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결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숙은 싫다고오.
완숙으로 해달라고, 완숙만.
......
에잇,
됐다. 됐어.
나 안 먹을래.
새벽녘에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저 남정네는 내 아들이 아니다.
차라리 아들내미였으면 "이 좌식이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라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철없는 아이의 반찬투정이 아니었기에,
나랑 같이 산지 3개월 된 새 신랑의 대사였기에,
너무 놀라서떡 하고 벌어진 입이 헙하고다물어지질 않는다.
연애 시절 항상 의젓하고, 듬직해서 기대고만 싶었던 나의 오빠가.
지금껏 나한테 큰 소리 한 번 내본 적 없는 그가 맞는 걸까.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억울함마저 든다.
너무 놀라서 귀가 막히고 눈까지막혔나.
젠틀하던 나의 신랑이 이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숙 시져 시져 실타고오~ 웅냥웅냥"
징징이로 보이는 착시 효과마저 인다.
"아니, 이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한 마디 내뱉고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누르며 아침상을 물렸다.
새벽부터 출근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 붙잡고제대로 싸우자며말꼬리 잡고 늘어질 배짱은 없었으니까.
당신한테선 벽이 느껴져. 바로 완벽.
절대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를 하고 싶어서 빌드업하려는 수작은 아니다.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보다,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보다,
좁힐 수도 없고, 절대 무너질 리도 없는 이해의 벽을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다.
INFP 여자와 ISTJ 남자가 만났다. MBTI가 유행하지 않던 시절에 만나 서로의 다름을 한 단어로 간편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확신은 할 수 있었다. 내향형인 'I'를 빼고는 모든 기질이 상극이란 것을.
이과 vs 문과
이성 vs 감성
현실 vs 이상
안정 vs 변화 추구
닭가슴살 vs 닭다리
탕수육 찍먹 vs 부먹
고기의 굽기 정도: 웰던 vs 레어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반대인 면모들을 속속들이 발견했지만 희한하게 싫지 않더라.
정반대라서 오히려 좋았다.
이성적, 합리적, 극 효율 중심의 그가, 감정에 충실하느라 다소 변덕스럽고 모순적이던 내 단점을 채워 줄 이상적인 사람이 아닐까. 전생에 정인과 나눠 가진 거울 반쪽을 현생에 그를 통해 돌려받는 거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콩깍지가 두터웠다.
차라리 N극과 S극인 편이 자석같이 착 달라붙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마주 보고 얼마나 웃었던가. 식성마저 반대라서 치킨 궁합에서조차 시너지를 발휘하니, 부드럽고 기름진 걸 좋아하는 내가 닭다리를, 퍽퍽하고 담백한 걸 좋아하는 그가 닭가슴살을 먹으니까 소외되는 부위가 없네. 이를 두고 천생연분이라며 얼마나 깨방정을 떨었는가. 두 치, 세 치 앞을 못 보고 말이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과 인간의 사랑처럼, 반대 기질을 타고난 서로에 대해 신기해하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까. 콩알만 한 공통점이라도 발견할라치면 그게 그렇게나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수한 다른 점들 사이에서 건져 올린 같은 점들을 모래사장에서 찾은 진주알처럼 여겼으니까.
이 정도의 다름이라면 충분히 싸울 법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연애 기간은 평화로웠다. 서로가 통한다는 믿음 한 자락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개그콘서트에서 같은 장면을 보고 웃음이 터지는 유머 코드와 결과보다는 과정 속에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같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는 다르다.
반대인 사람들이 만나면 잘 산다는 말 대체 누가 시작한 걸까? 아마 극렬하게 싸우면서도 끝끝내 헤어지지 못하는 커플들이 자기 위안 삼아 퍼뜨린 합리화는 아닐까. 남자 친구가 매일 자기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같이 살아야만 하는 일상 속에서 그간의 다름과는 성질이 다른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혼 기간 내내 우리는 차이의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치킨과 맥주를 정갈하게 차려놓았다.
끼익-
철컥-
그가 돌아왔다.
편하게 있던 자세를 고쳐 앉고 팔짱을 꼈다. 지금 잔뜩 화났으니 긴장하이소란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으며.
"오빠, 우리 얘기 좀 해요."
"......"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프라이로 그렇게까지 화를 낸다는 게."
"맞아, 아침엔 내가 너무 심했던 거 같아. 근데나도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고 탁 내려놓음과 동시에,그는 봇물 터진 듯이 하소연을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프라이의 익힘 정도, 이븐 하게? 노노. 백반집에서 볼 법한 흰자 가장자리가 빠삭하게 탄 듯이 구워진 완숙을 좋아한다고 누누이 얘기했다고. 그럼에도 상에 오르는 내내 반숙이라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프라이가 밥상에 등장하는 빈도만큼이나 서운함도 비례해서 쌓이더라.자기가 도통 내 말을 귀 담아 듣지 않는 건가란 생각이 들어서, 챙김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새벽이 바로 그 인내심이 폭발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계점이었던 거야.
게다가 내가 먹기 힘들어하는 물컹한 식감의 가지와 버섯 반찬이 너무 자주 나오는 거 알고 있어? 아무리 자기가 초딩 입맛이라고 놀려도, 가지와 버섯이 영양학적으로 슈퍼 푸드라 해도, 나도 싫은 건 싫은 거야.
그리고 말 꺼낸 김에 얘기할게. 치약 좀 맨 끝에서부터 짜서 쓰면 안 돼? 중간부터 짜면 낭비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은근히 스트레스야. 설거지는 밥 먹고 바로바로 해야지, 왜 두 끼, 세끼를 쌓아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야? 냄새나고 곰팡이 필 수 있잖아. 빨래 갤 때, 러닝셔츠와 팬티는 내가 접는 방식대로 부탁해요. 그게 보기에도 깔끔하고 서랍장에 정리하기 좋아."
"계란 프라이는 할 말이 없다. 인정. 당신은 분명 여러 번 말했는데 반숙만 내오는 내 똥고집에 얼마나 속이 터졌겠니. 반대로 내가 챙김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엄청 서운해하고 삐지면서, 당신 입장에서는 생각을 못했다. 미안해.
버섯과 가지도 그 정도로 싫을 줄은 몰랐어. 그동안 많이 참고 먹어주는 거였구나. 실은 가지와 버섯이 다른 채소들에 비해 많이 싸. 장 볼 때 예산을 생각하면 저렴한 재료에 손이 더 자주 가게 되는 건 사실이야. 앞으로 줄이도록 할게. 대신 오빠가 좋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시지볶음 주 2회 보장할게. 아, 소시지볶음에 파프리카랑 당근은 넣어도 되지? 우리 혼자살 때보단건강하게 먹읍시다.
치약 중간부터 짜는 건 30년 동안 해온 내 습관이라 단번에 바뀌긴 힘들 거야. 그냥 치약튜브 짜개를 사요. 거기에 끼워쓰면 남김없이 쓰게 되고 해결되잖아? 설거지는 매 끼 먹자마자 바로 하는 걸로 노력할게요. 빨래 개는 건 오빠 방식으론 도저히 못하겠어. 어차피 바로바로 꺼내서 입을 건데 그렇게까지 야무지고 흐트러지지 않게 개어야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우리 그냥 각자가 잘카지노 게임 사이트 걸 도맡아서 해요. 빨래는 오빠 담당이니까 개는 것도 같이 해줘요.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비워지는 맥주 캔과 쌓이는 치킨 뼈다귀의 개수만큼 우리 이해의 벽도말랑해지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참아주는 것 만큼이나, 당신도 나를 참아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잘 몰랐다. 사계절을 다 보내고 결혼했지만 생활 습관까지 공유하지 못했다. 자취를 오래 한 그는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할 때 그만의 루틴이 있었고, 나에게도 같은 방식을 요구했지만 쉽사리 바꾸지 못했다. 물건들을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걸 싫어하는 나는 수납장을 마련해 두고 제발 좀 안 보이게 정리해 달라 사정을 하지만, 그는 눈에 띄는 곳에 물건을 두는 게 더 편한 사람이다.
11년이 흐른 지금 얻은 교훈이 있다면, 사람 쉽게 안 바뀐다는 거다. 다르게 산 30년을 10년 산 세월로 닮아갈 순 있겠으나, 결코 같아질 순 없다. 우리는 서로를 바꾸고 길들이기를 체념했다. 대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체념하고 인정하니 같이 사는 게 한결 수월하다.
그리고 속단하지 않는다. 서로를 다 안다는 착각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일 순 있겠으나, 그 속을 다 들여다보진 못한다. 가끔씩 이해의 벽에 부딪힐 때 대화를 통해 단단한 벽을 무르게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허물순 없다는 걸 안다. 그동안우리는 같은 현상을 바라봐도, 같은 경험을 해도,해석과 느낀 바가너무나달랐다.아직도 싸울 때마다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음에 깜짝깜짝 놀란다. 애초에 다른 게 좋아서 연애하고 결혼했으면서.
우린 각자의 우주 속에 살고 있다. 서로의 우주에 내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일랑 이제는 접었다.
나는 당신의 우주를, 당신은 나의 우주를,
온전히 품어주길 바란다.
*대문 이미지: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xels님의 이미지입니다.
슬초 브런치 3기,
등대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아무튼, 엄마와 <아무튼, 결혼 공동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