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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30. 2024
나는 990원에 카지노 쿠폰 되었다
태어났을 때 내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 끝까지 겨우 오던, 작디작았던 딸아이가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중학생이 되니 새 필통이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에 벼르던 쇼핑을 나갔다. 근처 대형마트에는 아이가 꼭 사고 싶어 하는 핑크색에 적당한 사이즈의 필통이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일단 나서기로 했다.
오늘 낮은 그동안 새던 가계부를 정리해 놓고 타이트하게 금전계획을 세워둔 터라 아무것도 사지 않고 필통만 보고 오겠다 굳은 결심을 하고 갔다. 도착하자마자 아들이 질질 이끄는 손을 잡고 끌려가보니 롯데리아. 사춘기 아이의 입맛은 저녁밥을 금세 먹고 온들 소용이 없다.
"먹고 싶어? 방금 저녁 먹었잖아"
"먹고 싶어요"
예상치 못한 지출에 '그래 어쩔 수 없지' 하며 아이들 입에 햄버거를 하나씩 물리곤 바로 옆 서점에서 책 구경을 했다. 때마침 발길이 머무른 곳에 에세이들이 많이 있다.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에세이를 뒤적이다 하나의 책에 시선이 머무른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표지의 글자가 예쁘게 반짝이길래 빛에 비추어보며 글자를 훑었다. '그렇지 나도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중얼거리며 웃었다. 잡히는 대로 뭉텅 잡고 한 페이지를 펼쳤는데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책이 내 마음을 어찌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