기 위해 몸부림쳤다.필사적인 몸부림 끝에카지노 게임 이 괴한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데 성공하고야 말았다.그러나 뒤집어 확인한 그 짐승의 얼굴을 카지노 게임 결국알아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카지노 게임 신원미상의 괴한에게 몸을 내어주고 있는 이 값싼 여자가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질투심이었을까, 복수심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카지노 게임 이 여자에게 ‘걸맞은 예우’를 해주고 싶었다.


“너도 결국 평범한 년이겠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딱하고 심심해?”


“네가 나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정, 그렇게 나를 바꾸고 싶다면, 차라리 나처럼 허자현이나 같이 찾아보자고!”


“그게 더 빠르지 않겠어?”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소희는 치명상을 입은 듯 파르르 떨었고, 이제 그 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시체같이 뻣뻣해진 그녀의 몸뚱이 위에 넘어진 뒤, 그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 소희는 집에 있지 않았다. 아마 화실에 갔을 테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뇌리를 스쳤다. 고통은 죄악을 상기시켰다. 카지노 게임 대강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옷에나 몸을 쑤셔 넣고, 화실을 향해 달음질했다.


화실에 소희는 없었다. 그녀가 없는 화실의 풍경은 낯설게 느껴졌다. 단지, 조금 일찍 볼일을 보러 나간 것일 수도 있다. 집에도, 화실에도 그녀가 없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직감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가 영영 사라졌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은 진정되었다. 급하게 달려온 탓인지 허벅다리에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마침 그녀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했던 의자가 내 시선을 끌었다.


묘했다. 카지노 게임 다시 한번 공간이 자아내는 미묘한 차이에 주의를 기울였다. 화분. 구석에 있던 화분이 이젤 앞 대각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젤 위에는 다 그린 그림인지, 검은 천에 덮인 캔버스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카지노 게임 이젤에 덮인 검은 천을 걷어내며 의자에 앉았다. 삐쩍 마른 무화과 한 송이가 캔버스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


‘좀 이상한데?’


분명 이 그림의 의도는 저 화분을 본떠 그린 ‘정물화’일 터였다. 하지만, 그림 속 무화과 밑에는 화분 대신, 셔츠를 입은 한 남자의 상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뒤 카지노 게임 이 그림이 전에 소희가 그리던 ‘진기성’이었음을 깨달았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의 캔버스 표면은 묘하게 더 매끄러웠고, 오른쪽 아래 구석 역시 같은 정도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흰색을 덧댄 것이었다.


‘복수인가?’


그녀가 나에게 입었을 상처에 비하면, 한참 심심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무화과 인간. 확실히 이런 생각은 딱히 AI도 떠올리지 않을 법도 했다.


그렇게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다, 무화과 인간의 머리 위에 무어라 쓰여 있는 글귀가 뒤늦게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꽃은 안에서 핀다.’


무슨 의미였을까. 사실 나는 조금 전부터 이 의자에 온기가 조금 남아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녀를 찾아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어디에도 그녀는 없을 것이다. 그녀를 찾는다고 해도, 끝내 그녀는 사라질 것이다. 그녀는 무언가 되려 하는 보통의 사람이고, 나는 딱히 어떤 꽃도 피워내기 싫은 무화과 인간이니까 말이다.


이어지는 글 : 8 - 할루시네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