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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꽃농부 Apr 06. 2025

비대칭의 아름다움

비대칭의 균형

별은 거울 앞에 섰다. 며칠 전 세모가 오각형으로 변신한 걸 본 후 뭔가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으나 별은 세모가 오각형이 된 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저 세모가 별을 부러워해서 닮아지려고 한 것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정작 별은 바쁘지 않을 때마다 뾰족한 오각형의 몸을 가진 자신이 대칭적인 존재인지, 비대칭적인 존재인지 늘 헷갈려하는 것이 더 고민스러웠다. 거울 속 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좌우가 정확하게 균형 잡힌 것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면 위아래로는 한쪽이 더 크거나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거울을 보며 생각에 잠긴 것도 잠시, 별은 특유의 활동적인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새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벌리더니 두 손을 모으고 어깨를 좌우로 움찔거리며 어정쩡한 자세를 바라보았다. 거울 속 별의 자세는 최경주나 타이거우즈의 그것과 매우 흡사해서 지금이라도 드라이버 샷으로 250m는 훌쩍 날려버릴 것 같았다.


최근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골프에 빠져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운동을 즐겨왔고, 운동신경이 빼어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여서 축구, 배드민턴,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한 그는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였다. TV채널을 돌릴 때마다 등장하는 건장하고 늘씬한 미모의 선수들 스윙은 세상 둘도 없이 멋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 그는 너무 앞서갔다. 오늘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윙 자세를 개발하겠다는 일념과 비거리를 대폭 늘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전신거울 앞에서 '쉭~ 쉬익~' 수없이 채를 휘두르던 중, 뭔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 순간, 별은 아주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고,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갈빗대 골절입니다. 아니 어떻게 했길래 왼쪽 오른쪽 똑같은 곳이 부러지죠? 권투 하시나요? 어쨌든 최소 두 달간 움직이면 안 됩니다." 의사는 짧고 건조한 목소리로 '두 달간의 가료 요함'을 휘둘러 써서 간호사에게 넘겼고, 삐걱이며 흔들거리는 휠체어에 실려 4인실로 옮긴 별은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음 병원 신세가 아닌지라 낯설지도 않았지만 또다시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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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몇 번째 병원신세인가 생각해 보니... 지난번 축구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의 공을 가로채려다 무리한 태클로 상대선수 발목 골절을 입히고 레드카드를 받았고 본인도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반칙으로 퇴장을 당하고 부상까지 얻었으니 동료들의 원성이 높았고 누구 하나 병문안도 오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수영장에서는 '다이빙 금지'라고 쓰인 간판 앞에서 보란 듯이 뛰어들다 마주 오는 사람의 주먹에 정통으로 안면을 맞아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때 당시 코피가 터져 주변을 흥건히 피바다로 만들어 관리인은 수영장 물을 전부 빼내야 한다며 물값이며 영업손실을 물어내라고 난리를 쳤다.


솜뭉텅이를 코에 틀어막고 까만 선글라스를 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겨울에 손에서 김이 나도록 싹싹 빌었고 다신 수영장에 오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서야 헤어날 수 있었다. 그 덕에 한동안 컴컴한 밤 중에도 선글라스를 껴야 했고 귀갓길 골목에서는 치한으로 오해받아 파출소에 갔어야 했다. 이렇듯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늘 자신만의 방식대로 움직였고, 그것이 종종 예상치 못한 사고를 불러왔다.


'나는 왜 이렇게 앞뒤를 안 가리고 움직이는 걸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임했고, 자신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고, 그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니, 장점이 꼭 장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원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별은 점점 초조해졌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으니 별 수 없었다. 통증에 눈을 감으면 지난날 사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다시 돌아왔다를 반복했다. 골절된 갈빗대가 욱신거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지나친 행동들이 불러온 크고 작은 사고들을 슬로비디오로 복기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력으로나마 조금의 변화라도 자신과 주변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실에 누워 있는 것은 별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병실을 둘러보며 다른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병실에는 다리 골절로 입원한 이십 대 청년인 숫자 2와, 역시 별처럼 갈빗대 골절을 당한 사십 대의 숫자 4가 있었다. 숫자 2는 풋살을 하던 중 골대 앞에서 공을 찬다는 게 헛발질로 골대를 찼다고 했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자꾸 휘청거렸고, 숫자 4는 뱃살을 빼러 등록한 헬스장에서 덜덜이라는 마사지기의 벨트를 몸통에 감았다가 갈빗대가 네 대나 부러졌다고 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 아야~"하며 엄살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 천성이 착한 별은 그들을 보며 안쓰러워했고, 본능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의 상태를 잠시 잊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려다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숫자 2의 목발 사용을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본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터라, 도움을 주려던 별이 오히려 병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괜찮아요?” 숫자 2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어... 나도 좀 도와줘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별은 다리 골절 환자에게 되레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숫자 2의 이동을 돕고, 같은 갈빗대 골절 환자의 식사를 챙겨 주며 나름 바쁘게 병실 생활을 시작했다. 별이 음식을 가져다줄 때마다 숫자 4는 “별아, 넌 지금 누워 있어야 해.”라고 타이르곤 했지만, 별은 “나 원래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숫자 2가 목발을 짚고 화장실에 가려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사적으로 그를 잡으려다 그대로 침대 위로 넘어졌다. 이 모습을 본 숫자 4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낄낄대며 웃었다. 하지만 웃다가 자신의 갈빗대가 아픈 걸 깨닫고 “아야야야!” 하며 신음을 흘렸고 그러다 웃다가 또 울다가 가히 가관이었다.




병실에는 결국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몸은 다쳤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곳에서도 여전히 활기차고 긍정적인 존재였다. 그의 성격은 결국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 듯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조용한 성찰보다는, 웃으며 깨닫는 삶이 더 어울리는 존재였다.


'비대칭적인 내 행동들 속에서도 나름 균형을 잡고 있나 봐. 내가 매번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말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가져보기로 했다.

비거리에 욕심내지 않고 적당한 클럽으로 차분한 스윙만 할 것이고, 무리한 태클을 하는 주전선수보다는 후보로 남아 경기를 관전하는 걸 택했고, 물살 가르는 수영보다 계절마다 경치 구경을 할 수 있는 낚시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로써 활동적이고 개성이 강한 자신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되, 주변을 더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래서 결국 나 자신을 스스로 보살피는 것. 이것이 바로 별이 병상에서 찾은 '비대칭의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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