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시작, 첫 만남, 국화
마포대교 위에 섰을 때, 하린은 처음으로 무언가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발은 하얗게 흩날리고, 차가운 바람은 살을 뚫고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다. 주머니 속 손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상의 고통은 감각을 둔감하게 만들었고, 삶이라는 말은 이미 그녀의 사전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발끝을 난간에 걸쳤다. 도심의 소음이 멀게만 들렸다. 자동차 소리, 강 건너 전광판의 빛,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세상의 언어처럼 멀게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잘 있었지, 오빠.”
그 순간, 어깨를 툭 건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놀라서 돌아보니,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얼굴. 희미하게 마른 체형에 축 처진 눈동자. 그가 들고 있는 건 국화 한 송이였다.
“같이 죽자.”
그 말은 얼토당토않았다. 그 어떤 문맥도 없이 튀어나온 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인상을 찌푸렸다.
“…뭐?”
“같이 죽자니까.”
소년은 다시 말했다. 당연하다는 듯,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하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국화를 내밀며 덧붙였다.
“죽으러 올 땐, 국화 한 송이 들고 오는 거야. 복 받은 사람은 죽을 때도 꽃 한 송이 안고 죽는다더라.”
잠깐의 침묵.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미친 거 아냐?”
소년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한 손으로 난간에 올라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손목을 살짝 붙잡았다.
“어차피 죽을 거잖아. 근데 말이야, 이왕 죽을 거면… 누군가는 네가 죽었다는 걸 기억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 말은 이상하게 뇌리에 오래 남았다. ‘기억’이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그게 더 낫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 이상한 소년이 ‘기억’이라는 말을 꺼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넌 이름이 뭐야?”
“…이진.”
“이진? 몇 살인데?”
“너보다 어려.”
“…내가 몇 살인지도 모르면서 뭘 그렇게 당당해.”
“느낌이 그래.”
그는 여전히 미소도, 표정 변화도 없이 말했다. 하린은 그런 이진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이진은 이 추운 날, 이렇게 덤덤하게 국화를 들고 죽음을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날을 기점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상하게도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죽으려다 누군가에게 붙잡힌 것도 아니고, 무언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다음 날 그 소년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노란 국화를 들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어제는 죽기엔 날씨가 좀 아쉽더라. 죽으려면 눈이 좀 더 쌓여야 예쁘지 않겠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넌 진짜 이상한 애야.”
“고맙다. 그 말, 자주 듣거든.”
그들은 그렇게 매일 마포대교 아래에서 만났다. 이진은 하루도 빠짐없이 국화를 들고 나타났고, 하린은 이유도 모른 채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어떤 날은 붉은 국화를, 어떤 날은 연분홍 국화를, 어떤 날은 시들어가는 국화를. 이진은 국화를 건넬 때마다 그날의 꽃말을 말했다.
“오늘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래.”
“오늘은 ‘기다림’이야.”
“이건 ‘죽음을 품은 희망’이라는 뜻이래.”
하린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국화를 받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진은 죽자고 말했지만, 그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히려 살아 있으려 애쓰는 사람 같았다.
그들이 함께 걷는 겨울, 눈은 더욱 자주 내렸다. 하린은 이진이 언제부터 국화를 들고 다녔는지, 왜 하필 마포대교였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항상 같은 대답만 했다.
“기억에 남고 싶어서.”
그러던 어느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조심스럽게 물었다.
“넌, 진짜 죽고 싶어?”
이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죽을 거야.”
“…그게 무슨 차이야?”
“죽고 싶은 건 감정이고, 죽을 거란 건 사실이야.”
그 말은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하린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 후로 하린은 매일 이진을 기다렸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하루에 이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죽으려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다시 살아가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바뀌고 있었다.
이진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날, 그는 하얀 국화를 들고 있었다.
“오늘의 꽃말은 ‘기억’이야. 마지막이니까.”
그날 이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린은 더 이상 난간 위에 서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국화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매일, 다른 색의 국화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이진을 위한 글을 썼다. 국화서점의 구석 작은 책상에 앉아, ‘기억’이라는 주제로. 이진이라는 소년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그녀는 이제 안다. 이진은 죽으려 했던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