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 2월호 무료 카지노 게임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2월호 주제는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 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한글 공부 포스터.
내 기억 속 이모부는 딸들을 위해 희고 커다란 도화지에 직접 그림을 그려 한글 공부 포스터를 만드셨다.
방학에 이모댁에 놀러 갔을 때, 'ㅊ'에 초콜릿을 그리던 이모부 옆에 붙어 앉아 '나도 자식이 생기면 이모부처럼 세상에 있는 좋은 단어들을 골라 한글을 알려줘야지.'라고 다짐했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 조각.
이모가 몇 해전 내게 보내온 영상엔 줄무늬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분유를 타고 있었다.
사촌동생의 분유를 타는 내 모습이었다. 이모부의 목소리도 들렸다.
'내 목소리가 저랬구나.' 하며 기억에 없는 장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이모부의 포스터가 냉장고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무렵 기억이 떠오른 것이 반가워 이모에게 말하자, 이모는 "너 잘못 기억하는 거야. 이모부가 아니라 내가 그렸지!"라고 답을 했다.
누구의 기억이 사실인 지는 모르겠다.
기억이란 게 참 허술하구나 싶기도 했다.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대로 다르게 편집될 수 있다니.
그 순간.
좋은 기억이 될만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기억을 만들고, 마음속에 저장하는 자기 안의 시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가 전해준 영상처럼,
내가 어린 시절 무료 카지노 게임을 되짚을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엄마의 이사였다.
작년 이 맘 때쯤 엄마로부터 친정에 남아있는 내 묵은 짐들을 정리하라는 연락이 왔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요청이었다.
물건 하나에도 의미를 잔뜩 부여하는 나는 엄마에게 버려질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템들을 구출하러 급히 친정집을 방문했다.
거기서 마주한 박스 안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일기장, 쓰다 남은 편지지, H.O.T. 사진들, 디스켓, 구 화폐까지.. 구경거리 천지였다.
그 덕에 제대로 어린 시절 무료 카지노 게임 여행을 했다.
(정리를 하라고 했더니 무료 카지노 게임에 빠져있냐는 엄마의 구박에 많은 것들을 버리고 온 것이 사실 지금도 아쉽다.)
하지만 온갖 구박에 굴하지 않고 일기와 편지 상자만은 지켜냈다.
엄마의 옆에서 혀를 내두르는 남편을 보면서도 우리 집으로 다시 한아름 무료 카지노 게임 상자들을 싸들고 왔다.
한 번씩 어린 시절의 내가 궁금할 때면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상자를 열어 내 일기장을 펼쳐 본다.
신기한 건 오래된 일기 속에서는 무료 카지노 게임만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수십 년이 흘렀어도 내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살고 싶은지.
그런 것들이 어린 나의 일기를 볼수록 선명해진다.
만경강 물줄기, 지평선, 볏짚 타는 냄새, 자전거를 타고 무르익은 벼 사잇길을 달릴 때 느꼈던 바람, 사람이 작아 보이는 도시의 건물들과 달리 지나가는 사람을 커 보이게 만드는 시골의 낮은 집들. 산과 산이 겹쳐서 포개져있는 듯한 산새. 짙은 어둠이 가득한 시골의 밤엔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집안의 불빛들, 삼촌네 강아지 캔디랑 함께 타던 썰매, 풀벌레 소리.
나는 지금
태어나고 자라온 도시를 떠나 내 마음속 무료 카지노 게임의 풍경인 외갓집 김제 평야 가까이에 살고 있다.
문득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알려주는 내 삶의 지도를 따라 내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무료 카지노 게임들은 내 오랜 기억이자, 오랜 꿈이었으니까.
어떤 기억은 의미 없이 흘러가고
어떤 기억은 소중히 간직되어 무료 카지노 게임이란 이름을 얻는 것을 보면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것들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지 싶다.
지금 내 삶에서 먼 후일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될 것들 역시 내가 사랑한 것들이겠지.
무료 카지노 게임이 많은 삶은 사랑의 기억이 많은 삶이지 않을까.
사랑의 기억을 더 많이 만들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