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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부자 kms Apr 29. 2025

#6 박복한 년, 내 카지노 쿠폰

인간의 밑바닥을 보이다.


희미한 기억 속의 아버지, 그리고 착한 첩


어릴 적 우리 집 장롱 깊숙한 곳에 있던 빛바랜 가족사진 한 장이 눈에 밟힌다. 큰 오빠가 떠난 후에 찍은 듯한 그 사진엔 카지노 쿠폰와 아버지, 그리고 낯선 여자가 작은 오빠를 안고 있었다. 그 여자가 바로 아버지의 첩이라는 걸 훗날에야 알게 됐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저 이야기로만 들은 그 사람, 처가살이를 하면서도 외도를 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처가에 얹혀사는 것도 모자라 자기 어머니까지 데려와 놓고, 결국에는 바람까지 피웠다니. 아버지의 이런 행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그런 상황에서 카지노 쿠폰의 마음은 어땠을까. 카지노 쿠폰는 그 아픔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충청도 여자라 착했어."


카지노 쿠폰는 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그 첩이 카지노 쿠폰에게 물었다고 한다. "형님, 제가 싫으세요?" 카지노 쿠폰가 그렇다고 했더니, "제가 떠날까요?"라고 했단다. 그리고 얼마 후 정말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고 "참 착한 여자였어"라고 되뇌었다. 첩인데 착하다니... 옛날 사람들의 생각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억울한 처지에 놓인 카지노 쿠폰가 오히려 첩을 이해하는 마음을 품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카지노 쿠폰처럼 너무 착해서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들까지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보지도 못한 아버지의 행동에 분노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진 속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카지노 쿠폰는 웃고 있었을까, 아니면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을까.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두 여자 사이에 서 있었을까. 그리고 그 '착한 첩'은 어떤 심정으로 렌즈를 바라봤을까.


인생은 때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우리는 그 복잡한 감정의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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