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섯 번째 시
일
일을 안 하면
죽는 줄 알았다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던가
깜빡 속았다
일 안 할 때 아프던
미련한 자가 거기 있었다
현인이 말하길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나는 말한다
맞다
일을 안 하니 너무 좋다
무인 카페의
저렴한 아메리카노와
매일 걷는 다른 풍경의 길
목욕하며 책을 듣는 삶이란
일 없는 자만의 사치
일이 없으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일의 보람과 가치
그런 게 하나도 아쉽지 않은 건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