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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됐거든 Feb 23. 2025

학원집 딸, 카지노 게임 추천 되다 #1

첫 번째 카지노 게임 추천 - 중학교

학교를 한번 나가고 싶어지자 그 마음은 쉽게 식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다니 나도 내가 미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찾아보니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처럼 학교 밖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검정고시라는 제도가 있어서 학력을 채우는 방법도 있었다.


검정고시 기출 문제를 몇 개 찾아봤다. 시험의 원래 목적이 정규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정규 과정을 이수한 것과 동일한 학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 그런지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기말고사와는 달리 중학교 3년 과정 전체를 테스트하니까 아무래도 시험 범위 넓다는게 걱정이 되었다. 또, 중3 내용이 많이 출제되는데 나는 (만약 카지노 게임 추천를 한다면) 3학년 과정을 배운 적이 없으니 그게 좀 우려가 되긴 했지만 몇 달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니 학교가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후다닥 배우려면 배울 수 있는데 한 학기에 고작 몇 단원만 가르치는게 시간 낭비 같았다. 검정고시라는 하루짜리 시험이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데 굳이 몇 년동안 적성에도 안 맞는 음악, 미술 수행평가를 하는 게 어린 마음에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나이에 악기도 다뤄보고 그림도 그려보는게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먼저 부모님께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1학년 2학기 중간쯤이었다. 당연히 반대당했다. 그러다가 2학년 1학기가 되고 다시 말씀을 드렸고 이때는 의외로 큰 저항 없이 허락을 받았다.


집에서 동의를 받은 후엔 이제 학교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첫 번째로는 내 예상보다 학교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던 점, 두 번째로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설렘(!) 때문에 다른 것들이 그냥 흐려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직접 학교의 반대 의사를 확인한 건 딱 한 차례 당시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였다. 퇴근길에 우리 동네로 오셔서 LG 25시 (그때는 GS 25가 되기 전이었다!) 편의점 앞에 선생님 차를 주차해 두고 선생님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 선생님 앞에서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말씀드려야 하는거라 참 난감했는데 어떻게 잘 둘러댄 것 같다. “학교가 싫어요!”라고 외치지는 않았지만 숨은 의미를 눈치채셨겠지.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이유, 우리 집이 학원을 하고 그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건 절대 내비치지 않았다. 그건 내 부모님의 경제력을 폄하하는거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한번 털어놓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쩌면 그게 핵심이었는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내 선택이나 내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까.)


어쨌든 그날의 상담 이후 선생님은 두 번 다시 나를 부르지 않으셨다. 여러 차례 면담하고 교감, 교장 선생님께 불려다닐 것을 예상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정말 카지노 게임 추천할거야?”, “왜 카지노 게임 추천하려고 해? 무슨 생각이야?” 이런 말씀을 불쑥불쑥 하시기는 했지만 의외로 담임 선생님께서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검정고시 합격하고서였나 담임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 받은 기억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그때 너를 더 말리지 않고 보냈던 것은, 니가 단단해 보여서였다’고 하셨다. 어른으로서나 교사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영원히 존경하고 감사드린다. 카지노 게임 추천하던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학교의 반대가 (당연하게도) 있었다는걸 뒤늦게 알았다. 검정고시를 한 달 앞두고 검정고시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 엄마가 은연중에 “교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하셔서 학교의 반대가 있었음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음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학교를 떠나던 마지막 날이 흐릿하다. 내 인생 큰 사건이었을텐데 신기하게 그날을 상기해본 적이 없다. 2001년의 봄, 어느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직후니까 봄인건 확실하다. 담임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고 학교를 나왔다. 내가 당장 월요일부터 이 교실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반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게 참 묘했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 나를 숨겨야 한다는 것. 그게 앞으로 내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담담하게 나를 보내주시던 담임 선생님. 초등학교 때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스승’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나를 보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참스승’이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렸다. 나를 카지노 게임 추천시켜주는 선생님에게서 오히려 좋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받다니, 그 순간에도 뭔가 아이러니했다.


주말 잘 보내라고 인사하며 친구들과 헤어졌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반 친구들은 내게 월요일에 보자는 이야기도 했을 것이다. 내 책상과 사물함은 이미 비었는데 말이다. 하교를 늘 같이하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는 카지노 게임 추천 사실을 집에 오는 길에 말했던 것같다. 친구가 듣고서 놀랐을텐데 사실 정확한 기억은 없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설렘이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고, 하굣길 그 한 시간 동안 내가 겪어야 할 세상을 보아 혼란스러워진 것이 또 다른 이유였으리라.


어쨌든 목표를 이루었다. 나는 중학교 카지노 게임 추천생이 되었다. 학원 집 딸이 카지노 게임 추천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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