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이야기_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스로 자란다
유아차를 끌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마침 선이가 먹을 바나나와 뻥튀기도 떨어졌겠다. 반팔 위에 얇은 자켓 하나 걸치고 선이를 유아차에 태워 길을 나섰다. 봄향기가 나서 그런가,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마트까지 가는길이 왠지 흥겹다. 비료 냄새가 풍기는 주말농장에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번 농부님들은 무엇을 심었을까. 가까이 가서 푯말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멀리서 지켜보며 산책하는 재미를 하나 남겨두려고 한다. 천 길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선이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오리도, 나비도 있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유아차를 밀고 있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아쉽지 않다. 선이를 보는 맞은편 사람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우니까.
웬일로 계획한대로 바나나와 뻥튀기만 사들고 나왔다. 바깥 날씨가 좋으니 실내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필요한 것만 후딱 골라 담은 결과다. 천천히 길을 되돌아 집 근처에 이르니 오전 11시. 집 앞 공원에 단지 내 어린이집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산책을 나왔다. 선생님 한 명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세 명이 손에 손을 맞잡고 줄지어 잔디밭을 걷고 있다. 어쩜 저리도 선생님 손을, 친구 손을 꼭 붙잡고 잘 걸을까. 선이는 빈번히 손을 뿌리치고 갈지자로 뛰어다녀서, 천천히 한 걸음씩 길을 따라 걷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신기하다. 사실 조금 부럽기도 하다. 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부모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손잡고 산책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선이와 같은 23년생으로 보이는데, 선이가 어린이집을 다녔으면 같은 반 친구들 이었을 텐데. 유아차를 밀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옆을 지나는데 기분이 묘하다.
아이들이 적은 동네가 아닌데, 낮 동안 동네를 돌아다닐 때 선이 또래를 만나기 어렵다. 마트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놀이터에 가도 없다. 같은 나잇대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은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동네 아이들도 그런지 아이들이 하원하는 오후 4시쯤이 되어야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선이는 적어도 32개월 까지,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에는 가정보육을 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선이는 거의 만 세 살까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와 단 둘이 보내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아빠이자,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영양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라온다.
21개월에 받은 영유아 검진에서 선이의 키와 몸무게가 백분위 10% 이하로 나왔다. 같은 또래 백 명을 체격이 큰 순으로 세웠을 때, 선이가 뒤에서 열 번째라는 뜻이다. 6개월 때 받았던 검진에서는 30%대였는데, 그 뒤로 조금씩 내려오더니 어느새 10% 아래로 내려갔다. 자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 어린 줄 알고 ‘동생'이라 했다가, 월령을 듣고 ‘친구'라고 정정하는 부모를 만나는 경우도 잦다. 선이보다 늦게 태어났는데도 신체 발달이 더 좋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면 그 비결이 궁금하면서 동시에 내가 먹이는 일에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의사 선생님은 선이 자체는 꾸준히 크고 있어 괜찮다고 하신다. 하지만 선이의 전담 영양사인 나는 고민이 깊어진다.
진관사에 노란 개나리가 만개했다. 맑은 북한산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고,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솔솔 부는 바람은 봄처럼 포근하다. 고민이 많아 절에 간 건 아니다. 진관사에는 선이가 뛰어 놀만한 넓은 잔디밭이 있어 나들이겸 찾았다. 동네에선 보기 힘든 또래 아이를 절에서 만났다. 전국의 육아 동지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 하나 있다. 아이와 길을 가다 또래 친구를 만나면 양쪽 부모 모두 자기 자식 옆에 쪼그려 앉아 귀에다 “친구다! 인사할까? 친구 안녕!”이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잘 훈련된(?) 아이는 절도 있게 팔을 흔들며 “아녕!”하고 인사한다. 보다 더 훈련된 아이는 양손을 배꼽 위에 올려 친구 옆에 있는 어른에게까지 꾸벅 인사 한다.
진관사에서 만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다 더 훈련된 아이였다. 예쁘게 인사하는 아이를 보니 절로 “인사를 참 잘하네. 예쁘다!”하는 칭찬이 나왔다. 선이는 가만히 서서 친구를 바라보다가 인사는 하지 않고 “아빠, 안아죠"하고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혼자서만 인사한 친구가 민망할까 봐 대신 인사를 건네고 선이를 안아 자리를 옮겼다. 선이도 친구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어른에게 배꼽 인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어른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려놓아야 할 나의 욕심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걸 잊으면 안된다. 선이는 나의 속된 바람을 읽었을까? 다른 친구만 칭찬 받는 모습에 어떤 감정이 일었을까. 이 어린 아이의 마음속을 분명히 알 순 없다. 다만, 아빠라면 조금 더 헤아려보는 훈련을 해야한다.
봄꽃은 보기에도 예쁘면서 사람 마음을 살랑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모든 꽃이 봄에 피는 건 아니다.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수선화도 예쁘고 동백꽃도 예쁘다. 모두 각자의 때가 있다. 아이들도 그렇다. 꽃마다 피는 시기와 모양이 다르듯, 아이들마다 자라나는 속도도, 속에 품은 꽃의 형상도 제각각이다. 선이가 자기만의 길을 가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아빠의 바람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숱한 바람 중 하나일 뿐이어도 괜찮다. 선이가 주어온 솔방울 속 씨앗이 놀랍도록 작다. 이 작은 씨앗이 저 높은 소나무가 된다는게 참 신기하다. 사람의 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기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햇살과 바람과 시간 속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스로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