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온라인 카지노 게임
엄마가 떠나고 힘든 봄 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봄만큼 꽃들이, 봄 햇살이 지겨운 적이 없었다. 지천에 흐드러진 꽃들을 피할 방법도 없었다. 꽃을 보면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꽃이 보였고,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이 내 앞에 떨어지고 내 몸에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떨어졌다.
돌 맞을 일이지만, 지난 주말 돌풍이 몰아칠 때 이 땅의 모든 꽃잎이 다 떨어졌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했다. 내속의 악마가 심술을 부린것이다. 그런데 그늘 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했던 몇 개 남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꽃잎만 속절없이 떨어질 뿐, 벚꽃은 굿굿하게 버티고 있었다. 문득,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부고'를 쓰고 싶었다.
첫 문장에 '오늘, 부고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라고 적고 쓰기 시작했다. ' "명랑낙타가 미쳐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저 '부고 외전(外傳)' 정도로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적으려던 찰나, 한 달내내 힘들어하는 나를 본 절친이 "아닌데..."하고 고개를 저었다."왜?""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진다고그걸부고로 쓰면 사람들이 너 돌았다고 할걸""의인법이란 것도 있잖아""그래도 오직 인간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독자들이 워낙 수준이 높아서 이해해 줄수도 있지 않을까""그건 니 생각이고. 이해 못 하는 사람은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며 아마 도망갈지도 모르지" 귀가 얇아서 평생 고생한 나는 친구의 지적질에 또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김광석이 떠 올랐다. 김광석. 내가 서른아홉 살 마지막 날, 노래방에서 부르며 열 살 애들처럼 눈물을 짰던 '서른 즈음에'의 주인공 그 김광석.
김광석이 떠오른 이유가 있었다. 이번 봄날 내내 차 안에서 김광석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만 들었다. 왜 그 노래에 꽂혀 힘든 시간을 견뎌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명반 중 명반'으로 꼽히는 김광석 4집에 수록된 곡이다. '일어나''서른 즈음에''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등 기라성같은 노래에 가려 빛을 못 봤으나 김광석마니아들은 주변에 말도하지 않고, 가슴속에 꼭꼭 감춰두고 자신들만 몰래 듣는노래다. 처연한 모습으로 피어서 속절없이 사라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통해 허무한 인간의 삶을 성찰한 최고의 곡. 아니 작품이다. 김지하의 시에 황난주가 곡을 붙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흙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한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저 꽃들은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짧은 눈부심만 뒤에 남기고/긴 기다림만 여기 남기고/젊은 날/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고 오르고/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흙으로 가네/봄날은 가네 그 빛만 하늘로 오르고/빛을 뿜던 저 꽃들은 가네 '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일생을 너무나도 잘 아는 김지하의 시라서 더 숙연해진다. 그걸 김광석이 부른 것이다. 김광석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지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가 그리우면 우리는 그가 남긴 곡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으면 된다. 김지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려운 시대에 모두 지난한 삶을 살았다. 너무도 그립다. 이들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저 하늘에서 이들이 서로 만나 악수를 하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파안대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는 거 그거, 그거 진짜 별거 아니거든'이라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관한 노래는 많다. 양희은의 '하얀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그중 하나다. 엄마도 좋아했던 노래다.
'하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진다'
30대 초반 암 판정을 받은 양희은은 친구가 보낸 편지를 읽고, 때마침 창밖에 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보며 노래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고 한다. 김희갑이 곡을 붙였다. 봄날의 찬란한 슬픔과 삶의 쓸쓸함이 담겨있는, 두 말이 필요 없는 '명곡'이 되었다.
아름답지 않은 봄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목련의 고고한 기품은 '봄의 여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가장 빨리 피기 때문에 가장 빨리 진다. 고귀함, 숭고한 정신, 우애 등 목련을 따라다니는 꽃말도 많으나 왠지 처량한 구석이 있다. 다른 꽃에 비해 꽃잎을 떨구기 직전의 목련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데 아마도 그게 쓸쓸해 보이는 이유이리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슬프게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봄이 벼락처럼 찾아왔다가 떠나려 하고 있다. 여러모로 내겐 복잡한 봄이다. 밖에는 비가 살짝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사무치는 그리움도 사라지겠지.
사족이다. 김광석과 김지하의 부고는 다음에 꼭 다룰 생각이다. 이렇게 대충 넘어갈 인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