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 박철화 / 문학세계사 (2022)
[My Review MMII / 문학세계사 3번째 리뷰] 역시나 세월이 흐르니 달라지는 것들이 참 많다. 정말 오랜만에 '노통브의 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래도 최근에 <머큐리와 <푸른 수염을 읽었기에 완전 오랜만은 아니지만서도 <적의 화장법은 정말 오랜만이다. 독서모임을 하던 때였으니까 2003년즈음으로 기억을 한다. <살인자의 건강법을 필두로해서 줄기차게 읽어댔었는데,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꺼내든 <적의 화장법을 손에 들고서 한참을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책의 줄거리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억력이 꽤나 준수한 편인 내가 이렇게 기억이 가물가물한 까닭은 딱 두 가지다. '재미'가 없었거나 '유쾌'하지 않았거나 말이다. 그래서 둘 중 어느 이유 때문이었는지 파악해보기 위해서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읽으니 '뒤친이(옮긴이)'가 바뀌었다는 것도 눈치 챘다. 2001년 판에는 '성귀수'였는데, 2022년 판은 '박철화'다. 둘의 큰 차이는 없는데, 20년의 세월 간극 때문인지, '박철화'의 뒤침책(번역본)이 좀더 편하게 읽힌다. '성귀수'는 시인이고, '박철화'는 평론가다. 취향대로 편하게 읽으신 되겠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므로 '스포일러'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리뷰를 쓰는 것임을 밝힌다. 노통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결말은 굳이 스포를 하지 않아도 뻔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머큐리가 신기할 정도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을 뿐, 거의 대부분 '죽음'으로 끝맺기 때문이다. 암튼 이 책 <적의 화장법도 죽기는 죽는데, 그게 포인트가 아니다.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제롬 앙귀스트 vs 텍스토르 텍셀, 단 둘의 '대화'만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별다른 서사나 묘사도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대화'만이 가득하다. 단지 두 사람이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되어 기다리고 있는 그 잠깐동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정도만 서술하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 정황이나 배경 따위도 모두 '대화'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둘의 대화는 들어줄 만한가? 이게 이 책 <적의 화장법의 핵심이다. 대화의 주제는 여러 가지인데, 대개는 '철학적인 내용'이라서 내 취향에 딱 맞다. 특히나 파스칼, 스피노자, 괴테 등을 운운할 때는 귀를 쫑긋하고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할 정도였다. 그런데 대화의 내용이 요상하다. 분명 처음 본 사이인데 '강간', '살인'..이런 끔찍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엔 '상상(?) 살인' 따위를 언급하고 있어서 짖꿎은 농담을 하고 있나 싶더니, 공동 묘지에서 첫 눈에 반한 여자를 쫓아가서 강간했다는...더 기괴한 것은 그 짓을 하고서도 '남자의 첫 경험'이었기에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괴상망측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어서, 정말이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다. 내가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기억이 별로 없었던 까닭은 전혀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멜리 노통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거의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녀의 첫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살인자의 건강법이지 않았던가. 그런 살인자를 앞에 두고서 천연덕스럽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서, '이 여성작가는 미친 게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렇게 <오후 네 시, <로베르 인명사전, <공격을 내리 읽어재꼈는데...죄다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노통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건 뭐..등장인물들이 전부 다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적의 화장법으로 되돌아 간다. 그래도 중반을 넘어가면 그나마 좀 읽을만 해진다. 대화의 주제가 '철학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앞서서 나누던 '강간', '살인' 따위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살인자가 자신은 왜 강간하고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꽤나 '철학적'이다. 이는 노통브가 '라틴 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웬만한 '수사학(修辭學, 미적으로 언어구사법을 연구하는 학문)'은 그녀에게는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미친 전개를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괴상망측한 궤변조차 청산유수처럼 나불거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또 아멜리 노통브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적의 화장법만큼은 덜 유쾌했던 모양이다. 사르트르가 말했던 '타자는 지옥이다'라고 말할 것에서 한술 더 떠서 '나 자신이 지옥이다'라면서 '자기 내부에 있는 적'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식'으로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적으로 삼지, '나 자신'을 적으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있다면 자기반성의 끝판왕인 '성인군자'이거나 '사이코 미치광이'일 것이다. 하지만 노통브의 경우라면 100% '미치광이'를 가리키는 것일테다. 다시 말하면,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한 사람의 미치광이가 내뱉는 독백'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저런 미치광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제롬 앙귀스트'는 '텍스토르 텍셀'이 떠벌리는 악몽같은 넋두리를 잠자코 들어주고 있다. 물론 강간, 살인 따위를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소?'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질색팔색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제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도망가지 않는다.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라면서 떠나야 정상일텐데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물론 '떠나지 못하고' 듣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까닭이 있긴 하다. 바로 '공항'이라는 제한된 공간 때문이었고, 예약한 비행기가 '연착'으로 인해 뜨질 못하고 있기 때문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차피 도망가도 쫓아와서 망측한 이야기를 지껄릴 거라는 것을 능히 짐작했기에, 그 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가만히 듣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런데 대화가 좀 더 진행되면 '그 자리'에서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게 된다. 이 미치광이가 강간하고 살해한 여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죽은 아내'였기 때문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렇다. 그놈은 '살인자'였고, 사랑하는 '내 아내'를 죽였고, 그로 인해 아주 끔찍한 10년을 보냈으며, 사랑하는 아내는 그로부터 10년 전에 미치광이에게 강간까지 당했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이 미친놈이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지금 이 '공항'에서 마주친 것카지노 게임 사이트. '우연'일까?
이제부턴 '스릴러'다. 귀찮음과 짜증, 그리고 당혹감을 지나자 마주한 것이 바로 '공포'였던 것이다. 처음엔 웬 '날파리' 한 마리가 귀찮게 달라붙었다 싶었지만, 이제는 지금 당장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을 '가해자'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 미치광이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범행을 고백했으니 이제 '당신의 손'으로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살인자'가 '피해자'가 되고, 반대로 '피해자'는 '살인자'가 되는 최종적인 완성을 완수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 자신을 화장실 같은 으슥한 곳을 끌고가서 죽이라고 부추긴다.
당연히 '정상'인 제롬은 그런 부추김에 넘어가지 않는다. 미치광이의 광란의 춤사위에 합류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인자'로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 '합법적인 판결'로써 응당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미치광이의 대답이 가관이다. 그런 방법은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니, 자신은 경찰 앞에서 범행을 부인할 거라고 대꾸한다. 강간한 지 20년이 지났고, 살인한 지는 10년이 지났다.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당신의 손'으로 직접 자신을 살해하는 방법이 아니고서는 자신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테니, 어서 빨리 죽이라고, 서둘러서 '살인자'가 되어 보라고 말한다. 당신이 '제롬'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결론이 궁금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평소에 그로테스크(기괴)한 것을 즐기는 취향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나처럼 소녀소녀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나마 '철학적 사유'를 즐길 수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용은 정말이지 '불쾌'했다. 나의 내면에 있는 적이 '화장(코스메틱)'을 하고서 뛰쳐나올 법한 '사이코틱'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