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죽고 싶은 거야
한동안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마주쳐도 나는 금세 자리를 떴다. 그 사람은 내게 얼굴이라도 보자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사람에게 위로를 바라거나, 애정이 가득한 무언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 하나를 더 죽였다는 죄책감 하나 때문에 회피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신 나는 그 친구, 영을 자주 만났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의사 말을 무시한 채 술을 목구멍으로 들이부었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의사 말을 무시한 채 자꾸만 담배를 빨아댔다. 영은 아무것도 몰랐으므로 그저 내가 유흥에 미쳐있는 줄로만 알았다. 반은 맞는 말이니 구태여 변명하지 않았다.
영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온 여자가 있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수십 번 반복한 그 여자는 다툼이 일어날 때마다 영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웠다. 집 안의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깨뜨리며 소란을 일으킨 다음, 이웃이 시끄러운 소리에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할 때면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영이 자신의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애원했다. 영은 계속해서 그 여자에게 폭력을 일삼는 나쁜 남자친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영은 헤어지지 못했다. 여자가 다시 연락이 오면 병신처럼 또 데리러 가선 그 여자를 안았다.
내가 그 여자에게 약점 잡힌 것이 있기라도 하냐며 웃었으나 영은 따라 웃지 않았다. 이상함을 감지한 내가 고개를 비틀며 정말이냐고 물었다. 영은 대답 대신 술을 들이켰다. 차라리 여자가 생겼으면 좋겠어. 영은 그렇게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차마 그 약점이 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것과 같을까 봐. 그냥 왠지 모르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랑 같이 살래?”
영은 그렇게 물었다. 나는 조소했다. 사랑으로 살아도 헤어지는 판국에 아무것도 아닌 너와 내가 같이 살면 평화로울 것 같냐고 반문했다. 사랑 없이 사니까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영은 슬픈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도 일정 부분 동의했다. 세상을 망치는 것은 사랑인 듯했다. 놓지도, 가지지도 못해 슬픈 인간들이 괴로운 근본이 결국엔 사랑이라고. 그러니 사랑하지 않는 우리 둘이서 사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일이라고. 나도 모르게, 그리고 영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날 사랑 없이 키스했다.
영은 그 여자와 함께 있을 때면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뭐, 상관없었다. 술을 퍼먹을 때나 필요한 존재였으니까. 전에 만났던 애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아, 나 생일이구나. 그때서야 알았다. 엄마와 아빠는 해외여행을 떠나 집에 홀로 있어 날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내가 고맙다는 답장을 하자 전 애인은 내게 바다를 보러 가자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다. 내가 살면서 약한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술과 바다가 아닐까. 그러자고 답카지노 게임 사이트.
얼굴 보기가 힘들다는 그 사람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로.
전 애인과 부산에 갔다. 힘들어서 죽어버릴 것 같아 하염없이 울기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무 말도 않는 전 애인을 옆에 두고 윤을 처음 만났던 바닷가 그 자리에 앉았다. 옷이 두터워져 모래알이 우글우글 소리 지르는 것이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환청 때문일지도 몰랐다. 죽고 싶었다. 나는 무작정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전 애인이 따라 들어왔다.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내가 소리쳤다. 전 애인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우악스럽게 나를 끌고 바다 밖으로 나왔다.
“죽으라고 데리고 온 거 아니야. 좋아하니까 데리고 온 거지.”
“좋아해서 죽고 싶은 거야.”
그리곤 근처 모텔로 가 젖은 몸을 씻고, 전 애인이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 애인은 내 몸을 여러 번 만졌으나 나는 별 감흥이 없어 손을 걷어내기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들은 이런 걸 왜 하나, 다시 한번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사람이랑 잘 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나. 영과 키스할 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나. 내가 혐오스러워져 소리를 왈칵 질렀다. 어쩌면 눈물을 쏟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에서 돌아와선 영과 또 한 번 만나 술을 먹었다. 영은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무엇이 미안하냐고 묻자,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네가 내 연락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냐고 묻자, 그건 아니지만ㅡ 하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모든 이는 자꾸만 관계에 이름을 붙이려 한다. 구속하고 속박하며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리고 다신 안 볼 사이로 찢어지고 갈라선다. 나는 이게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그 사람과 그럴 수 없어서 생각해 낸 자기 합리화라는 것을 나는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