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밥 사지 말라는데… 상편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정 형! 내가 계산할게!”
“고마운 분이네요. 누굽니까?”
“양정철 몰라?”
2006년 가을, 하늘빛이 아주 파랗고 맑아서 좋았던 어느 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음식점에서 청와대 출입 기자 선배(이분은 지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됐다. 좀 더 친하게 지낼 걸…사람이 한 치 앞을 못 본다)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중년 남자가 우리 앞을 지나가면서“내가 계산할게!”라고 했다. 내가 “누구냐?”고 묻자 선배는 “몰라? 그 유명한 양정철 비서관인데?”라고 했다. 그 순간 밥 먹다 말고 욕이 나왔다. (나는 웬만하면 욕을 하지 않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임기 내내 언론, 정확하게는 보수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 선봉에 선 게 청와대 공보라인과 국정홍보처였는데, 그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핵심 인사였다. 말하자면 노무현 정부 내내 벌어진 기자실 폐쇄, 정부 부처에 언론중재위 제소 독려 및 평가 등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의 싸움’(그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개혁이라고 불렀다)을 주도한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거다.
‘가재는 게’ 편이라서 욕한 게 아니다. 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참여정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개혁은 진정성보다는 자신들이 보기에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사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사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더 강했다고 생각한다. 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라고 했지만, 그 기사가 건전한지 아닌지는 자신들 기준으로 판단했으니까. 그리고 이게 정말 나쁜 행태인데, 상대를 매도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내가 왜 밥값을 대신 내주는 양정철 비서관에게 고마움 대신 화가 났냐면, 정작 노무현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기자들에게 술·밥을 사지 말라”면서 기자들을 대놓고 쓰레기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2003년 8월 2일 장차관급과 대통령비서실 고위 참모들이 참석한 2차 국정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공직자들이‘자리를 걸고’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맞설 것을 독려했다. 하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