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아”
용건이 뒤따라오지 않는 메시지에 불려졌습니다
대답하기가 두렵습니다
업무상의 치명적인 실수라던가,
연인의 이별 통보라던가,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사고라던가…
내가 상정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최악인 상황을
상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으로 끝없이 시나리오를 펼쳐보는 나의 습관은
나를 내면의 불안 속으로 서서히 끌어내리는
슬프고, 위험한 재능이었습니다
천 중 구백아흔아홉은 그저 아무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낮은 확률의 그 단 한 번이,
내게 불안을 상상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