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만약 누른다면 무료 카지노 게임차가 달려올 수 있다. 누르는 것 자체로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차를 출동시킨 죄까지 합쳐져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
그런데, 나는 눌러본 적이 있다. 그것도 학교에 설치된 무료 카지노 게임벨을. (무료 카지노 게임벨인지, 비상벨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글에서는 무료 카지노 게임벨이라고 해두겠다.)
나는 여자 중학교 3학년이었다. 모범생이었고, 3년 내내 반장이었다.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학생들이 직접 투표로 전교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소위 '직선제' 투표가 도입되었는데, 나는 초대 직선제 전교 학생회장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벨을 눌렀다.
'환경미화'라는 말을 아는가. 80년대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있었던 말이다. 새 학기가 되거나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한다고 할 때, 교실 앞, 뒤에 벽을 싹 갈아엎는 것을 말한다. 시간표도 만들어서 붙이고, 안내판도 만들고, 교실의 규칙 같은 것도 써서 붙인다.
환경 미화는 교사의 업무지만, 교사가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동원되었다. 반장, 부반장, 그 외 임원들과 손재주 있는 학생들이 '미화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함께 했다.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꾸미는 일이 대부분이라 미화부장을 맡은 친구는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뽐내며 교실을 꾸몄다. 손재주 없는 임원들은 심부름을 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역할 분담해 일해보면서 협동심을 배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과한 포장이다. 평일에 환경미화를 끝내지 못하면 주말까지 학교에 갔어야 했으니까. 주말에 학생들이 학교에 온다고 선생님도 함께 하느냐. 아니다. 중학생이 되니 선생님이 없어도 척척 교실을 꾸미는 학생들이 되었다.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벨을 누른 그날도 환경미화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간 주말의 어느 날이었다. 몇몇 임원들은 이미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반장이니까 학교에 나가야 했다. 선생님이 시킨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던한 모범생이었으니까. 선생님은 전날 이것저것 하라고 얘기해놓으셨던 것 같다. "너네들끼리 할 수 있지?" 하며 나를 쳐다보셨을 것이다. 나는 어른들 보기에 꽤 신뢰감 있는 일꾼이었으니. 다년간 환경미화에 단련된 나였다. 오히려 선생님이 없는 것이 편했다.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일이 있다면서 하나둘씩 사라졌다. 결국 교실에는 나와 부반장만 남았다. 나와 부반장은 둘 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둘만이 공유하는 어른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당시 나는 '하이틴 로맨스', '할리퀸 로맨스' 류의 소설에 빠져 있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아는, 만화 대여점에서 빌려볼 수 있었던 야한 소설인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의 없는 성폭력이 사랑이 되는 개막장 소설이지만...) 나의 단정하게 정리된 책가방 속에는, 하이틴 로맨스가 몇 권씩 단정하게 들어있곤 했다. 나 혼자 읽기 너무 아까워서 친구들과 돌려 읽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부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숏 카트에 털털한 복장으로 중학교를 보냈던 나와 달리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던 부무료 카지노 게임은 나에게 몰래몰래 하이틴 로맨스를 빌려 갔다. 등교하면 살짝 나에게 와서 자기가 본 책들 돌려주고, 새 책을 받아 가곤 했었다. 나도 부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만은 살짝살짝, 몰래몰래 책을 빌려주곤 했었다.
주말,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나와 부반장 단둘이 있으니 내 마음은 더 대담해졌다. 문득 내 눈에 복도에 설치된 무료 카지노 게임벨이 들어왔다. "저거 한 번 눌러볼까?" 내가 먼저 부반장에게 물었다. 부반장이 뭐라고?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번 눌러보자, 재밌겠다며 부반장을 꼬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웃집 대문의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지켜만 봤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기는 했던 것 같다. 벨을 누르면 혼날 것 같아서, 눌러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었던 예닐곱 살의 나였다. 사춘기 소녀의 반항심과 호승심 때문이었을까. 이날은 왠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 무료 카지노 게임벨을 누르고 달렸다. 달리는데 선생님들이 드르륵드르륵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다. 어! 선생님들이 학교에 없어야 하는 주말인데, 왜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지? 하면서 나와 부반장은 붙잡혔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누른 무료 카지노 게임벨은 교무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학기초라 당직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계셨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싹싹 빌었고, 나는 내가 눌렀다 부반장은 옆에서 보기만 했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현행범으로 붙잡힌 우리는 복도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는 벌을 받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차도 출동하지 않았고 경찰서에 가지도 않았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시던 선생님들은 부모님에게 알리지도 않으셨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벌서고 있는 우리들 앞으로 지나가던 선생님들이 한 마디씩 하셨다. "전교 회장이...", "반장, 부반장이 같이....", "재밌디?" 등등.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우리는 벌을 섰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선생님들은 우리를 집으로 보내주셨다.
부반장과 함께 학교를 나서면서 내가 부반장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했는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서로 쳐다보며 씩 웃었는지는 전혀 무료 카지노 게임나지 않는다. 단지 무릎 꿇은 채 두 손 들고 부반장과 나란히 앉아, 학교 복도에 드리워지는 점점 길어지는 그림자를 함께 봤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생생히 남아 있다. 대문 벨을 누르고 재빠르게 도망간 후 집 주인이 대문을 열고 나오는지 아닌지를 지켜보며 낄낄대는 아이들 속에 나도 끼어있다고 느꼈던 것일까.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있다. 이 책에는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이력서라는 챕터가 있다. 그를 만든 사람들, 사건과 사고, 책과 영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중 형과 함께 실험을 하다가 동네를 정전시켜 경찰이 출동하고 전기수리반이 왔던 사건이 있다.
경찰이 떠나자 전기 수리반이 왔다. 스파이크 신발을 신은 남자가 두 아파트 건물 사이의 전봇대에 올라가 변압기를 살펴보았다. 다른 때였다면 넋을 잃고 구경했겠지만 그날은 경우가 달랐다. 우리는 과연 어머니가 소년원으로 면회를 와주실까 걱정하느라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침내 전기가 다시 들어오고 수리반은 떠나갔다. 우리는 붙잡히지 않고 무사히 위기를 넘긴 것이다. 데이브 형은 슈퍼 막강 전자석 대신에 슈퍼 막강 글라이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에게 첫 시승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정말 신나지 않은가!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p38
낄낄대면서 이 이야기를 읽다가 나의 중학교 3학년 시절 무료 카지노 게임벨 사건이 생각났다. 나에게 있어서 제법 큰 사고이자, 이후 내가 친 사건 사고의 출발이 된 사건일 수도 있는 사건이다. (물론 그 전에 거짓말도 하고, 동생을 때리기도 하고, 욕도 하고 무언가를 슬쩍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걸 사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스티븐 킹은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씩은 글 쓰는 사람으로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재능은 갈고닦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소설가가 되는 데는 뒤죽박죽이었던 성장기를 보내는 동안 야심과 소망과 행운과 약간의 재능 함께 작용했다고 말한다. 스티븐 킹의 말이 맞다면 나의 뒤죽박죽한 성장기 속 사건사고들도 나의 글쓰기에 작용하게 되겠지.
나의 삶 속 수많은 선 넘기는 이날 무료 카지노 게임벨을 눌렀던 사건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점 더 과감해졌고, 더 넓어졌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나아가게 될까 알 수 없지만 그 과정들이 나의 글쓰기에 담겼으면 좋겠다. 사건사고마저 글감이 되니까.
나는 사람들이 환경에 의하여, 또는 자기 의지에 의하여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믿었지만).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면 이런 책을 쓴다는 것부터가 시간 낭비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 경우가 그러했다는 것뿐이다. 뒤죽박죽이었던 성장기를 보내는 동안 야심과 소망과 행운과 약간의 재능이 함께 작용했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