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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영 May 01. 2025

[EP.7] 밴드

카지노 쿠폰 못 치는 카지노 쿠폰

난생처음 섰던 무대엔, 낯선 얼굴 쟤 누군데?

마이크 잡은 후엔, 함 더 묻대 쟤 누구래?

- [쇼미더머니 11]의 경연곡 <마이웨이(MY WAY) 가사 중 -



#카지노 쿠폰?쟤 누군데

대학에서의 첫 3월이 시작되자마자, ‘밴드라,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하며 동아리에 들어갔다.

밴드 무경력이었던 내가 맡은 세션은 카지노 쿠폰였다. 두꺼운 4개의 쇠줄이 내는 소리는 그 몸뚱아리만큼이나 묵직했다.


나는 카지노 쿠폰가 금방 싫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멋이 너무 안 났기 때문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세션도 아니었고, 비중이 적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를 담당하는 곡이 대부분이었다.스무살의 나는,같은 노력 대비 덜 주목받는 게 그렇게나 불만이었다.


공연을 보러온 친구들은 “야, 잘하더라. 멋있더라.” 말해주었지만, 누구도 ‘어떤 부분이’ 좋았다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고 잘 들리지도 않았기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나는 속으로 아쉬워했다.


무대를 망치기 싫어서, 팀원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열심히는 했지만, 기본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시간 날 때 취미로 자연스럽게 카지노 쿠폰를 잡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무거운 놈은 내게 그저 일이었다.


잘해야 겨우 본전인 거,

해봤자 사람들이 봐주지도 않는 거, 적당히만 하자.



#카지노 쿠폰 쟤 누구래?

두 번째 봄, 새로운 얼굴들이 동아리에 합류했는데, 그중 카지노 쿠폰 경력자가 있었다. 원래 더블카지노 쿠폰도 쳤었다고 했다. 살짝 보여줄 수 있냐는 말에 곧바로 엄지로 프랫을 두드리는 슬랩을 선보인 그는, 꾸려진 새 팀에서 최고실력자였다. 그 팀은 카지노 쿠폰가 돋보이는 노래들을 공연곡으로 선정했다.


그해 여름 공연, [DNCE – Cake by the ocean]은 아직도 그 광경이 생생하다. 쇠줄을 때리고 튕기던 화려한 모습과 그에 걸맞는 둔탁한 소리, 관객들의 점프가 조금씩 높아지고 빨라지던 분위기의 고조를 기억한다. 나는 뒤쪽에서 그 장면을 약간은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와, 카지노 쿠폰가 주인공일 수도 있는 거구나.

저 낮은 음이 사람들을 뛰놀게 만들 수가 있구나.


카지노 쿠폰를 처음 잡은 스무살 봄부터 일 년 반 동안, 기타보다 적은 줄과 낮은 음역대의 이 악기가 해낼 수 있는 음악의 범위란 꽤 한정적이라 생각했다. 또 일반적으로 비인기 세션이니, 노력에 비해 인정을 못 받는다고 느꼈다.

나는, 카지노 쿠폰가 다른 세션에 비해 전반적으로 ‘불리’하고, 더불어 해낼 수 있는 것의 상한선도 낮게 정해져있다고 단정지었다. 이것이,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연습한 이유이자 변명이다.


허나 그 현란한 카지노 쿠폰 연주가, 내 결론이 섣불렀음을 관객들 앞에서 보란 듯이 선언했다. 단독으로 주목받는 솔로파트도, 독보적인 매력의 멜로디 소화도 가능함을 보여줬다.불리함’, ‘상한선따위의 해보지도 않은 채 만들어진 추측들을 깨버린 것이다.


만약에 내가, 카지노 쿠폰를 포기하지 않고 연습과 탐색에 정성을 쏟았다면, 어쩌면 무대 위의 그 주인공이 내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정반대였고, 내 섣부른 판단과 포기의 결과로, 나는 카지노 쿠폰 못 치는 카지노 쿠폰로 남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라는 세션 자체가 초라하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초라한 건 길지만 얇은 내 경력이다.




#해봤어?

내세울 것 없는 내 카지노 쿠폰 경력을 토대로 전하고자 하는 생각은,

여건의 불리함이나 해냄의 상한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노력하지 않을,도전해보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추측과는 달리 상한선이라는 게 실제로는 없을 수도 있고, 또는 있다 하더라도, 그게 충분히 높아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기본적인 여건의 불리함도, 선입견을 깨는 매력적인 반전의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노력만으로 재능과 환경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주어진 것에 따라 출발선 및 상하한선이 다를 수 있고, 각자가 내는 힘과 속도도 차이가 생긴다. “꼽으면 너도 해.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고 단순하게 뱉어버릴 문제는 분명 아니다.)


그 불리함의 전제 위에서 ‘상대적으로’ 잘하여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어려운 여건이 ‘고려되어서’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기도 한다.

또, 인기가 적은 분야라면 실력에 비해 관심을 적게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들인 노력에 비해 더 돋보일 수도 있다. 가령 나의 카지노 쿠폰는 딱 악보를 따라가는 수준의 실력이었는데, 나는 관객의 눈에 들어오지 못했었다. 하지만 무대를 뒤집어놓았던 카지노 쿠폰 최고실력자에 따르면, (다소 겸손이 들어갔겠지만) 몇 달만 유튜브로 연습해도 충분히 본인이 한 것처럼 할 수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기는 것보다는 가성비 있게 성과를 얻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올라운더

코로나 때문이라 해야할지, 이후로도 내가 카지노 쿠폰를 현란하게 연주하는 날은 오지 않았다. 고학번이 된 나는 드럼을 새로 배워 공연에 오르곤 했다. 카지노 쿠폰는 기회가 와도 잡지 않았다.


드럼을 익힐 당시, 재밌기도 했고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어서 주말에는 거의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야구 생중계를 옆에 틀어놓고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연습하는 정도는 기본이었다.


몇 달의 무아지경 연습 후, 합주에서 내가 연습한 만큼을 잘 연주했다.

그랬더니 한 후배가, “오, 선배 드럼 엄청 잘 치시네요?” 한다.

머쓱해서 살짝 웃어보였는데, 다른 후배가 다들 들으라는 듯 그 친구 귀에 속삭이는 척 말한다.

“저 형 패배 동장이었어. 밴드 개오래했다고. 카지노 쿠폰도 치고 기타도 치고 완전 올라운더야.”


아, 실력자 대접받는 게 이런 거였구나. 나는 그냥, 복잡한 생각 없이 자주 연습한 것뿐인데.


효율이 어떻고, 여건이 어떻고, 상한선이 어떻고.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해야겠다고 느꼈다. 어차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 섣불리 안 좋은 쪽으로 결론내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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