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문R Feb 11. 2025

스몰 카지노 쿠폰는 힘들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동네 작은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 3일째였다. 이날은 큰 아이도 책방에 있었다. 물론 미리 책방 주인에게 허락을 받았다. 흔쾌히 책방 테이블에서 공부하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공부하다 쉴 때 책이 보고 싶다며 따라나섰다.


일요일이라 적잖은 손님이 있었다. 대부분 책방 주인을 찾았고, 오늘 주인이 쉬는 날이라 답해야 했다. 오래간만에 들렀는데 아쉽네 하는 무언의 소리를 주워 삼키는듯하면 괜히 미안해졌다.

그중 한 분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내판 글을 보고 물었다.

"화요일에 쉬는 줄 알았는데 독서모임을 하네요?"

"네, 원래 월요일에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1, 2월만 화요일에 해요. 그런데 앞으로 쉬는 날이 바뀔지도 있겠어요. 책방지기님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조금 있는데 또 묻는다.

"이 책 사려면 그냥 책 가지고 가서 계산하면 돼요?"

동화책 <팥죽할멈과 호랑이이었다. 진열되어 있는 책을 구입카지노 쿠폰 건지 새 책이 따로 있는지 묻는 거였다.

"아 그 책 그냥 가지고 오시면 돼요."

계산대로 오더니 계속 이야기를 한다.

"이 책 참 좋아요. 집에 아이들 책이 몇 권 있는데, 종이로 하나하나 만들어진 이 그림이 참 좋더라고요."

"네~ 그렇죠~"

대충 답해놓고 나는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금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거스름돈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50원짜리가 없어서 포인트 차감을 다시 하는 등 허둥지둥했다. 종이봉투를 찾아 넣어 드렸더니 봉투가 너무 좋다면서 다른 거 없냐고도 했다. 서류봉투를 드렸더니 직접 책을 넣으시곤 딱 맞다면서 좋아했다. 그리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책방을 나가셨다.


구석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책 팔았다~~" 하면서 자랑하듯 말했는데,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스몰 카지노 쿠폰에 재능이 없구나."


허걱!


"왜, 엄마는 한껏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손님이 왔으면 스몰 카지노 쿠폰를 해야지. 손님이 책 이야기를 하면 맞춰서 해주고."


아이의 지적질에 슬쩍 부아가 났다. 이 말투, 나 닮았다는 거 알지만, 이럴 때는 좀 싫다.


"최대한 웃으면서 반응해 드렸으면 됐지. 뭘 더해야 해?"

"손님이 동화책에 대해 얘기했잖아. 그럼 책에 대해서 더 반응을 해드렸어야지. 이 작가를 좋아하세요 라던가, 집에 동화책이 있다고 하면 동화책을 좋아하시나 봐요 하던가."

"내 책방 아니잖아. 뭐 어때!" 하며 짜증 내놓고 잠시 생각해 봤다. 계산하느라 정신없었다고 해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카지노 쿠폰©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나는 어느 가게를 가든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도와드릴까요?" 이런 말을 하면서 점원이 달라붙는 것을 무지무지 싫어한다. 큰 쇼핑몰에서 여러 가게를 돌 때는 이런 이야기를 두 번째로 듣기만 해도 "제발 나를 가만 놔두라고. 나 혼자 돌아다닐 거야!!!" 하면서 소리 지르고 싶어질 정도다. 옷을 입어보고 있노라면 옆에 와서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닭살이 돋는다. 괜히 짜증이 나서 그 옷은 사지 않고야 만다. 어울리는지 말지는 내가 정하니까 좀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될까. 아무리 손님에게 친절하게 해야 한다 해도 과한 관심과 친절은 부담스럽다. 궁금한 거 물어보면 그때 대답해 주면 좋을 텐데 싶어진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동네 서점의 경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셨어요?" 카지노 쿠폰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하다 보면 집이 어딘지를 얘기해야 카지노 쿠폰 상황이 되는 거다. 나의 경우, 00에서 왔어요 하면 와, 거기 전원주택 많은 곳인데살기 좋죠? 카지노 쿠폰 말을 듣게 된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카지노 쿠폰 그런 전원주택에서 살지 않은데, 살기 좋은 동네이긴 하니까 얼렁뚱땅 답하게 된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카지노 쿠폰 상황이, 나는 참 싫다.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물었다가 의외의 답이 나왔을 때 그 답으로 사람을 판단카지노 쿠폰 그런 상황들이 싫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대로 이 책방을 찾은 손님을 대했나 보다. 책방 손님도 나 같을 줄 알고. 아이 말처럼, 이렇게 작은 서점에서는 스몰 카지노 쿠폰를 좀 해줘야 하는 건데. 자영업자의 마인드란 이런 것이어야 하는데. 아이의 말이 수긍이 갔다. 에효, 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구나 하던 차에 박완서 작가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서 아래와 같은 구절을 만났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손님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공경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해주는 친척 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p69


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나 같은 사람도 있다니까! 책방 주인에게도 스몰 카지노 쿠폰 못한다고 아이에게 핀잔 들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나도 그래요. 옆에 와서 말 걸면 도망가요!" 한다. 우와, 나와 같은 사람이 여기도 있었다. "그런데 스몰 카지노 쿠폰를 해야 하는 이런 시골에서 책방을 하고 있네ㅎㅎ"하며 같이 웃었다.


관심이 간섭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상인 한국 사회에서 나는 까칠한 사람에 속한다. 그래도 나는 나의 까칠함이 좋다. 까칠해서 나만의 거리를 만들고 그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계속 까칠할 거다. 그러다가 손님을 대할 상황이 생기면, 나의 본래적 까칠함에 친절을 두 스푼 정도만 더 얹어보련다. 부족하면 세 스푼 정도 더 얹어보지 뭐.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