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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미영씨 Mar 27. 2025

카지노 게임셋

카지노 게임하고 나하고

성인이 되어서 나는 카지노 게임의 태도에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이제 어른이니 뭐든 스스로 해야지라며 자신은 할 만큼 다해줬다는 말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내가 가진 건 다 자란 몸밖에 없었다. 무엇을 해야 어른다운 건지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나의 기대는 또 한 번 버려졌다.


카지노 게임와 나 사이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드러내는 시를 하나 소개해보겠다. 스물이 갓 되자마자 쓴 시다.


<불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없고

울고 화내며 설명해 봐도

전혀 통하지 않고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네

차라리 조용히 있으면

잠잠해질까 기대했지만

그 기회를 노려 넌

내 모든 것에 깊숙이 들어와

나를 재로 만들어 버려

네가 나를 볼 때의 눈은

살기를 띤 맹수 같고

한 번이라도 웃어준 적 없는

너의 무거운 입꼬리는

남들에겐 깃털보다 가벼워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너도 나도 모르겠지

난 널 원망하지 않아

오히려 널 불쌍히 여겨

나에겐 남은 재라도 있지만

넌 타버리면 끝 너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아

더욱더 옥죄어올수록

너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사라지진 마

난 널 사랑하니까

너에게 악역을 맡긴 누군가의 탓이야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너와 내가 바뀌어

널 따뜻하게 하고는

말없이 사라질게

난 널 사랑하니까


그녀와 살았던 지난날들은 어린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삶이었다. 그녀 자신도 풀지 못한 숙제들을 나에게 던져놓고 감정을 퍼부은 이유는 분명 삶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그걸 오롯이 견뎌야 했던 나에겐 몇 배의 고통이었다. 그렇기에 난 그녀로부터 날 구원해 줄 누군가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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