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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꾹눌러 Apr 21. 2025

EP7. 별을 보다가 구덩이에 빠진 카지노 게임

원츠와 디멘드, 간극

넌 진짜 뭘 하고 싶은데? 아니 원하는 게 대체 뭐냐고?


많이 들어본 멘트 같지? 뭔가 인생의 답답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T성향이 얘기하는 것 같지 않아? 사실 이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야. 나는 현대사회가 카지노 게임의 집합체라고 봐. 모두가 뭔가를 원하고, 이루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커다란 카지노 게임을 가진 누군가가 사람들을 모아 회사, 종교, 국가를 만들지. 근데 결론 끝에는 이 카지노 게임의 정체는 뭐고, 나는 대체 뭘 추구해야 하는 거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카지노 게임은 온통 뒤범벅이라는 거야.남의 카지노 게임, 부모님의 카지노 게임, 나의 기질, 옆 동료의 수다, SNS의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 현실 이런 게 모두 뒤섞여서 대체 뭐가 뭔 지 알 수가 없어. 대표적인 게 버킷리스트야. 한 때 유행했고, 지금도 유행하지만. 대부분 버킷리스트의 내용을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게 많았어. "마라톤 풀코스 완주", "산티아고 둘레길 걷기", "사하라 사막 횡단하기", "오로라 보기", "피아노 배우기", "프리미어리그 직관하기", "책 한 권 출판하기" 등 지루한 현실과는 다른 즐거움이나 쾌락을 얻는 내용들이 많았지. 직원인데 "회사 매출 10억 만들기", "회계 재무제표 마스터하기" 이런 건 많이 못 본 것 같아.


또 하나 중요한 건 내 카지노 게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거야.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기질이 만들어낸 산물이란 거지. 한 번 카지노 게임을 돌이켜 봐 봐. 버킷리스트도 좋지만, 대체 이 리스트들은 누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거야? 누군가가 했다는 SNS의 게시물? TV를 보다가 나온 광경? 책에서 나온 그곳의 이야기? 어렸을 때 차마 못했던 것에 대한 부러움 또는 동경? 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 내가 만약 인도나 중동에 태어났으면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있을 거야.


우리는 대부분 이런 뒤범벅인 카지노 게임을 조금 구분할 필요가 있어. 카지노 게임은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불안, 열등감,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산물이기도 하거든. 카지노 게임이론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많이 나오는 건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이론이야. 자기 계발서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지겹도록 본 내용이기도 하지. 근데 나는 이 이론보다는 지금 40대인 나에게 와닿는 내용이 있어. 바로 니즈, 원츠, 디멘드 이론이야.


니즈(Needs) –필요

인간이 생존하거나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것.

생리적, 심리적 또는 사회적 필수 요소를 포함.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존재함.

예: 음식, 물, 공기, 안전, 소속감, 자아실현 등

→ “배고프다”는니즈


2.원츠(Wants) –욕구

니즈가 문화적, 개인적, 사회적으로 표현된 것

개인의 취향, 경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니즈의 표현 방식

예: 배고플 때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 음식은니즈, 김치찌개나 스테이크는원츠


3.디멘드(Demands) –수요

원츠를 실현할 수 있는 구매력(돈)까지 갖춘 상태

다시 말해, 원츠를 사고자 하는 능력과 의지가 결합된 것

예: “나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고, 지금 돈도 있으니 스테이크를 사 먹겠다”

원트+구매력=디멘드


심리학/철학보다 경영학/마케팅에서 많이 쓰이지만, 훨씬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니즈는 본능이자 생존을 위한 방식이고, 거기에 사회/문화적 요소가 결합되면 원츠가 돼. 그리고 진짜로 할 수 있는 건 디멘드지. 누구나 비싸고 폼 나는 벤츠를 사고 싶은 원츠는 있지만, 디멘드는 아반떼야.


문제는 이 원츠와 디멘드가 섞여있다는 거지. 이 간극은 괴로움을 유발하지.


원츠: 부자가 되고 싶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편하게 살고 싶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디멘드: 짜증 나고 욕먹는 회사지만 대출금 갚고 그럭저럭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저축한다.


원츠: 남들에게 인정받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모두가 날 우러러봤으면 좋겠다.

디멘드: 일단 SNS에 어디 맛집 다녀온 사진을 게시한다.


정말 누군가의 얘기처럼 SNS가 우릴 망친 걸까? 나 빼고 다 돈도 잘 벌고, 유명해진다고 하니 뭔가 카지노 게임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너무 자극적이야. 한강뷰 아파트, 람보르기니, 월 1억 매출, 연봉 10억 등을 과시적으로 보여줘. 그리고 우리는 그걸 진짜 원하게 돼. 원츠에서 끝났어야 하는데, 성공팔이 강사들이 자꾸 얘기해.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지 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갖고 노력하라는 평범한 멘트들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문제는 이 원츠가 너무 커져서 내 디멘드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지. 월 1천만 원 버는 걸 원하다가 내 월급을 모두 300백만 원 수강료로 지불해 버리는 것처럼. 벤츠를 살 형편은 도저히 안되는데 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36개월 풀할부로 질러 버린다던지. 음치라서 랩도 못하는데 쇼미를 보고 힙합 스쿨에 들어가.


그렇다면 일단 나 스스로도 이 원츠와 디멘드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 나의 원츠는 뭘까.


그래 나도 경제적 자유, 아니 그냥 부자라고 하자. 부자가 되어서 여유롭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고 싶어.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서 사치스럽게 살고 싶어. 비싸고 좋은 음식 먹고, 부모님과 내 가족들도 편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돈, 부)


남들이 시키는 일 하지 안 하고, 내가 스스로 주도하면서 살고 싶어. 돈이 많아도 시간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면 그건 의미 없어. 여행도 편하게 다니고 가고 싶은 곳도 가고 싶어.(자기 주도성, 시간)


남들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혼자 돈 많으면 뭐 해. 카지노 게임이 날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날 존경했으면 좋겠어. 같이 막 뭔가를 하자고 하고,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고 싶지.(권력, 관계, 영향력)


맞아. 조금 솔직하지. 자본주의 사회의 때가 많이 묻었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여기 적은 세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일까?이른바 자기 계발 일타 강사들은 모두 이 세 가지 상품을 핵심적으로 팔고 있어. 즉 많은 사람들이 이 카지노 게임을 원한다는 거고(원츠), 계속해서 이런 상품이 만들어진다는 거지. 나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고. 그렇다면 약간은 사회화된, 지금 현실에 맞춘 나의 디멘드는 뭘까?


직장은 다니면서 정기적인 경제적 기반은 유지한다. 좋아하는 글쓰기나 뭔가 다른 것을 하면서 크지 않더라도 추가적인 수입을 마련한다. (돈, 부)


남는 시간에 내가 스스로 하고, 글이나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들을 꾸준히 한다.(자기 주도성, 시간)


만든 것을 계속 카지노 게임에게 카지노 게임의 피드백을 받는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비슷한 카지노 게임과 함께 모임을 만든다.(권력, 관계, 영향력)


핵심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원츠가 내 진짜 카지노 게임이라는 생각을 바꾸자는 거야.그 카지노 게임의 이면에는 핵심적인 가치들이 있고, 현실에서 그걸 추구하자는 거지. 하늘의 별을 보면서 구덩이에 빠지지 말고 눈앞에 반짝이는 반딧불을 보면서 길을 찾아가자. 그러면 정말 별에 가까운 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 현실에 맞춰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추구할 수 있는 것들을 카지노 게임하며 꾸준히 쌓아가 보자.현실과 미래가 행복하고 즐거워질 수 있는 방식이야. 원츠와 디멘드를 분리하고 한 번 솔직하게 적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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