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8 급하게 들어간 술집 /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아주 독한 감기가
우리 시간만 방해하는 것 같아
오늘 달이 가득 찼는데
레몬만 얇게 썰려 나왔어
그래도
너 시집만 읽잖아
필요한 선물인지 모르겠어
노란 물고기가 일곱 마리
젖으면 죽는 별이 하나
고양이 한마리
잡혀온 고등어 한마리
작은 종이 상자 안에
가득 담긴 푸른 카지노 쿠폰 문진
아냐
이것 좀 봐
이번 겨울 되게 이상해
추운데 카지노 쿠폰가 얼지도 않아
물속에서 눈도 못 뜨는데
작은 글자 위에는 파도가 생겼어
사랑이란 글자가 물들어
이제는 보라색이야
이왕이면 아프지 말구
너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이 말에도 물결이 있어
깊이 빠져 죽어도 괜찮아
모르는 나라의 언어로
방법도 모르는 사랑만
처음 써보는 만년필을 잡고
나는 종일 끄적이고 있잖아
걷지 못하는 목소리도 들려
우리 조금만 더 보글보글할까
내가 그리도 바라던
햇빛을 많이 머금은 계절
네가 웃는 모습에
분명 아플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지
이 무모한 사랑을
아이보리 청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