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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 Apr 03. 2025

텍스트 레터 14

내가 『이반 일리치의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본 것


두 번 읽게 되는 책은 흔치 않다. 욕심과 미련을 담아 번역까지 바꾸어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하는 것은 더욱이 특별하다. 고전은 특히 번역에 따라 미묘한 톤과 어휘들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에,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작품들은 새로운 책을 읽는 흥분까지 곁들여 이렇게 하는 편이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카지노 게임 추천』을 나는 그렇게 읽었다.
거의 10년 전, 뚜렷해지는 자의식 주위로 겹겹의 관계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뭉텅이로 세상에 흘러나와 함께 살아야만 하는 혼란에 고민이 많을 무렵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더라. 그때는 이반 일리치를 둘러싼 동료, 아내, 자식, 그리고 이반 일리치 그 자신까지 포함해 인간들의 거짓과 위선, 허위에 몰입했었다. 실로 인간성이라는 본질 앞에 한없이 움추러들어있던 나에게 톨스토이의 언어와 표현은 무자비했다. '이렇게까지, 이럴 수가, 인간들의 모습에 숨은 속내와 진실이 이러하다면 역시 산다는 것은 괴롭구나.' 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나 또한 그럭저럭 인간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기에, 까발려지는 시원함에 통쾌해하고 인간의 위선이란 이렇게 치가 떨리는구나 씩씩대면서 읽었다.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허무감이 짙게 남은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응을 이렇게 상세히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시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건져 올려 기록하고픈 텍스트를 보니 처음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제법 의아할 만큼, 위선과 허위와 거짓의 표현이 드러난 장면들을 사뿐사뿐 넘어 '삶과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는 문제에 달려들었다. 이 부분에 관해 생각해 보니 10여 년 전의 나는 인간의 본성과 진실된 모습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어디엔가 있을 순수하고 확실한 희망을 놓지않았던 것 같다. 우정과 사랑과 연민과 존경과 연대, 그런 가치들에 대해 말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인간들의 너절한 뒷면을 무수히 마주하고 희망이 닳고 닳아 그 속된 모습들을 무심히 지나가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몰입하던 인물들의 행태에 냉소적인 태도를견지하며 읽어나가다 보니, 더 본질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느냐 죽느냐, 이반 일리치가 그토록 말하는 '즐겁고 산뜻하고 품위 있는 삶'은 무엇인가, 공평한 카지노 게임 추천은 인간에게 어찌 다가오는가, 카지노 게임 추천과 고통, 삶과 기쁨, 그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처음 읽을 때는 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제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 왜 저를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겁니까? 왜, 도대체 왜 절 이렇게까지 괴롭힌단 말입니까?'

그는 조용해졌다. 울음도 그치고 죽은 듯이 숨도 멈춘 채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목소리,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생각의 흐름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그가 들은 최초의 분명한 개념은 이런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 것, 그리고 사는 것.'

'사는 거라고? 어떻게 사는 거 말이냐?'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전에 살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것이지, 기쁘고 즐겁게.'

'전에 어떻게 살았었는데? 그렇게 기쁘고 즐거웠나?'

영혼의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그는 기억 속에서 이전에 즐거웠던 삶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에 좋았던 순간들이 이제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리고 현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기뻤던 일들은 더욱더 덧없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변했다.

언제나 똑같은 생활이었다. 하루를 살면 하루 더 죽어가는 그런 삶이었다. 한 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걸음씩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맞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산을 오른다고 보았지만 내 발밑에서는 서서히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거야……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난 정해진 대로 그대로 다 했는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삶과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을 털어내며 그런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사는 것?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이냐?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겠습니다' 하고 외치는 법관으로서 삶이 네가 원하는 것이냐?'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시작된다.'
그는 이를 악물며 되뇌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카지노 게임 추천』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나치게 나쁠 것 하나 없는 평온한 삶이다. 그가 평소 삶에 대해 생각할 때면 떠올리듯이, 산뜻하게 가볍고 즐겁고 품위 있는.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알 수 없는 고통과 통증에 시달리며 '카지노 게임 추천'에 가까이 가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삶의 재판관인가. 적당하고 유유히 흘러온 그의 삶에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하기 버거운 고통이 오자 그는 삶을 되돌아본다. 그저 기쁘고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이라 뭉뚱그려온 삶이라는 것을 가만 바라보고 낱낱이 파헤치고 비로소 진정한 의구심을 품는다. 삶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정신적 고통은 전날 밤, 광대뼈가 불거진, 게라심의 졸음이 가득한 선량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떠오른, 만약에 정말로 내가 살아온 모든 삶이, 내 생각과 행동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의심이 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에는 전혀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높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 싸우고 싶었던 마음속의 어렴풋한 유혹들, 어쩌면 바로 그런 것들이 진짜고 나머지 모든 것은 다 거짓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일과 삶의 방식, 가족, 사교계와 직장의 모든 이해관계도 다 거짓인지 모른다. 이반 일리치는 자기 자신에게 그 모든 것을 변호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갑자기 자기가 변호하려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허약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무엇 하나 변호할 수가 없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카지노 게임 추천』


그의 카지노 게임 추천에 가까워지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고 텅 비어버린 광활한 삶 앞에 홀로 서게 되는 일이라고, 이반 일리치의 변해가는 상황과 심정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구원', 이반 일리치의 절규를 들을수록 연신 '구원'이 떠올랐다. 고위 판사 보직을 받고 성공하기 위해 성실히 매진해 온 일의 의미를 보아도, 진심으로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이반 일리치의 동태를 살피며 자신들의 안위를 찾으려는 동료들을 보아도, 남편을 배려하고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그러한 상황들을 거치적거려하는 아내와 자신의 기쁨과 생활이 우선인 자식을 보아도, 삶의 어느 요소로부터도 진정으로 구원받지 못하는 악에 받친 한 사람이 느껴졌다. 그가 말하는 거짓. 그가 질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삶의 거짓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야, 그것들이 견고하게 자신의 삶을 이루리라는 것은 허상이었음을 무너지는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내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진실된 나 자신뿐이다.'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속에 번지는 불씨를 잘 살펴보니 그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앞에 당도해서야 이반 일리치도 삶의 진실을 알아차리게 된 것 아닐까. 가족을 용서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그들을 안타까워하며 모두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인다. 그랬기에 그는 카지노 게임 추천과 화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과 화해함으로써 그의 지나온 삶은 구원받았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은? 카지노 게임 추천은 어디 있지?'
그는 오랫동안 곁에서 떠나지 않던 카지노 게임 추천의 공포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어디에 있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뭐야? 카지노 게임 추천이란 것은 없었기 때문에 이제 그 어떤 공포도 있을 수 없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대신 빛이 있었다.

'끝난 건 카지노 게임 추천이야. 이제 더 이상 카지노 게임 추천은 존재하지 않아.'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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