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지성의 생각 Jan 02. 2025

1. 카지노 게임

부록 - 이해, 사랑, 죽음, 삶, 없음 ('25 신춘 낙선작)



지연은 화면 속 카지노 게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잘 지냈냐며 첫 마디를 꺼내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간 많은 일을 혼자서 감당하느라 등 돌려왔던 내면의 고통이 대번에 몰려온 탓이었다.

“힘들었지. 내가 미안해.”

무너진 보 사이로 담수가 쏟아져 내리듯 눈물도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한참을 주저앉아 감정의 홍수가 지나쳐 가도록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주일 전, 카지노 게임 불법 운전에 의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가해 운전자는 ‘직접운전 가능 구간’이 아님에도 직접 차량을 조향해 실수를 빚었다. 그리고 그 ‘실수’가 결국 이정을 그녀의 곁에서 빼앗아 갔다. 삼 년의 신혼이 돌연 막을 내렸고, 지연은 십년지기 단짝 친구와 남편을 동시에 잃었다.

카지노 게임 주저앉은 채 울먹이며 화면을 향해 얼굴을 들고 말했다.

“카지노 게임를 먼저 치르게 하는 건 정말이지…. 최악인 것 같아.”

“내가 미안해.”

화면 속 카지노 게임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고만 아니었다면 이들은 올해 말, 미뤄왔던 혼례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함께 꿈꿔 온 북카페의 개장을 위해 신혼 초부터 자금을 거하게 융통했기 때문이었다. 형편이 개선되기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그들이었다. 다행히도 힘든 시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이제 막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던 차에, 차일피일 미뤄온 예식 일자를 드디어 확정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단골손님 몇 사람과 핵심 지인들만을 초대해, 새로운 삶의 시작을 기분 좋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남편은 그녀 곁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이따금 추모공원을 방문해, 인공지능으로 해석된 가상 인격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이다. 화면 속 카지노 게임 생전에 그의 머리에 심었던 전뇌 컴퓨터로 복원한 기억 덩어리에 불과했다.

카지노 게임 그가 겪었을 신체가 찢기는 끔찍한 고통을 떠올렸다.

“많이 아팠지.”

“사실 마지막은 잘 기억이 안 나.”

상단에 위치한 카메라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비췄다.

“그리고 정말 아팠던 건 당신이지.”

컴퓨터 속 카지노 게임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다독여줄 손도, 그녀를 안아줄 품도 더 이상 실제 세상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지연은 딸꾹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사이보그가 된 기분은 어떤데?”

“음…. 기분이 이상해.”

“몸은 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진짜 몸이 아니라서 그런가?”

카지노 게임 화면 속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삐걱거리며 로봇 춤을 췄다.

“진짜 내 남편 같네.”

카지노 게임 피식,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 남편일 수 있어.”

이후 두 사람은 세 시간가량, 사고 이후의 경과와 예후, 그리고 이어질 날들에 대한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오후 열한 시 삼십 분. 차분한 분위기의 피아노 음원이 페이드인하며 폐장 시간의 임박을 알렸다. 덕분에 두 사람은 더 이상 함께 귀가할 수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 쉬어.”

카지노 게임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지연의 떨어지기 힘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야지. 내일부터는 가게 영업도 다시 시작이다.”

지연은 아주 잠깐, 카지노 게임이 살아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혹 그가 어디엔가 멀쩡히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어떤 용무 때문에 잠시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영상통화를 통해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편 카지노 게임 더욱 깊은 혼란에 시달렸다.

지연이 물었다.

“나, 집에 가면, 당신은 여기서 뭘 해? 그동안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그러게…. 처음 정신이 들고 나니, 내 방이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사고를 당했던 게 다 꿈이었나 싶었지. 그러다 웬 남자가 들어와서 다짜고짜 설명해 주더라고…. 고인 인격 상담관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진짜 사람은 아니고, 인공지능인 것 같았어.”

“신기하다.”

“내가 기억을 통해 재구성된 자아라고 말했어. 조만간 여기에 유가족이 찾아올 거라고, 그러면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그러더니 자기가 나간 뒤, 곧바로 내가 잠들 거라고 했어. 깊은 잠을 자다가 유가족이 방문할 때 잠에서 깬다고….”

“혼란스러웠겠다. 궁금한 게 많았겠어.”

“사실 지금도 의문투성이야. 일단 알겠다고는 대답했지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잠들어 버렸어. 그 뒤로 눈을 뜨니까, 그 사람이 와서 깨우고 있던 거야. 네가 왔다면서…. 그래서 따라나섰지. 그런데 웬걸 집 앞에 이 추모공원이 떡하니 생겨 있더라니까. 들어와서 화면 앞에 앉았는데, 당신이 나타나더니 멍하니 바라만 보더라고.”

“정말 이상하다. 당사자인 당신은 얼마나 더 황당할까.”

지연은 손을 뻗어 카지노 게임이 갇혀있는 화면을 어루만졌다.

“아마 당신, 집에 가고 나면, 나도 내 방에 돌아가 잠들게 되는 것 같아.”

카지노 게임도 화면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 뺨을 붙였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기억을 더듬어 현실 속에서 느꼈어야 할 그녀의 온기를 떠올려 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느닷없이 감옥에 갇힌 기분이야.”

카지노 게임 힘없이 어깨를 떨기 시작하더니, 이내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흐느꼈다. 지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둘에게 닥친 불행을 체감했다. 결국 그녀도 애써 거둬들였던 눈물을 다시 폭포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보고 싶어, 여보.”

“나도 그래. 당신이 너무 그리워.”

오후 열한 시 오십오 분. 재차 퇴장을 요청하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얼른 들어가, 바쁘겠지만, 자주 와 줘.”

“내일도 올게. 매일 올 거야.”

“거기서 잠을 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꿈 꾸기 바라.”

“꿈이라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꿀 수 있다면, 분명 매일 당신 꿈만 꿀 테지.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서는 잠들면, 완전히 의식이 차단 되어 버리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프로그램은 꿈을 꾸지 않잖아.”

“나에게 당신은 그저 당신일 뿐이야.”

“잘 가, 사랑해.”

지연과 카지노 게임 각자의 텅 빈 방으로 돌아가허전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2. 비카지노 가입 쿠폰, 상호주관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