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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Apr 14. 2025

정신과 1년 차 시작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정신과 수련의 장점이 '자기 자신에 대해돌아볼 기회가 많았다'라고 선배가 얘기해주셨죠. 정신과 수련하면서 정신과 지식이 늘고, 진료 보는 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환자들, 동료와 선배들, 교수님들은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배움들을 공유합니다.

(등장인물들에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제가 느끼고 배운 점들만 실제입니다.)


3월 달, 1년 차 처음 시작할 때는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겠지만, 일을 아주 잘할 수 있을 정도로 대비해서 자신감 있게 시작하기는 힘들겠죠.저희는 2월 마지막날 까지도 인턴 업무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인계장과참관을 통해 일을 익혔습니다.인턴이 끝난 3월 1일 바로 그날부터 일을시작했습니다.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은 있었지만새로운 일에 대한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정신과 1년 차에게 주어진 일은 폐쇄병동 환자들의 주치의를 맡고, 야간 당직이었습니다.처음에는 4년 차 치프 선생님 한 분이 폐쇄병동을 총괄하고, 2-3년 차 선생님들이 야간 당직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1녀는각자 두 분의교수님앞으로입원한 환자의 주치의를 맡았습니다.해서 각자 4~8 명의 환자들을 맡았습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은 간단했습니다. 환자와 면담하고, 교수님과 회진하고, 처방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치프 선생님은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해 주셨습니다.저희가 환자와 면담한 내용을 의무기록에 적으면 같이 보면서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논의하고, 면담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교수님이 오더 한 약물 처방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고, 병동 내에서 자살시도나 폭력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등, 아무것도 모르는 1년 차들에게하나하나 가르쳐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혼자서1년 차 모두를 챙겨 주신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일 없이 모든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어떤 경지에 오른 분 같았습니다.


인턴 때에도 주치의를 맡는 일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책임의 무게를 크게 느끼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검수해 주는사람들이 있었고, 제가 판단의 주체가 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신과 1년 차 주치의는 달랐습니다. 제가 환자와 한 이야기와, 관찰한 모습을 교수님, 치프선생님께 보고하면 이를 토대로 환자의 치료를 결정했습니다.이에 따라 책임의 무게를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카지노 게임 추천.


교수님들께서 환자에 대해 무언갈 물어봤을 때 제가 잘 모르고 있으면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셨습니다. "주치의가 그것을 모르면 어떡하냐, 주치의는 병원 전체에서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했습니다. 처음이니까 모를 수도 있지 하는 생각과, 매일 같이 14시간씩은 병원에 있는데 그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과에 들어오기 전에 선배가 얘기해 줬던 정신과의 또 다른 장점이 떠오릅니다. 다른 과와 다르게 정신과는 1년 차 때부터 주체적으로 환자를 보고, 심지어 본인의 외래도 있기 때문에 4년을 수련하면 웬만한 진료는 볼 수 있는 실력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헤쳐나갈지혜와 정신과 지식에 대한 배움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다"

- 탈레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모르는 것, 단순히 정신과 지식뿐만 아니라 제 자신과 제 인생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을 아는 것. 정신과 수련을 통해정말 배운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정신과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 선배, 교수님들로부터 '인생'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것들을 돌아보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 선배님, 직원분들, 환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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