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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키 Feb 21. 2025

2. 카지노 쿠폰 알렌, 애니홀

‘카지노 쿠폰! 이따가 공강시간에 우리 동아리방에 안 와볼래? 재밌는 영화 상영하는데.’

정은의 문자를 받은건 카지노 쿠폰이 영어문학개론 수업을 마쳤을 때였다. 모처럼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기도 해서 카지노 쿠폰은 정은이 알려준 영화 동아리 ‘씨네헤븐’의 모임장소가 있는 학생회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똑똑똑.

닫혀있는 동아리방 문을 노크하고 들어서자,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꽤 거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키와 큰 체구의 남학생 한 명이 혼자 앉아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떠올리게 하는 인상이랄까. 대인기였던 그 만화책을 카지노 쿠폰은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지만 두 살 터울 친오빠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걸 대충 훑어본 바로는 그럴 것 같았다. 카지노 쿠폰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누구냐는듯한 뚱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떴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성정은 이라는 친구가 초대해서 왔는데요..”

“아아, 정은이 잠깐 화장실 갔어요.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죠. 저는 한성주 라고 해요.”

아는 이름이 들리자 그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 무표정이었을 때와 웃을때 인상이 확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다소 뚱해보이다 못해 위협적인 느낌의 얼굴이 순식간에 순박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으로 바뀌는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 정은이 간식거리와 캔맥주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

“어, 카지노 쿠폰이 왔네?!”

“응, 오늘 과외 안 가는 날이어서.”

“잘됐네! 참, 소개해줘야지. 이쪽은 우리 동아리 같이 하는 한성주 오빠. 전자공학과셔. 이쪽은 내 고등학교 때 짝꿍이자 우리 학교 영문과 오카지노 쿠폰이에요.”

“정말? 끈끈한 인연이네! 고등학교때 짝궁이랑 같은 대학을 다니게 되다니.”

“카지노 쿠폰이가 우리 동아리에 가입을 고려하고 있대서 와보라고 했어요.”

“오, 좋지! 저희 동아리 가입하세요. 재밌어요. 흐흐”

성주가 반색을 표하자, 내가 언제? 라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카지노 쿠폰을 모르는척 하며 정은은 카지노 쿠폰에게 맥주 한 캔을 쥐어주었다. 그 사이에 몇몇 동아리 회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 중 키가 크고 훤칠한 인상의 남자가 정은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정은이 일찍 왔네?”

“네네, 오늘 친구 데려왔어요. 오카지노 쿠폰 이고, 저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고, 심지어 짝궁이었어요. 지금은 우리 학교 영문과 다녀요.”

“오! 고등학교 때 짝꿍끼리 같은 대학을? 대단한데?! 잘 오셨어요!”

정은이 앵무새처럼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 하자, 그는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는 경영학과의 김준호 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치노 팬츠에 깔끔한 하늘색 스트라이프 버튼업 셔츠를 받쳐입은 그는 한눈에도 수려한 콧날과 깊은 눈매를 한 호감형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쾌활하고 친절한 인상이었다.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어색해하는 카지노 쿠폰과 달리 자신만만해 보인달까.

정은이 성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 볼 영화가 뭐였죠?”

“카지노 쿠폰 알렌. 애니홀.”

“아, 그 나르시스트 감독? 그 사람은 엄청 못 생기고 말라깽인데 항상 자기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고 자기가 맨날 멋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던데.”

정은의 말대로 영화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디알렌은 남성성을 느끼기에 깡마르고 괴짜 같아 보였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수연은 여주인공역으로 나오는 다이앤 키튼이 선보인 양복 조끼, 셔츠, 통 넓은 바지와 같은 중성적 스타일의 패션과 남녀주인공들이 시시때때로 사랑을 나누고 언쟁을 벌이며 걸어 다닐 때 등장하는 뉴욕의 풍경들이 꽤 멋져 보였다. 영화 감상 후에는 영화에 대한 회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고, 자리는 계속해서 학교 근처 호프집에서의 뒤풀이로 이어졌다. 다른 동아리 회원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는 정은 옆에 앉아 조용히 맥주를 마시는 수연의 곁으로 준호가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맥주잔을 그녀의 잔에 부딪히며 물었다.

“카지노 쿠폰씨, 모르는 사람들 많아서 좀 어색하죠?”

“아.. 아니에요, 재밌어요.”

“아까 영화 어땠어요?”

“아…재밌던데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에 카메라가 제삼자처럼 레스토랑 안에서 창밖의 앨비와 애니의 헤어지는 순간을 비추고 있는 구도가 인상 깊더라고요.”

“오, 수연씨도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구나! 저도 그랬어요. 거기서 마지막에 우디 앨런의 내레이션도 공감이 많이 갔고요. 남녀간의 사랑이 그토록 비이성적이고 광적이며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는 그 부분...”

카지노 쿠폰 앨런의 내레이션을 언급하며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수연을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남자치고 긴 그의 속눈썹이 예쁘다고 생각하며 수연은 어쩐지 부끄러워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복학생인데다 중간에 휴학까지 했었어서 수연보다 5살이나 위라고 했는데, 거의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쾌했고 말이 잘 통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카지노 쿠폰은 준호를 계속해서 떠올렸다. 버스 차창 사이로 살랑거리며 부는 봄바람이 뺨과 이마를 기분 좋게 간질였다.카지노 쿠폰은 그것이 무척이나 달콤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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