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카지노 게임이다
상념을 시작할 때쯤 이야기이다.
귤을 한 박스 주문했다.
제주도 사시는 외삼촌 네에서 겨울이면
한 박스씩 보내주셔서 귤은 웬만하면 안 사 먹는다.
굳이 돈을 아끼자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보내주시는 귤이 사 먹는 귤보다
달고 맛나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에는 애들이 감기가 걸려서부랴부랴 일찍
주문했다.
인터넷을 뒤져본 노력의 결과 맛있는 귤이 왔다.
'어~이것도 괜찮네~^^'
다행히 아이들도 잘 먹는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쓰려고 한 박스 더 주문까지 했다.
2주쯤 지났으려나 제주도에서 귤이 왔다.
크기도 다르고 못생겨 보여도 달고 맛나다.
그런데, 이 귤을 먹으니 시중에서 사 먹었던 귤이
'덜 달다'.
그땐 엄청 맛났었는데.......
큰 애는 귤을 좋아하고, 작은 애는 사과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은 귤과 사과를 같이 꺼내 놓는다.
난 사과를 깎고 잘라놓으면몸통 부분을 안 버리고깨끗하게 먹는 편이다.
그래서 귤을 먹기 전 사과를 먼저 먹게 되었다. 근데 사과를 먹고 제주도에서 온 귤을 먹으니 또 그 귤이
'덜 달다'
앞전에 배랑 사과랑 먹을 때도 그랬었다.
사과만 먹었을 때는 달고 맛났었는데
배를 먹고 사과를 먹으니 사과가
'덜 달다'
독감 진단받고 치료제에영양제까지 맞고 오니
입맛이 돈다.
먹을 게 없나 찾아보니욕지도에서 사모님께서
보내주신 고구마가 보인다.
깨끗하게 씻어 군고구마를 만들었다
후후 불어가면서 먹으니 엄청 달고 맛나다.
먹다 보니 목이 말라,아내가목 아플 때 먹으라고
태워놓은 꿀물을 마셨다.
근데 예상하셨겠지만
좀 전까지 그렇게맛나고달았던 고구마가
'덜 달다'
그렇게 달고 맛있었던 시중 귤이
제주도에서 바로 보내주신 귤을 먹고 먹으니
덜 달고
그렇게 달고 맛났었던 제주도 귤이
사과를 먹고 먹으니
덜 달고
그렇게 달고 맛났던 사과가
배를 먹고 먹으니
덜 달고
그렇고 달고 시원했던 배가
욕지도 군고구마를 먹고 먹으니
덜 달고
그렇게 달고 맛있었던 욕지도 군고구마가
꿀물을 먹고 먹으니
덜 달았던 거처럼
'모든 것이 다 카지노 게임인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카지노 게임과 불행도
누군가에 비해 카지노 게임하다 느끼고
누군가에 비해 불행하다 느끼는 건 아닐까?
내가 어떤 상황이든 카지노 게임하다고 생각해 버림 그뿐인데.....
옆을 보고 위를 보고 하니 불행해 보이고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는생각이 든다.
옆을 보고 위를 볼 것이 아니라,
"옆으로 한 발짝 비켜나 나를 보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 나를 보자"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라는 명언이 있듯이
하루하루 카지노 게임하게,
너무 내가처한상황에서 앞만 보지 말고,
"다 카지노 게임인 것이니"
한 발짝 비켜나나를 보고,
한 발짝 물러나 나를 본다면,
지금내가 생각하는 상황보다는
상황이 더 희망적으로 보이고,
나의 삶이 카지노 게임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