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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재오 Dec 06. 2024

누굴 뒤에 태울 때는 꼭 킥 스탠드를 내려야 해

[소설] 아소산, 카지노 게임 추천, 그녀 2-4

* 지난 이야기


: 영혼을 첨부파일 보내듯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다른 사람의 몸이나 기계에 넣을 수도 있게 된 2040년, 주인공 J는 P와 함께 카지노 게임 추천를 타고 나카다케 화구로 오릅니다.



2037년 6월 13일 토요일 오전 9:03




어젯밤, 오이타(おおいたし) 시에서 가져온 새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몰고 있는 아키라(A)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쿠슈 섬에 남아 있는 같은 모델은 한 대도 빠트리지 않고 전부 확인한 뒤, 제일 마음에 드는 녀석을 정하고, 전 주인에게 '팔아달라'고 장장 1년여 동안 조르고 졸라서 넘겨받은 물건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를 타는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오, 이걸 아직도 타고 있다고요?'라면서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모델, 바로 2020년식 혼다 CRF 300이다.


2035년, 결국 혼다(HONDA)마저 더 이상 오토바이엔 엔진을 달아주지 않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잔디깎이에서 비행기까지 엔진이 필요한 곳엔 뭐든 다 만들어 주던 그 혼다가 말이다. 스쿠터 정도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트윈의, 골드윙의 후미에서 더 이상 흰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 어떤 뉴스보다 아키라에겐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회전운동이 즉시 회전운동으로 연결되는 그 단순함과 효율성엔 운전자의 기술이나 숙련도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담백하지만 그만큼 단조롭고 지루카지노 게임 추천.


이런 내연기관이 멸종되어 가는 이 시대에, 그토록 애타게 찾아다니던 CRF 300을 산 것이었다. 쿠미코에게 이 카지노 게임 추천를 자랑할 생각에 아키라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쿠미코-오오오!!!!”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아키라(A)는 쿠미코를 고래고래 불러댔다. 총 12가구가 사는 낡은 3층 연립주택, 쿠미코는 두바이 맨션 203호에 살고 있다. 아키라의 함성에 203호의 창이 드르륵 열리더니 쿠미코가 등장카지노 게임 추천.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인상을 찌푸린다. '토요일 아침이라고, 이 자식아!' 입 모양만 보고도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아키라는 호들갑스럽게 입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척한다. 그런 아키라를 보고 쿠미코는 피식 웃더니 창문을 닫고 얼마 후 입구로 내려왔다.


“이게 그거야?”


“응, 멋지지!”


쿠미코는 찬찬히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들여다본다. 앞 타이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도 보고 핸드폰의 불빛을 비춰 속에 있는 부품까지 꼼꼼히 들여다봤다.


“흠, 엔진 개스킷에 오일이 좀 비치네, 프런트 포크도 좀 새는 거 같고, 카울은 재치네? 다행히 사고 나진 않았나 봐. 어라, 그런데 여기 머플러는 왜 해 먹은 거야?”


쿠미코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걸 보며 아키라는 마치 자기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팔러 나온 사람이라도 된 듯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다.


“쿠미코오~ 내가 잘 보고 샀어, 이 사람 자기가 정비 다 하고 잘 관리하던 사람이야. 그 왜 재즈바 사장님이 소개해 준 사람이라고. 집에 카지노 게임 추천만 10대가 넘어. 엄청난 부자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부자 한 명도 없더라.”


꼼꼼히 살펴본 쿠미코는 '그래도 쓸 만은 하네'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얼마 줬다고?”


“아이! 이 사람! 그런 건 묻지 말고, 이거 가지고만 있어도 분명히 열 배는 오른다. 두고 봐라.”


“아이고, 항상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요.”


팔짱을 끼고 으스대듯 서 있는 남자 친구를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보다가, 쿠미코는 품속에서 한 뭉치의 지폐를 꺼낸다. 노란 고무줄로 묶인 돈다발은 한장 한장 정성 들여 모은 듯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자”


“이게 뭐야”


아키라는 예상치 못한 돈다발에 당황하며, 쿠미코의 얼굴과 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보니까 수리도 해야겠고 제대로 타고 다니려면 돈 좀 들어갈 것 같은데, 투자한다 치고 내가 좀 보태 줄게.”


“뭔 소리야! 나 돈 있어 걱정하지 마!”


“아니, 사양하지 말고 받아둬, 대신에 나중에 이거 팔 때 꼭 반은 나한테 줘야 한다. 그러니까 이 CRF 300, 반은 내 것이야. 알았지?”


단호한 쿠미코의 표정에 A가 한숨을 푹 내쉬며 지폐 다발을 못 이기듯 받아 든다. 싸워도 이길 자신이 없다.


“고맙소. 공주. 이제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반은 당신 거요. 아, 이거 투자받기엔 아까운데….”


“헬멧이나 줘봐. 타보게.”


“네, 주인님! 제가 한턱내겠습니다. 뭐로 대접해 드릴까요?”


“쿠사센리 휴게소 올라가서 화산재 라테나 한 잔 마시자.”


아키라는 싱글벙글하며 트렁크에서 흰색 헬멧을 꺼내서 쿠미코에게 건넨다. 쿠미코는 능숙하게 헬멧과 장갑을 끼고 카지노 게임 추천에 오르려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킥 스탠드를 내리지 않고 양발로만 서서 자신이 타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키라를 보고 대뜸 야단을 친다.


“너, 내가 나 타기 전에 카지노 게임 추천 킥 스탠드 꼭 내려놓으라고 했던 거, 또 까먹었지?”


“아! 맞다.”


아키라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슬그머니 왼발로 킥 스탠드를 끄집어 내린다.


“이게 뒷사람이 올라타다가 균형을 잃으면 너랑 나, 둘 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깔린다고. 날 태울 때는 꼭 킥 스탠드를 내려야 해. 알겠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너 다리도 별로 안 길잖아."


아키라가 발끈하는 걸 보고 쿠미코는 웃음을 터뜨렸다.


*


나카다케 화구는 현재 아소산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화산구다. 다른 화산구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지구 내부와 밖을 잇는 통로가 막혀 버렸다. 나카다케 화구는 유일하며 단출한 규모지만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거의 매일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조심성이 많은 일본인들은 화구의 분화 위험을 측정하고 예보한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들의 조심스러움을 유난스럽다고 비웃거나, 겨우 하나 남은 활화산이라며 무시하기에는, 나카다케 화구가 초래한 과거의 피해가 절대 적지 않았다. 몇 해 전에 있었던 분출로 100여 가구가 파손되었고 1,100여 명이나 되는 이재민이 발생했을 정도다. 오늘은 다행히 화구가 얌전하게 잠든 날이라 나카타케 화구를 오르는 길엔 오랜만에 차들로 북적이고 있다. J는 그 길을, A의 카지노 게임 추천 ‘혼다 CRF 300’에 P를 태우고 한껏 긴장한 채 오르고 있었다.




일본어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바꾸었지만, A(아키라)의 몸은 언덕길을 오르던 그때와 같은 마법을 부려내진 못카지노 게임 추천. 누군가를 뒤에 태우고 운전하는 것은 일종의 사사로운 기억으로 분류가 되는지, 힌트는 더 이상 없었다. A만 믿고 P를 태웠던 J는, 한참 자전거를 몰다가, 돌아봤더니 뒤를 잡아주고 있을 줄 알았던 부모가 손을 떼고 저만치 서 있는 걸 알아챈 아이처럼 당황카지노 게임 추천. 다행히 J는 모범생답게 큰 문제 없이 오토바이를 잘 몰아냈다. 힘들긴 했지만, 웬만하면 넘어지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 모는 거랑 뒤에 누굴 태우고 모는 거랑은 정말 다르네.'


J는 오늘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 중에 가장 힘든 코스라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길이 구불구불한 것도 아니고 고저 차가 심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J는 한 시도 도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풍경을 구경한다고 P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만 해도 작고 가벼운 CRF 300은 뒤뚱거리기 일쑤였다. 꼭 출렁이는 물통을 등에 이고 오토바이를 모는 느낌이었다. P는 그런 J의 마음도 모르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한껏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아, 저도 카지노 게임 추천를 빌릴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오랜만에 타니까 너무 좋네요. 와, 저기 봐요. 와! 저 하늘 보세요!"


바람이 휙휙 지나가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워낙 큰 소리로 말하는 통에 P의 말은 귀에 잘 들렸다. 그러고 보니 차마 주변까지 둘러볼 여유는 없어도 눈앞에 흐르는 풍경만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오를 수 있는 곳까지 다 올라와 버린 듯, 곧 하늘과 맞닿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동영상의 그곳까지 오게 되었다니 J는 감개무량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차들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아예 멈춰서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하필이면 오르막길이어서 미끄러질까 봐 J는 브레이크를 꽉 쥐고 두 발로 땅을 단단히 짚어야 카지노 게임 추천. 차가 설 때마다 J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뒤에 누가 타니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도 훨씬 더 어려웠다. 시동이 꺼질까 봐 조마조마카지노 게임 추천.


두 사람은 차들이 멈추는 이유를 곧 알게 되었는데 직접 차를 몰고 화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통과하지 않고 옆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타고 온 차를 몰고 끝까지 올라가는 듯카지노 게임 추천. A의 지도에 표시된 걸로도 아직 1~2km 정도 더 올라가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다가 세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뒤에 탄 P가 불안한 목소리로 J에게 물어보았다.


“어··· 잠시만요 지도에선 조금 더 올라가라고 되어 있어서요.”


J는 A가 굳이 더 먼 곳에 목적지를 표시해 놓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고도 싶었다. 요령도 생겼고 발도 수월히 닿으니 천천히 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주춤주춤 요금소로 다가가다 보니 어느새 곧 J의 차례였다.


그런데 앞에서 통행료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J는 고민에 빠졌다. 앞에 탄 사람들이 목에 건 태그 목걸이를 창밖으로 꺼내 계산하는 걸 본 탓이었다. 단말기에서 삑 하는 소리가 나고 걱정했던 것처럼 목걸이 주인의 얼굴이 2초 정도 영사되었다 사라졌다. J는 소심하게도 호텔 직원이 그랬던 것처럼, P가 자기 얼굴을 보고 나이가 너무 많다고 여기거나, A의 외모와 비교를 하고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


J는 결국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돈을 내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양발로 균형을 잡고 조심스레 재킷을 열고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빼냈다. 양 허벅지로 오토바이를 고정한 채 핸들에서 두 손을 떼고 무얼 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온 신경을 발끝에 두어야 카지노 게임 추천. 요금소 직원이 거스름돈을 받아 가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J는 받을 자신이 없어서 핸들만 꼭 잡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출발카지노 게임 추천.


뒤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P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


“흠, 지갑이랑 현금도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아, 네…. 현금만 받는 곳이 있을 것 같아서요. 따로 준비해 왔어요."


"태그 목걸이로 결제하면 훨씬 편했을 텐데요…?"


P가 어딘지 모르게 따지듯 묻는다. J는 죄라도 지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헬멧 속 얼굴이 새빨개진 채 대답카지노 게임 추천.


"그게…. 목걸이가 티셔츠 안으로 말려 들어가서 꺼내려니 쉽지 않았어요.”


"흠, 영혼으로만 여행을 오면서 지갑이랑 현금을 챙긴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P는 썩 그럴듯한 핑계는 아니라는 투로, 서먹하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요금소를 지나고 나니, 풍경이 그 전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변카지노 게임 추천. 조금 전까지 보았던 푸른 초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돌과 먼지들만 황량하게 남아, 꼭 큰 채석장이나 전쟁영화를 찍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풍경이 달라질 수가 있구나….'


그렇게 길이 끊기는 지점까지 올라가고 나니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카지노 게임 추천는 표시가 핸드폰에 나왔다. 언덕 위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였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분화구일 것이라 짐작카지노 게임 추천. J는 긴장을 풀지 않고 P가 먼저 내리도록 하고, 오토바이를 적당히 세웠다. 헬멧을 벗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탁 풀리며 J는 자기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들은 P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아키라 씨"


J는, 사실 A의 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자신이 다 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유치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나저나 카지노 게임 추천 운전 잘하시네요. 일본 오기 전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모셨어요?"


"앗…. 아니요. 사실 오늘 십 년 만에 몰아보는 거예요."


"네? 뭐라고요? 하하하… 십 년 치고는 너무 능숙하시던데요."


P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어하는 말투길래 J는 ‘뒤에 사람을 태우고 운전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놀랄 만하지, 나도 A의 몸에서 도와줄 줄 알고 태운 거여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절대 같이 안 탔을 거야….'


J는 속으로 '내려가는 길엔 P의 차를 불렀으니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카지노 게임 추천. P가 썼던 헬멧과 장갑을 받아 트렁크에 넣어 정리하는데 저 안쪽에서 핫팩이 J의 눈에 보였다.


“아 맞다! 여기 핫팩이 있어요.”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해요. 얼른 주세요. 올라오는 내내 손이 얼어붙는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겨울 다 지나갔는데 웬 핫팩을 넣어놨나 했더니 여기서 쓰라고 그랬구나.”


"아, 이것도 A 씨가 준비한 거예요? 흠, 준비성이 너무 철저한데요."


"그러게요."


그때 P가 슬쩍 떠보려는 듯 말카지노 게임 추천.


"혹시 여기에 누굴 데려오기로 한 거, 두 사람이 계획한 건 아니에요? 트렁크에 여자 헬멧도 들어있고. 호호호"


"그럴 리가요…. 전 정말 카지노 게임 추천만 타러 온 거라…."


"농담이에요. 농담. 뭐 십 년 만에 카지노 게임 추천를, 굳이 일본인의 몸을 빌려 타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죠."


P가 핫팩의 비닐 포장을 벗겨내며 또다시 비꼬듯 말한다. J는 서운한 마음에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니, 내가 A랑 작정하고 누굴 꼬드겨 볼 작정이었더라고 생각하는 건가?’ J는 억울카지노 게임 추천.


"와, 여긴 빌려주신 패딩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못 올라왔겠는데요."


P가 핫팩을 두 손으로 쥐고 옷깃을 여미며 J에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쿠사센리 휴게소보다 훨씬 기온이 낮았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J도 핫팩을 꼭 쥐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때 언덕 위에서 비틀비틀 휘청거리며 내려오는 휴머노이드가 J의 눈에 띄었다. 기계 몸이 뜻대로 제어가 안 되지 않는 건지 손발이 제멋대로 움직여 자칫하면 넘어질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 고장 난 휴머노이드의 화면 속 관광객은 낄낄대며 웃고 있었고, 옆에서 부축하는 휴머노이드들도 태평한 모습이었다. P가 별일 아니라는 듯 J에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저기 저분, 오류 생겼나 보네. 여기 화구 근처에서 가끔 저렇게 된다나 봐요. 제 친구들을 안 오길 잘했네요."


J는 호텔에서 온천에 바로 들어가지 말라고, 몸과 영혼의 결합이 약해질 수 있을 거라고 했던 직원의 말을 떠올리며 말카지노 게임 추천.


"우리는 별문제 없겠지요? 몸에서 영혼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진 않겠죠?"


"사람을 빌리면 저런 일이 거의 없다고 하던데요. 빌리자마자 오지 않는 이상은"


J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오전 10시에 이 몸에 들어왔으니 못해도 6시간은 훌쩍 넘었다. 걱정하는 J를 바라보던 P가 다시 비아냥거리며 말카지노 게임 추천.


"그리고, J 씨는 걱정할 필요 없지 않겠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봐도 이젠 그 몸이랑 찰떡궁합이 되신 거 같아서요. 본인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J는 아니라고, 이 몸엔 오늘 아침에 처음 들어와 쓰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P는 피식 웃고 말았다. J는 도대체 자기가 뭘 실수했는지 생각하며 언덕을 올랐다. 화구에 도착해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울타리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J와 P도 빈자리를 찾아 안을 들여다보았다.


"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로운 암벽 아래로 기묘한 빛깔의 물이 차 있었다. 주변에서는 수증기인지 아니면 틈새에서 새어 나온 유황 연기인지 몰라도 흰 연기가 끝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붉은 용암이 흘러 내리는 강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끔찍한 광경이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푸르렀던, 순해 보이던 아소산과는 완전히 딴 판인,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았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를 알 수가 없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디가 무너져 내리려는 건 아닌지, 혹시라도 화산이 분출하려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별것 아니라 여겼던 화구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J도 놀랐다. 암벽에서 토도 '톡' 소리를 내며 화구로 떨어지는 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안으로 자기도 함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썩은 달걀 같은 유황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카지노 게임 추천.


그때부터였다. J의 기분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자신과 일본인의 몸 사이로, 화구에서 나온 연기가 꼬물꼬물 스며들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연기가 자기와 A의 몸 사이 틈을 점점 벌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J는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도착해서 ‘남의 몸’이라는 감각이 이토록 생생하게 든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문득 A의 다리가 너무 짧게 느껴져서, 자기 영혼의 남는 부분을 그동안 질질 끌고 다닌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의 스타킹을 입고 엉성하게 걷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나 자신의 영혼이 구멍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머리카락을 만져봤더니 흐늘흐늘한 명주실 같던 머리카락 대신 굵은 낚싯줄같이 억센 것이 만져졌다. 낯설다.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을 바라보니 일본인의 손끝에서 야물게 마감되지 못한 자신의 영혼이 너울대며 화구 안쪽으로 조금씩 들어가려 하는 게 보였다. J는 자기도 모르게 "오"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자기의 일부가 흐물흐물하게 흘러 들어가는 걸 보다 보니 나른하고 몽롱해지는 것 같아 깨어나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바로 옆에 있던 어떤 일본인 관광객과 눈이 마주쳤다. 문득 될 대로 돼버리란 마음이 들어 J는 (A에게서 배운 대로) 한껏 눈웃음을 지어서 그녀를 바라본다. 역시나 그녀도 A가 마음에 드는지 눈빛이 흔들리고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P가 그런 J를 쳐다보다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카지노 게임 추천.


"확실히 잘 생기긴 잘 생겼나 봐요. 함께 다니기는 좋은 외모예요. 제가 다 으쓱하네요."


시샘과 배신감이 J의 마음을 채웠다. '이런 바람둥이 같은 얼굴이 뭐가 좋단 말이에요.' 소리 내 말하고 싶은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J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고 난간에 기댄다. 옆에서 P가 무심한 말투로 "괜찮아요?"라며 물어본다. J는 괜찮다고 말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J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늘 처음 만난 일본인 여자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소가 없으니 일본인 특유의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일본인으로 단숨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지극히 일본적인 얼굴이었다. 쌍꺼풀이 없는 눈은 답답하게 보였고 튀어나온 광대뼈는 심술궂어 보였다. 어쨌든 어딜 봐도 프랑스인이라 짐작할 만한 단서는 없었다.


J는 당황하며 시선을 돌려 다시 화구 안을 쳐다보는데 빠져나간 자신의 영혼 일부가 드디어 화구에 연결되어선, 옥색 액체와 섞여 점점 자기 얼굴로 빚어지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 얼굴이 슬그머니 눈앞에 다가와 J의 귀에다가 호통을 쳤다.


'스무 살이나 어린 일본인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정신 차려!‘


J는 화들짝 놀래버렸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J는 뒷걸음치다가 왈칵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비틀거리는 J를 P가 부축하고 두 사람은 화구 밑으로 내려갔다.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대피소에 들어가 의자에 J를 앉히고 P는 자판기에 가서 생수를 한 통 사 와 그에게 먹였다. 화구에서 멀어지니 다행히 J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다.


정신이 든 J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P와 함께 화구에까지 올라온 것을 후회카지노 게임 추천. 아무리 A가 도와줄 것이라고 오해카지노 게임 추천 치더라도, 10년 만에 오토바이를 몰면서. 생전 처음 보는 여자를 뒷좌석에 태울 엄두를 낸 게 부끄러웠다. 사고가 안 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누구였든지 간에 딸뻘 되는 동양인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쓴 것도 민망카지노 게임 추천. 주책도 그런 주책이 없었다. ‘이젠 정신 차려야지.’ J는 P의 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참, 옷. 드려야지."


한참 동안 J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만 있자, P가 어색해하며 말카지노 게임 추천.


"아, 차에 타시고 주셔요. 아니면 가지고 가셔도 돼요. 저도 어차피 일본에 두고 가려고 했었어요."


"아니에요. 저도 숙소에 가면 옷이 있어요."


무미건조해진 J의 말투에 P도 굳이 더 말을 걸지는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공기가 맴돌았다. 몇 분 뒤, P의 차가 도착해서 두 사람은 대피소 밖으로 나갔다. P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J에게 건넸다.


“즐거웠어요. 덕분에 카지노 게임 추천도 타보고, 화구도 못 볼 뻔했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P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카지노 게임 추천.


“저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음…, 카지노 게임 추천 운전 조심히 하시고요.”


"네, 여행 잘하세요."


마치 싸운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나누는 게 쑥스러웠지만 J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P를 태운 차가 언덕을 내려갔다. J는 얼른 숙소에 돌아가 푹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J는 자기 머릿속 식당에서 그늘 밑 엘리자베스가 깔깔대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J는 P가 썼던 헬멧과 장갑을 트렁크에 넣고, 그녀가 입었던 발렌드레 외투도 배낭에 집어넣었다. 옷가지에 그녀의 샴푸 향이 옅게 배어있었다. 귀 뒤로 새까만 머리를 넘기며 '괜히 몸이랑 싸우려고 하지 말라'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득 예의상이라도 연락처를 물어보고 보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헬멧을 쓰고 카지노 게임 추천에 올라 시동을 걸려는 순간, 멀리서 P가 타고 간 자동차가 다시 돌아와 빵 하고 경적을 울렸다.


“아무래도 A 씨를 빌리신 게 맞긴 한 거 같아서요.”


멋쩍게 차에서 내린 P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네?”


“아, 긴가민가했거든요. 진짜 일본에 여행 온 사람이 맞나 싶어서요.”


“음···?”


“아니면 너무 고단수라 제가 또 속나···.”


“네? 뭘 속아요.”


“아니 뭐 그게 저한텐 중요하진 않은 것 같고, 하여튼 연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 저는 핸드폰이 없어서요.”


“안 그래도 그럴 거 같아서 아까 휴게소에 가서 배낭 보내줬던 호텔 어디냐고 물으려다가 너무 구차한 거 같아서 되돌아왔어요.”


“하하하···”


“호텔이 어디예요”


“근데 아소시에 있는 호텔이 아니에요.”


J는 우물쭈물카지노 게임 추천. P는 미간을 얕게 찡그리며 J를 쳐다봤다.


“세이후소 호텔이에요. 제 이름 대시면 연락될 거 같아요.”


결국 J가 대답카지노 게임 추천.


“알겠습니다. 아참, 근데 언제까지 계시죠?”


“내일모레, 아침에 떠나요.”


“아이고. 여행 일정이 엄청 짧네요.”


“네, 진짜 아소산 구경만 하려고 왔거든요.”


J는 그간 억울카지노 게임 추천는 듯, 속내를 털어놓는다. J의 이야기를 들은 P의 표정이 약간 풀어졌다.


“그리고 저 나이가 많아요. 이 A 씨보다 열댓 살이나 위에요.” J가 덧붙였다.


"열다섯이요? J 씨, 생각보다 나이가 많지 않네요."


P가 또다시 혀를 날름 내밀면서 웃는다. 장난기 어린 표정에서 다시 프랑스인의 얼굴이 비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 S 씨보다 딱, 열 댓살 많아요. 알겠어요. 연락드릴게요. 이거 또 너무 늦게 가면 이 아줌마들이 뭐라고 할지 겁나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P를 태운 자동차가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J 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그나저나 저렇게 민망하면 혀 내밀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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