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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Apr 25. 2025

미끼를 덥석 물어 버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여

영화 <괴물을 보고


대학 때 아동 발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은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내 자식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는 예견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아들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집에 데려왔는데 그 여자가 내 아들보다 키가 클 수도 있고, 외국인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동성일 수도 있다" 이 말은 아동학 전문 교수로서가 아니라 자녀를 키우고 있는엄마로서 하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가 생각이 다르다. 설사 생각의 줄기는 같더라도 확장의 방향과 실제삶으로의 구현은 다 제각각이다. 그리하여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나와 타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폭력이나 살상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면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걸음마 적부터 배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머릿속 생각의 지도를 따라 고유의 정체성과 함께 다양한 의식을 세워나간다. 가난을 경험한 사람, 범죄의 피해자였던 사람, 배신을 당했던 사람..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많은 일상의 감정 사고들은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내 일상의 습관과 말로 굳어져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해의 틀로 서로를 알아가는 탐색의 과정을 거쳐 친해질지 말지를 결정한다.


대학 시절에 한 학년 선배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는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무척이나 예뻤다. 돈 많은 집 외동딸이기도 했던 그 언니의구두, 가방, 옷은 모두 명품 브랜드였다. 어느 날 그 언니가 손바닥이 너무 건조하게 느껴진다며 피부과를 간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핸드크림 바르면 되지 뭘 저런 일로 피부과까지 가나.. 난 피부과에 가 본 적도 없구먼. 부잣집에서 외동딸로 자라서 어쩔 수 없는가 보네.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저러나..'그러다 같은 프로젝트 과제를 하게 되어 친하게 되었는데, 내 생각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털털하고, 유쾌하고, 심지어 성실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 언니는,부잣집의 예쁜 외동딸은 다 싹수가 없고 별로 일 것이라는 내 쪼잔한 선입견을 깨 부수어 버렸다. 동시에 나는 내가 이렇게 속 좁고 선입견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험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게 언제나 답은 아니었다.


최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가즈가 2023년에 만든 영화 <괴물(monster)에는 우리가 가진 선입견 혹은 편견이 어떤 결말에 이를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 가진 이해의 틀을 흔들며 마지막에는 비극적인 반전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나토와 요리는 한동네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다. 어느 날 미나토는 물통에 물이 아닌 흙이 가득 찬 채 귀가하고, 또 어느 날은 한쪽 신발이 없어진 채 집에 돌아왔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갑자기 차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던지기도 하고, 인간 머리에 돼지의 뇌가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한다.

미나토가 걱정된 미나토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지만, 이해할 수 없는 교사들의 행동을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손녀딸이 죽었다는 교장, 미나토를 때려 놓고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큰 소리를 담임교사, 로봇처럼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하는 또 다른 교사. 게다가 미나토의 담임교사에 대한 안 좋은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나는 미나토가 보여주는일상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보며, 그리고 미나토 주변의 사람들의 행적과 태도, 소문들을 보고 들으며 미나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미나토에게 나쁜 사람인지를 열심히 추리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마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영화는 미나토 엄마의 입장에서, 담임교사의 입장에서, 학교 교사들의 입장에서 상황의 실체를 보여주고, 영화 마지막에 미나토와 요리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의 진짜 이유, 진실을 보여주며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다. 나는 이 영화 제목 <괴물의 미끼에 걸려 누가 괴물인지를 찾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내가 바로 그 괴물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머리가 띵해졌던 것이다.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아닌지, 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정말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짐작하여 단정 짓고 그 사고의 과정이 진실을 찾아가는이해의 틀로 굳어지는 것, 그것을 선입견이라고 한다. 모든 순간 모든일을 일일이 팩트 체크하며 살아갈 수 없다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나를 홀리는 선입견이라는 미끼에 걸려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언제든 어디서든 내가 듣고 보는 모든 것들을 통해 진실이 아닌 것들이 던져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덥석 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이 맞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선입견부터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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