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영 Apr 23. 2025

[EP.6] 첫 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이라는내 첫 시,그리고 그때의 나를 이야기하려 한다. 구상하고 적고 지우고를 반복하던 스무살의 기억과 당시의 감정이 생생하다.


과거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 관계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타인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데 집착했고,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매일의 중요한 과제였다.



1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직후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기서 왕따였던 것 같다. 남자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했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할 줄 몰랐고 – 전에 있던 데서는 다들 공 안 찼던 기억이다 – 대화도 잘 안 통했다. (아니 그냥 애들이 나한테 말을 안 걸었나?)

어떻게든 지내보려고 여기저기 틈에 껴서 비벼댔다. 축구를 열심히 잘하다 보니 내게 인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얼굴이 많아졌다. 메이플이나 피파 같은 주류 게임을 시작하니 대화에도 참여시켜주었다.


술래잡기 중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게 짜증난다는 이유로 나한테 침을 뱉은 놈이 있었다. 실수로 발을 밟자 사과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나를 경멸하듯 내려다보며 내 발을 3초 정도 짓눌렀던 놈도 있었다.

걔네는 그 소심한 얼굴을 잊기라도 했는지 내가 주류집단에 속하고 나니 나한테 쩔쩔맸다. 나를 대카지노 게임 사이트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키도 덩치도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남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는 중고등학교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잘하면 좋은 것들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빠르게 눈치채고 섭렵해갔다. 운동은 축구만 했고, 게임은 롤만 했다. 부모님을 닮아 공부도 잘했다. 친구는 항상 충분함 그 이상이었고, 나를 좋게 봐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사람들이 좋아할 만한,나를 필요로 할 만한 행동을 찾아서 했고,사람들은 그런 나를 으레 좋아해줬다.그리하여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상에서의 내 생존전략을 확정했다.


말하자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내가 노력한 만큼 인간관계를성취해왔다.남이 원하는 걸, 좋아하는 걸 해주면 틀림없이 보상이 돌아왔다. 나는 내가 인간관계의 원리를 잘 파악했다고 굳게 믿어왔다.



2

그런데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오자마자,그 믿음은 겨울철 수도관처럼 파열되었다.누군갈 좋아하게 됐고, 그걸 전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노력은 실패는 물론이고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해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과를 낳았다.


‘왜 준다는데 안 받지? 잘해준다는데 왜 안 되지?’

자기중심적으로 따져보며 나는 당황했다. 활짝 핀 꽃을, 싱싱하게 익은 과일을 건네주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답답함은 컸고 하루하루 애가 탔다.


허나 급한 마음일수록 상대로 하여금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는 걸 ‘발견’했을 때, 잘해주고 좋아해주면 다소간 돌려받는다는,나에겐 당연하던 사칙연산이 깨졌다.그 충격과 더불어, 남한테 불편을 끼쳤다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나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잘못이란 걸 많이 안 해본 그때까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에 따르는 자신을 향한 질타를 조절하지 못했다.


마음이란,노력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큼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모자람 없이 전달한다고 해서 거울처럼 팅, 그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구나.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지만, 가는 마음이 곱다고 오는 마음도 고운 건 아니구나.


그때의 시간과 감정과 상태,그때의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가는 마음이 곱다고

오는 마음이 곱진 않더군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정성을 드렸지만

그대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 조각상마냥 꿈쩍도 않더군요


내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익어

얼른 이 제철과일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주소를 알아내지는 못했거든요


목적도 방향도 모르고 자라던 자그마한 이빨 하나

그 가녀린 죽순가지가

도저히 쓸모없고 봐주기도 싫은 뻐드렁니가 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내 입을 봐주지 않았잖아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가는 마음이 곱다고

오는 마음이 곱진 않더라고요




이 시의 이야기는 사실, 주는 만큼 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를 쓸 적에는 현재진행형이라 끝내 담아내지 못한 게 있다. 나랑 친했던 다른 남자의 손을 그녀가 잡고있는 걸 스치듯이 목격한 사건과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감정들이다. 나와의 서먹한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아, 이거내가 문제구나.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내 가치와 매력의 부족이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것도 모르고 상대방을 귀찮게 했구나.


가는 말을 곱게 해야 오는 말을 곱게 듣는다고 하길래, 그렇게 배웠기에, 그렇게 했다. 하지만 고운 마음을 준다고 해서 고운 마음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무살의 나는,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 사랑할 자격, 사랑받을 자격 따위에 대해 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비난 속에 크게 휘청거렸다.


그런 흔들림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내가 반대 입장에 놓여서야 진정되었다.누군가 나에게 만나자고 할 때, 술먹자고 할 때, 대놓고 보고싶다고 할 때. 처음에는 별 생각 없다가도 직접적인 훅이 들어올 때는 그야말로 부담스러웠다. 잘 지내던 사이를 끝내야 하는 건가, 불편했고 곤란했다.


고운 마음을 받아도 그만큼 돌려주지 않는 주체가 되어보니, 비로소 깨달았다. 늦게나마, 남루한 나를 향한 초라한 눈초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람 자체의 문제는 아니구나.스타일이고 취향 차이구나.



3

이후 삶을 살아가고 별의별 경험을 해나갈수록, 가는 말이 고와도 오는 말이 곱다는 격언 자체도 반례를 맞닥뜨렸다.


무엇보다 상식의 문제가 있었다. 기본적인 생각의 바탕을 나와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친절함으로 상대를 대해도 그는 자기 기분에 따라, 힘에 따라 또 위치에 따라 불친절함으로 갚아오기 일쑤였다. 한편 내가 남에게 무성의하여도, 나를 크게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나에게 숙이고 들어왔다. 또는 단지 내가 나이가 많거나 ‘회장’으로 불린다는 것만으로 내게 깍듯하기도 했다.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되니까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불친절한 모든 행동을 비판한다. 물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주체이자 대상이다.


위와 같은 비상식을 상정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향한선의나 호감이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적지 않은 사람에게 화살표를 보내보고 그보다는 적은 수만큼 받아보았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서얼마나 흡수하고 반사할 건지는 결국,상대한테 달렸었다.


“내가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타인 역시 내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1)라는,상호자립을 강조하는 [미움받을 용기]의 문장이 생각난다. 나의 주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듯, 그걸 안 받을 마음도 자연스럽다.



4

첫 시를 소개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 글을 정리하자면,


첫째로는노력이 결과를 보증하지 않음을 어렵게 또 슬프게 깨달은 것.한때는주면 받는 줄 알았고 받으면 줘야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가는 마음이 곱다고 오는 마음이 고운 건 아닌, 그담담함의 씁쓸한 이해.


둘째로, 심지어 격언이자 공식처럼 받아들였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상식적인 연산에도 반례가 있더라는 것이다. 내 행동 자체보다도,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계산방식이 달라지며, 그렇기에 사람의 관계와 행동을 단정지어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쩌라는 말인가.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위에 따라 결론 내자면 정답이 없는 것이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운 말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한테는 고운 말을 들려줘야 한다는 것,좋은 마음을 주는 사람은 좋은 마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 상식적인 격언을 지켜나가고 싶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계속하려 한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먼저 주는,용기와 여유가 있는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1)기시미 이치로,고가후미타케, 전경아 번역, [미움받을 용기], 인플루엔셜, 2022, 159쪽.



카지노 게임 사이트2019.06.27. 인스타그램에 여섯 번째로 게시했지만 제일 먼저 써둔 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