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오직 두 무료 카지노 게임(2017)
2017년 가을, 친한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벤트 선물로 책을 한 권 받았다. 신랑이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며 준비한 선물,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무료 카지노 게임'. 책 표지의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우리는 모두 잃으며 살아간다.
여기,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그 이후'의 삶이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인연의 결실'을 축복하는 순간 선물로 받은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잃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 묘한 부조화는 한참 동안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칠 생각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에서야 모두 읽어 내렸다.
이 책은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을 통해무료 카지노 게임의 상실, 그 뒤에 오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장인 '오직 두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는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딸의 관점에서 맞이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아이를 찾는다는 목적이 이윽고 결론이 되고 나서야 마주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인생의 원점'에서는 결국 돌고 돌아온 첫사랑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
총 7가지의 짧은 소설들을 관통하는 것은 무료 카지노 게임, 그리고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의 상실, 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감정들이다. 전반적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재밌게도 이 소설은 특정인 1인칭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무료 카지노 게임란 무릇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개념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특정인 1인칭의 시점으로만 서술될 뿐, 그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인 것 같아 보였다' 정도로 묘사되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읽게 된다. 독자가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결국 무료 카지노 게임의 끝, 상실로 결말을 맺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상실의 끝에 주인공들이 느끼는 심정은 절망이나 좌절감이 아니라 되려 후련해 보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끝을 두려워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종말이 상실이라면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반드시 갈등이나, 오해나, 질시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감정들이 산재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괴로움을 버티고 결국 무료 카지노 게임가 끝나버리면 그건 또 그것대로 괴로운 현실이라고 상상하며 두려워한다.
미움을 받을까 봐, 주변에서 손가락질할까 봐, 후회할까 봐.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되려 후련해하는 눈치다. 그냥,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그저 받아들이고 살아가면 된다. 가끔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질 때가 있다.
대부분의 책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위기, 절정, 결말에 집중할 때, 이 책은 그 결말 이후에 닿아 있어 흥미로웠다.
불교용어 중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이란다. 사람의 인연, 무료 카지노 게임에도 그런 게 있는 듯하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고, 그래야 할 때라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없으니 연연하고 안달낼 일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의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중독자였다.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 중 하나라도 놓치거나,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사람으로 존재감을 갖고 싶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스스로도 나를 정의하기 어려워서 타인의 평가가 필요했던 듯하다. 그러고 보니 무료 카지노 게임의 시작도 나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끝나고 남는 것도 결국 나였다. 책장을 덮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상실이 다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여담으로, 얼마 전에 모 웹툰 플랫폼에서 김영하 작가의 단편선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을 본 일이 있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지 8년이 지난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이상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궁금해서 다음주 회차를 기다리던 웹툰의 내용이 이 책의 내용이었다.
시절인연, 이 책과 나는 아무래도 첫 만남 후 8년이나 지나고서야 서로 맺어질 수 있는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였던 모양이다. 역시, 만나야 할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