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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지노 쿠폰 Apr 11. 2025

진료과 정카지노 쿠폰-1

하고 싶지 않은 일

인턴 1년의 후반부터는 어느 과에 지원할지 정해서 각과 전공의 선생님들을 통해서 미리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래도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을 뽑는 것이니 전공의 선생님들이 희망자들에 대해 궁금해하며 소위 평판 조사를 하게 됩니다. 주변 인턴 동료들, 학부 때 동기들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일터에서는 어떤 사람일지 유추해 냅니다.


좋은 평판에 해당하는 예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한테 넘기지 않는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하다', '성격이 무난하다',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일 머리가 좋다'. 반면에 안 좋은 평판은 '일을 다른 사람들한테 넘긴다', ' 뺀질거린다',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늦게까지 지원하고 싶은 과를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학생 실습 돌 때까지는 수술하는 과를 생각했는데, 인턴 때 수술방에 8시간씩 서 있고 하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운동을 잘하니 체력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오래 서 있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외과 계열을 빼면 내과, 소아과, 신경과, 정신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마취과가 있었습니다. 많은 고아들 중에 고를 때 생각 했던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제 성적이나 경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붙을 확률이 높은가' 그리고 '얼마나 덜 힘든가'. 돌이켜 보면 보람 있을 것 같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게 아니라, 카지노 쿠폰 싫은 것을 걸러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 같습니다.


힘들다고 소문난 과는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생각 했듯이 예민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힘든 일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미생활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제 성적이 그다지 좋진 않았기에 선택지가 많진 않았습니다. 두 가지 기준으로 걸러내자 가정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정도 남았습니다. 이때까지 정신과는 인기가 많아 경쟁에서 밀릴 것 같았고, 정신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파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에 동아리 선배이자 정신과 레지던트 선생님으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정신과를 지원하려는 인턴 동기 두 명의 평판조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입니다. 장점과 단점을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소 생각했던 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는, 하지만 고민 중이어서 아직 말씀은 못 드렸지만 저도 정신과에 관심이 있어서 경쟁자에게 묻는 것이 될 수 있으니 참고만 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더니 약간 놀란 듯 반가워하시면서 나중에 본원으로 돌아오면 만나서 이야기하자 하셨습니다.


- 다음 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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