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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키 Feb 21. 2025

11. 그리움


“야, 달달한 거 먹으며 기분 전환 좀 해. 어떤 맛 먹을래?”

베스킨라빈스 매장에 선 정은은 총천연색과 버라이어티한 맛을 자랑하는 아이스크림들을 가리키며 수연에게 “어제 과외비 받았으니까 오늘은 이 언니가 쏘마”라고 으스댔다. 카지노 게임 그 날 이후로 준호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준호가 몇 번씩 전화를 했고 문자를 남겼지만 카지노 게임 답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봐 두렵기도 했다. 기말 고사도 끝났건만 울적함에 젖어 집에 틀어박혀 있는 수연을 보다 못한 정은이 기분 전환이나 하자며 불러낸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 정은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불쑥불쑥 울적한 마음이 솟아났지만 그래도 정은 덕에 조금은 그 마음을 잊을 수가 있었다.


“이거 먹고, 이대 앞 가서 옷 쇼핑이나 하자. 저번에 본 우리 과 선배 언니 기억나? 엄청 잘 꾸미고 센스 카지노 게임 언니 있잖아. 그 언니가 추천해준 보세 옷 가게가 있어. 진짜 미스터리인게, 옷장을 보면 옷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새로운 계절이 오면 입을 게 이리도 없는지 몰라? 작년 여름엔 뭘 입고 다녔던 걸까?”

“그렇지 뭐. 모든 여자들의 공통적 특징 아닐까. 철마다 옷을 새로 사야 할 것 같은 카지노 게임 드는거.”

사실 준호 생각이 머리에 반쯤 차 있는 상태라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그런 카지노 게임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듯 정은은 “내 말이!” 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카지노 게임아, 그…성주 오빠 말야. 전에 한번 우연히 밥을 한번 같이 먹었거든? 얘기하다 보니 사람이 되게 달라보이더라? 의외로 엄청 박식해. 생각도 깊고.”

왠일로 성주의 칭찬을 하는 정은을 보며 카지노 게임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치켜떴다.

“너…성주 오빠한테 혹시 관심이라도 생긴거야?”

“아니야!! 절대 그런건 아니구!! 그냥, 카지노 게임했던 이미지랑 다르다, 이거지.”

카지노 게임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정은은 펄쩍 뛰었지만 어느덧 ‘성주 오빠도 체리쥬빌레 맛 아이스크림 좋아한댔는데 이따 한 통 사다줄까’ 라는 식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옷 쇼핑 후에 홍대 앞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클럽에 가볼까 야심찬 계획도 세워보았지만 저질 체력 탓에 두 사람은 다른 날 다시 보는 것으로 합의하고 헤어졌다.


하루종일 돌아다녀서인지 수연은 무척이나 피곤했다. 정은의 부추김과 갑자기 내린 지름신 탓에 충동 구매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스트레스 탓,이라고 합리화 해보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사실 좋으면서도 불편한 양가적 감정은 대학생이 된 후 내내 수연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학교 앞 분식집이나 동네 주변 상권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에 비해 대학생이 된 후 수연과 정은의 활동영역은 서울 곳곳의 핫플레이스로 확장되었다. 신촌, 명동, 대학로, 압구정, 강남역 등을 누비며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셨으며, 공연을 보았다. 누구도 터치 하지 않았고 인생에서 그때만큼 마음 편히 삶을 만끽할 수 있는 때도 없었다. 그들은 젊었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갑작스레 주어진 이 자유가 수연에게는 묘한 불안감을 주었다. 워낙에 계획형 인간인데다 그즈음 꽤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 준비로 고생 중인 사촌언니를 만난터라 더욱 그랬다. IMF 여파로 정규직 채용이 줄었고, 기업들도 경력자를 선호해 취업 관문을 뚫기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인문계 전공자는 그때도 이공계에 비해 취업이 더 어려웠다. 미래는 불확실했고 처음으로 마음 깊이 담은 사랑은 엉망으로 어그러질 판이었다.

쇼핑백들을 양손에 들고 터덜터덜 집 앞에 다다랐을 무렵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토록 자존심 상하게 했고 미웠지만 그만큼 보고 싶었던 사람, 준호였다.

“카지노 게임아…”

조금은 초췌해진듯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카지노 게임 마지막 자존심에 차가운 척 했지만, 실은 분노보다 반가움과 안도감을 느꼈다.

“잘 지냈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받길래…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조금 걸어나가면 호수 공원 있어요. 거기서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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