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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Apr 05. 2025

제30화. 친구들아 폭싹 속았수다!

얼마 전 모교의 50년 사(1974~2024) 책이 택배로 왔다. 여고 시절의 푸르름을 보는 듯 책 표지도 깔끔하게 녹색으로 디자인되었다. 나도 졸업생으로 글을 낸 터라 유심히 살펴보았고 사진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이 굴비처럼 엮어져 나왔다.




8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동기들은 취업이나 대학 진학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졸업한 지 38년 만에 2018년, 우리 5회 동기들이 주관하여 모교에서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모교가 신설된 지 얼마 안 되어 입학한 우리 동기들은 애교심도 많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안동에 살고 있는 내가 동기회를 맡게 되어 밴드를 만들고 단톡을 만들었다. 한 명 한 명 연락하여 그전까지 열명 남짓 모이던 친구들이 그 해 체육대회에는 무려 60여 명의 동기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교정의 파란 하늘을 이불 삼아 덮고 옛날 고 3 때 자신의 반에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도 보고, 예쁜 표정으로 애교스럽게 사진 찍기 바빴다. 그 시절로 돌아가서 옛날 추억도 이야기하고 선생님들 이야기도 하고 3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모두 19살 소녀들이 되었다.

동기회 체육대회를 계기로 서울에 우리 동기들 모임도 활성화되었고, 안동팀 모임도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다. 그런데 2023년 1월 14일, 서울에서 재경 동문 윷놀이 대회를 한다며 안동 친구들을 초대했다. 그 전해 모두 환갑을 지냈으니 희로애락을 겪을 만큼 겪었고 친구들은 성숙하였지만, 79년도 여고 2학년 때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그 전날 마음이 설레고 잠이 오지 않았다.


안동역에서 5시 2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사는 이곳은 예천이어서 정애 딸이 우리를 태워서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다가 정남이를 태우고 캄캄하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거리를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가니 벌써 친구들이 모여 오기 시작했다. KTX를 타고 기차가 출발하니 마음은 벌써 서울 친구들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다가 영주에서 동연이가 타고 제천에서 보경이가 타서 13명의 친구들이 기차 안에서 하하 호호 18살 고 2 여학생들이 수학여행 가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원휘가 삶은 달걀, 사이다를 가져오고 보경이도 요구르트를 가져오고, 그 옛날에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의 추억이 저절로 생각났다. 수학여행 때 기차 타고 가면, 홍익회 아저씨가 맛있는 과자와 달걀을 기차 안에서 오가며 팔고 원주역에서 잠시 정차할 때 재빨리 뛰어가 우동을 사 먹었던 기억도 났다.

승무원이 오가며 우리들에게“마스크 하세요”.

“이야기하실 분은 객차 사이에 나가서 하세요.”라며 눈총을 주면“네. 죄송합니다.”

하고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덕소역에서 내리니 친구들 신랑들이 승합차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다. 갑순이의 농장에 도착해서 각자 짐을 풀고 있는데 동문 선배들, 후배들이 도착하였다.식순대로 신년회를 하고, 식순 마지막 순서로 순영이의 지휘에 맞추어 악보를 보며 교가를 함께 불렀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해졌다.

그 옛날 교가가 잊히지 않고 다시 기억이 나다니…. 참! 신기했다.

청군 백군 나누어 윷놀이를 하고 장기자랑을 하고 모든 식순이 끝나 선후배들이 가고 우리 동기들만 남게 되었다. 서울 정애가 우리가 함께 입을 잠옷을 단체로 준비하였고, 서울 친구들은 이불도 각자 몇 채씩 가지고 왔다. 서로 품앗이로 반찬도 몇 가지씩 만들어 오고, 안동의 원휘도 손수 만든 토시를 우리 동기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단체복 잠옷을 입고 기념사진을찍고 윷놀이도 하고 노래자랑도 하였다. 몇몇은 삼삼오오 모여서 그동안살아온 이야기꽃을 피우니 밤새도록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연륜이 있어 그런지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공감하며 듣다 보니 서로 울컥하고….

어떤 5성급 화려한 호텔보다 갑순이의 농장이 숙소로 최고였다. 어디에서 우리가 이만큼 추억을 얘기하며 떠들고 웃고 울고 할 수 있을까?


그 다음날 아침부터 눈이 내렸는데 서울 친구들은 아침에는 모닝커피와 토스트, 아침식사로 육개장과 미역국, 갖은 나물 반찬 등을 준비했다. 점심에는 안동 잔치 국수, 간식으로는 안동 식혜와 감주 등 정말로 많은 준비를 했다. 안동 친구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준비한 마음을 생각하니 감동되었다. 잠옷, 목도리, 양말, 긴 등산 토시, 팔 토시 등 정성껏 포장된 선물도 한가득 받고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양평역에 도착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제천, 영주 친구들을 내리고 다시 안동역에 도착했다.


비록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몰입하여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무척 긴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을 뛰어넘어 친구들의 반가운 얼굴과 사랑을 가슴에 담뿍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훈훈하였다. 설 연휴를 보내고 친구들과 단톡에서 추억과 사진들을 공유하며 우리는 다음 3월에 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고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며 열심히 젊게 살자고도 하였다. 할머니가 된 친구들도 있고 “ 내 만큼 고생한 사람이 없다.” 라며 이야기했지만 서로 잘 살아왔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친구들은 고향이 아닌 곳 전국 각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식들을 키우고 젊은 시절 힘든 시절을 잘 버티어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전부 우리 자신이 대견하였다.

날이 갈수록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넷플릭스에 방영된 ‘폭싹 속았수다’16부작을 며칠 만에 다 보았다.

아마 친구들도 엄마 생각하며 울었을 것이고, 그 시대 상황과 배경이 이해되니 모두 서로 자기 이야기라고 공감하며 웃음과 눈물 속에서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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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랑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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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글을 읽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안 사정이 생겨서 연재를 잠시 쉴까 합니다.

그래도 글 노트는 들고 갈 생각입니다,

작년 9월 1일부터 올해 4월 5일까지 매주 정신없이브런치 ‘나도 매일 조금씩 자란다’ 30화

매거진 ‘특수교사 너무 바빠요’ 10화 등 총 40화를 연재했군요.

우리네 삶이 순경과 역경으로 되풀이 되는데 이번에는 파도를 잘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 진짜 어른처럼 될까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실수와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나를 보여주며 곧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청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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