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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기 Apr 20. 2025

[시낭독회] 일상에 녹아 카지노 게임 추천 시

-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하는 이현승 카지노 게임 추천과 함께 하는 낭독회

* 제4회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이현승 카지노 게임 추천과 함께 하는 낭독회 : 2022년 9월 24일 (토요일)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하는 “반달과 5펜스 시낭독회”에 초대된 네 번째 주인공은 이현승 시인. 이현승 시인 시집 4권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총 26편의 시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느끼는 것들이 친구처럼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시로 승화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러니, 이현승 시인 시낭독회를 기다리는 마음은 오랜 친구나 헤어진 동료를 만날 기대로 부푼 풍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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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 이현승 시인 낭독회의 시 현수막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과 「기념일들」

이윽고 도착한 카지노 게임 추천은 자신의 시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와 「기념일들」 전편이 인쇄되어 드리워진 현수막 아래 자리를 잡고, 서점 내부를 둘러보며 인사말과 이런저런 감상의 말을 건네었다. 안경과 마스크로는 숨겨지지 않는 개구쟁이의 호기심이 어린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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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시인이 될 결심을 하였고, 시를 먼저 쓴 후엔 소설도 쓰고 싶었다는 이현승 시인은, 초기에 “보들레르의 들루쿠루아론”을 읽고 큰 구도로 생각하는 스타일의 시를 썼다고…... 그 후 인생의 시간을 삶의 시간과 시 쓰는 시간으로 쪼개기 시작했고, 이때 메모를 하는 습관도 가지게 되었는데, 메모 그 자체로 시가 되지는 않지만 메모가 시의 실마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메모 습관의 소중함에 공감하는 순간. 2017년 3월 29일, 동네 도서관에서 열렸던 『메모 습관의 힘』을 쓴 신정철 작가의 강연을 듣고 나서, 업무 수첩에 해야 할 일들이나 기록하던 나는 별도 노트 종류를 마련하여 일상의 메모 쓰기를 시작했다. 『메모 습관의 힘』에서 말한 메모의 힘은 적은 메모를 다시 읽을 때 발휘되는 힘이다. 그대로 사라져 없어졌을 수도 있는 기억이 메모를 읽는 순간 되살아나고, 시공간을 달리하여 기록된 메모들이 서로 의외의 융합을 하면서 때때로 새로운 창의적인 생각이 반짝 떠오를 수 있다. 반짝 떠오른 이것은 이현승 시인의 ‘시가 되는 실마리’로 표현한 것과 같은 것이리라.

책을 읽은 후 기억에 남는 문구와 그에 대한 생각, 강연이나 전시회와 같은 문화활동을 한 후의 감상,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노트 하나에 모두 기록하는 수준으로 적고 카지노 게임 추천 나의 메모가 무언가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기록하고, 일정 시간 숙성한 기록을 읽는 것으로 기쁨과 재미를 느끼고 카지노 게임 추천 가운데, 이렇게 축적된 메모를 응결핵 삼아 소소한 화학작용으로 살을 붙여 브런치 글을 쓰는 정도인데, 다시 이 메모들이 앞으로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 궁금하긴 하다.

시간을 삶의 시간과 시를 쓰는 시간으로 나눈 이현승 시인이 시를 쓰는 시간은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시를 쓴다. 이현승 시인은 11시가 넘어가면 뇌가 ‘변화’하는 느낌을 갖는다고 했는데, 시곗바늘이 11시를 가리키는 순간 뇌가 가진 창조 스펙트럼이 활짝 펼쳐지는 그림이 연상된다. 만일 11시에 뇌가 ‘전환’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하였다면, 스위치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는 단순한 그림이 연상되었을 터, 시인이 쓰는 단어 하나가 나의 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이현승 시인이 낭독한 시는 「생일소원」을 시작으로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 「친애하는 사물들」,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 「펜뚜껑」, 「보온보냉」의 총 6편. 한 편 한 편 시를 낭독하고 사이사이 시인과 대화를 이어갔다.


「생일소원」 시는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에 수록되었지만, ‘생일시’ 모음집 『엄마. 나야.』에 먼저 수록된 시. 『엄마. 나야.』 시집은 난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한 김민정 카지노 게임 추천의 기획시집으로, 시집에 수록될 ‘생일시’를 카지노 게임 추천들에게 받았다. ‘생일시’ 청탁을 하는 메시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와동에 거주하며 치유공간 ‘이웃’의 이웃 치유자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과 매일을 함께하는 두 사람, 정신과의사 정혜신 선생님과 심리기획가 이명수 선생님” 이 작성하였는데, 메시지 가운데 일부는 아래와 같다.

… 아이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의 형식입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인들 꿈에라도 자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일시’에서 그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치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모님을 비롯해 남아 카지노 게임 추천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통증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기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런 메시지인 것 같아서요. …”

이렇게 서른네 명 단원고 학생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담아, 서른네 명 시인들이 ‘생일시’를 쓰고 꽃분홍 표지로 묶은 『엄마. 나야.』 시집이 출판되었다. 시집을 구입한 지 꽤 되었지만 표지를 펼치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좀처럼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 곁에 두고 꾸준히 한편 한편 아껴 읽고 카지노 게임 추천 시집. 학생 이름과 사진, 학년과 반, 그리고 생일 소개 페이지에 이어진 꽃잎 한 장 같은 시 한 편. 지키지 못해 져버린 꽃잎에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이 흐르는데 잘 지내고 있다며 미안해하지 말라고 꽃 같은 아이들은 말한다. 시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위안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다짐했는데……. 다시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참사에 정말 아이들 볼 면목이 없다.

기념일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현승 시인이 만난 ‘생일시’ 「생일소원」의 주인공은, 8월 6일에 태어난 단원고 2학년 6반 이태민 학생이었다. 이태민 학생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했는데, 이현승 시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던 것 같다고…… 이 시집 제목 『대답이고 부탁인 말』인 ‘안녕’이 포함된 시를 모두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싶다.


생일 소원

-생일을 맞은 이태민으로부터



모든 생일은 엄마가 가장 아프고 가장 기뻤던 날이에요.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건

그날 아픈 엄마가 후루룩 넘겼던 미역국을 먹는 거지요.


저는 요리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남자니까 아이를 낳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먹고 행복해지고 특별해지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스위치를 올리면 환하게 불이 켜지듯,

제가 만든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엄마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원을 빌 때,

하나만 빌어야 하니까 건강을 비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걸 다 하루아침에 할 수가 없어서 가족이 되는 거지요.

서로 좋아서 마주 보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표정을 짓다보면 닮아지는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닮는 거 알죠?

사람을 닮게 하는 요리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만나면 안녕? 하고 묻고

헤어질 땐 안녕, 하고 말해요.

질문이고 대답이고 부탁인 말이 안녕이에요.

엄마가 제 소원을 묻는다면 저는 부탁하고 싶어요.

안녕해주세요. 안녕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안녕이 되고 싶어요.


오늘은 저의 열아홉 번째 생일입니다.

맨날 그날이 그날인 날에는 특별한 것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평범한 미역국이 먹고 싶어요.

제 생일에 미역국을 먹고 같이 생일이 되어주세요.

가족이 되어주세요.


『대답이고 부탁인 말』 문학동네, 2021



『대답이고 부탁인 말』 시집의「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필사

두 번째 낭독 시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은 『생활이라는 생각』 시집을 출간한 후 바로 쓴 시라며 카지노 게임 추천은 손수 생활 밀착형 시로 분류해 주었다. 정말 그런 날들이 있다. "딱히 무엇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 이미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한’ 날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어서 밤새 세월이 / 새끼손가락쯤으로 들어올려서 패대기를 쳤는지 /

잔뜩 두들겨맞은 몸으로 잠 깨는 아침"

이 시대 중년을 지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대목. 하지만 ‘자서전에 있는데 일상에 없는 인생’이란 무슨 의미일까? 일상에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 중 몇몇이 자서전으로 옮겨진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진흙에 묻힌 진주나 원석으로 존재하는 보석을 갈고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자서전으로 옮겨 넣는 것. 그러니 아직 원석의 형태인 지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을 소중히 할 일이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건져 보석으로 만들 수 있으니……


「친애하는 사물들」은 『친애하는 사물들』 시집의 표제작 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며 아버지와 아버지를 이루었던 것들에 대해 담담한 필체로 써 내려갔다. “우리는 생긴 것도 기질도 입맛도 닮았는데 . 정반대의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 포옹하는 사람처럼 서로의 뒤편을 바라보고 있다 / 우리는 마주 오는 차량의 운전자처럼 / 무표정하게 서로를 비껴가버린 것이다”

포옹하고 서로의 뒤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포옹하는 사람처럼 서로의 뒤편을 바라보고 카지노 게임 추천 모습. 낯설지가 않다. 비록 가족 사이라 하더라도 유지되는 거리. 그 거리의 적당한 정도를 결정하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 삶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이 인생의 한 축인 것 같다.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 시낭독은 꽤나 유쾌하였다. “거기서 거기란 추격자의 말 같고 / 순간 도주를 상상하느라 잠깐 숨이 가빠지기도 하지만 / 토마토 하나를 고를 때에도 때깔과 향미가 다 다르거니 / 보이는 사람에겐 있고 /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없는 /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 ‘거기서 거기’와 ‘거기 서 거기’가 주는 서로 다른 느낌의 언어유희가 즐겁기도 하고……

이현승 시인은 채소나 과일에 대한 시를 많이 써왔기에, 이 시인은 토마토를 정말 좋아하나 싶었는데 자신은 없었다. 지난번 동물에 대한 시를 많이 써 반려동물이 있을 것이라는 안희연 시인에 대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에……그러나 이번엔 그 짐작이 맞아, 이현승 시인은 채소와 과일을 좋아해서 시도 썼던 것이다! 「거기서 거기인 토마토」와 함께 썼다는 시 「노래하는 딸기」는 정말 딸기를 먹을 때의 즐거움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 커피 또한 좋아하여 직접 원두 로스팅까지 하신다고 하니 과연 시인이 내리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또 시로 쓴 커피는 어떤 향이 날까 궁금해진다.


「펜 뚜껑」은 부주의한 여행자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황당한 일을 겪은 후 쓴 시. “가방을 잃어버렸다 / 펜은 없고 펜 뚜껑만 남아서 내버렸는데 / 가방에서 펜이 나와 뚜껑을 찾으러 간 사이였다” 읽으며 ‘저런 이를 어째……’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그 와중에도 이런 시를 쓰다니 대단하네!’ 하는 감탄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해외에서 여행할 때는 항상 소지품을 떨어뜨려 놓으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을 이현승 시인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펜이 없어진 줄 알고 그 펜 뚜껑을 버렸는데, 바로 펜을 찾아서 바로 전에 버린 펜 뚜껑을 찾으러 간 그 잠깐 동안 가방을 잃어버릴 줄은 상상조차 못 했겠지……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증명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 필사적으로 내가 되어야 하다니 불공평하다. / 놀러왔는데 테러하러 온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고 / 조그만 아시안은 그만 불친절해지고 싶은데 / 경직된 미소는 난처한 의심만 만들어낸다.” 누구나 이해되는 이 상황을 유머가 있는 진지함으로 담았다 차가운 그릇에 뜨거움을 담은 희비극과 같은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는 이현승 시인의 말처럼…… 이런 관점이 담긴 시이기에 이현승 시인의 시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받으며 사랑을 받는 듯하다.


마지막 낭독 시는 「보온보냉」. 이 시를 읽고 보온병이 새롭게 보이면서 너무 짠하게 느껴졌다. ”속은 화끈거리는데 그걸 나눌 누군가가 없다면 틀림없이 따돌림을 받는 거다.” “바깥은 끓어오르는 데 혼자 냉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긴 안겨 있는데 하나도 안 따뜻해지는 것도 이상하지.” 한 번도 보온병을 보며 왕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그저, 온도 지속시간이라는 보온병의 기능에만 관심을 둘 뿐이어서, 보온병의 고립에 초점을 맞춘 시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평범한 물건도 다르게 보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눈을 통해, 독자도 물건을 다르게 보는 경험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은 프리즘과 같은 존재. 하얀빛을 무지개 빛으로 펼쳐 내어 맞는 빛을 적절히 골라 다른 빛으로 만든다.

이현승 시인의 진지한 유쾌함이 넘친 시낭독회는 그렇게 평범한 일상에 진주 한 알 남겨두고 끝이 났다.

『생활이라는 생각』 시집의「보온보냉」과 「오줌의 색」필사
이현승 시인 시낭독회 후 『대답이고 부탁인 말』에 받은 시인님 서명

*참고 자료

1.『대답이고 부탁인 말』 이현승, 문학동네, 2021

2.『 생활이라는 생각』 이현승, 창비, 2015

3.『친애하는 사물들』 이현승, 문학동네, 2012『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안희연, 창비, 2015

4.『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토네이도, 2015

5.『엄마. 나야.』 곽수인 외, 난다, 2015

6. 반달서림의 이현승 카지노 게임 추천 시낭독회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72599184)

7. 반달서림의 시필사 모임에서의 이현승 시인 시낭독회 안내문 (https://cafe.naver.com/bandalseorim/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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