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한 벚꽃이 한가득 피어난 봄날 우리 부부는 벚꽃 데이트가 아니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따라 야외 테니스 카지노 가입 쿠폰장으로 갔다. 나의 목적은 불순하게도 실력을 드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피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비록 일주일에 단 한 번 하는 연습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경험칙으로 샤랄라 한스커트 대신 무릎이 늘어난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다. 얼굴엔 시간 차를 두고 정확히 두 번 선크림을 발랐고 그 외에도 노출이 되는 목과 팔뚝까지 덕지덕지 발랐다. 가끔 여름철 등산할 때 끼는 손가락이 뿅뿅 뚫린 에어매쉬 반장갑도 꼈다. 누가 보면 산을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짐작할 수 없는 패션이다. 지난주 야외로 연습하러 가며 물 한 병 챙기지 못해 타는 목마름을 느꼈던 우리는 보기 좋게 스타벅스 커피까지 테이크 아웃해 의기양양하게 야외 카지노 가입 쿠폰장으로 갔다.
때마침 혼합 복식팀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아마추어 선수가 왔다. 자세부터 남달랐다.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봤던 점프 하며 카지노 가입 쿠폰 내리치는 서비스 장면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나도 모르게 자꾸 옆 코트로 눈이 돌아갔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절로 주눅이 들었다. 지난번엔 카지노 가입 쿠폰 맞히든 못 맞히든 자신 있게 쳤는데 이번엔 괜히 위축돼 네트를 넘는 공이 확실히 줄었다. 공은 내 속도 모르고 자꾸 하늘로 치솟았다. 공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고개를 젖히다 내가 쓰러질 거 같아 이 모든 걸 운에 맡겼다. 부디 내 머리에만 떨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제발 저 옆 코트로 떨어지지 않기를.
공은 사방팔방 자유롭게 공중을 날아다녔다. 그저 존재감 없이 투명 인간처럼 테니스를 치고 싶었지만 내가 쏘아 올린 공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이번엔 공이 테니스장을 너머 밖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두 개나. 순간 나는 공의 가격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싼 공을 두 개씩이나 잃어버려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려 밝게 웃었다. 건너편 코트에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땀을 주룩주룩 흘리는 남편이 쿨하게 다른 공을 잡고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린 같은 시공간 속에 다른 경기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인내심을, 나는 멘털과 싸움을 벌였다. 분명 나는 아마추어 선수와 테니스를 치는 게 아닌데 내 마음은 옆 코트에 가 있었다. 그저 조용히 연습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자꾸 목소리를 키웠다.
“몸이 너무 느려. 발을 더 빠르게 움직여야지.”
“그렇지. 잘했어.”
잔소리와 추임새의 경계를 오가는 그의 말이 나의 미천한 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거 같아 무척 창피했다. 그럼에도 해를 마주 보는 자리에 서서 전적으로 내게 맞춰주는 공을 던지는 남편이 고맙고 미안해 나는 연거푸 웃음으로 무마했다.
제대로 랠리를 해야 하는데 스타카토처럼 자꾸 맥이 끊겼다. 어쩌다 내가 알맞게 공을 맞히면 남편은 예상하지 못한 채 공을 쫓다가 기진맥진해지는 상황만 자꾸 연출됐다. 우리가 가져간 공 한 바구니를 다 치는 데 대략 10분~15분 정도 걸렸다. 공 줍기를 빌미로 잽싸게 벤치에 앉아 아이스 라테를 쪽쪽 빨아 마셨다. 하늘은 푸르고 봄바람은 상쾌하고 속은 시원했다. 공을 주우러 다니는 남편에게 내가 다 주울 테니 앉아서 쉬라고 큰 소리 뻥뻥 쳐놓고 나도 같이 앉아 쉬었다.
오늘도 테니스 연습이 아니라 공 줍기 운동을 하며 땀을 많이 흘렸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은 1시간뿐이라 다시 코트로 돌아가 우리만의 경기를 시작했다. 아이스 라테를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공을 잡으러 뛸 때마다 배 속에서 파도가 쳤다. 꿀렁꿀렁 풍랑이 일었다.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 점점 더 쳐졌다. 나의 속사정을 모르는 남편은 더 빨리 움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철렁거리는 뱃속을 보여줄 수도 없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던 속담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 보다.
“나는 오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같은 멋있는 말을 쓰고 싶지만 나는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를 카지노 가입 쿠폰했을 뿐이다. 원래 처음엔 좀 헤매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라켓에 공이 척척 맞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엔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헤맸다.
남편과 나는 잃어버린 공을 찾아 경기장 밖으로 나가보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장 옆은 한적한 산책로였고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던진 공은 영문을 모른 채 풀밭에 올라가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형광 연두를 발견한 나는 신나게 뛰어갔다. 아무래도 오늘 운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