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친구들과 만나서 회포를 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Hey."
"Hey, 보고싶다."
"나도. 오늘은 어땠어?"
"오늘은 호텔을 못찾아서 아마 캠핑카에서 그냥 자게 될것 같아, 형들이랑. 너는? 친구들이랑 시간 잘 보냈어?"
"응 뭐그렇지뭐, 반갑더라고, 오랜만에 보니까."
"이제 열흘이면 보겠네?"
서로의 일상을 나눈 후, 나는 형원이와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넌지시 물었다.
"응, 참. 너 근데 아직 만으로 19살이라며? 형원이가 그러던데."
나의 질문에 흐르는 얼마간의 정적.
"응 맞아, 사실. 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말을 못했어."
사실대로 털어놓는 그의 모습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그래서, 너 몇살인데?
"그럼 정확하게 너 나이가 몇살이야? 생일도 2월이라며!"
"나 만으로 19살 맞고, 생일은 5월달이야. 5월 15일."
아이고 머리야. 1년 하고도 3개월 더 어리구나, 장하다 너.
미리좀 말을 하지.
나는 결혼하자던 그의 말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의 나이를 들으니 결혼하자던, 그의 말이 너무 터무니 없게 느껴졌기에.
어른들 말이 맞구나, 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19살. 너무하지 않은가.
"왜 말이 없어, Ellie야."
"아니, 그냥. 이제라도 솔직하게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속은 쓰렸지만, 이미 내 남자친구인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나는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결혼하자는 그의 말도, 그가 나에게 나이를 속였다는 것도.
한살차이가 사실 별거 아닌것 처럼 보여도, 나에게는 조금 크게 다가왔나보다.
아직도 속이 쓰린걸 보면.
"스위스 올 준비는 잘 돼가?" 라는 그의 물음에,
"응. 자정 도착이더라?" 라며 답하는 나.
"공항으로 데리러 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에 다시금 그가 든든해지려는걸 보니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확실한가보다.
"알았어, 나 피곤하니까 이제 좀 쉴게."
"응. 화난거 아니지?"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오랜만에 친구들좀 만났더니."
"알겠어 쉬어. 그리고 사랑해."
"응 나도."
대화를 갈무리 한 후,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비행기표를 찾아 보기 시작했다.
음. 10일 남았다,스위스로 가기까지.
한국으로 들어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일이 훅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다시 스위스로 가기전 까지 겨우 일주일 남짓이라니.
정말 스펙타클한 인생이 아닐수가 없다.
계획은 2달정도 머물다 오는 것인데, 흠. 두달동안 뭐하지? 뭘 할 수 있을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지만, 그래도 첫 유럽여행인데 말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 스위스가서 뭐하지?"
"뜬금없이?"
부엌에서 요리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붙잡고 두서없이 말을 이어가는 나.
"응, 스위스가서 뭐해야될지 모르겠어."
"남자친구 보러가는거 아니야? 둘이 재밌게 놀다오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아니, 잘 감이 안와서. 남자친구 보는것도 보는건데, 처음 가보는거잖아, 유럽."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잠시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도마에 있던 당근을 다시 썰기 시작했다.
"그러면, 제대로 여행 계획을 짜야겠네. 유럽이야 워낙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잖아."
"그렇긴 한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관광지를 둘러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랑 보내는 걸로 만족해야 할까?"
사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겠지만, 막상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기도.
"유럽 처음이라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봤다.
"그럼 네가 제일 하고 싶은 걸 먼저 생각해 봐. 남자친구랑 보내는 시간은 어차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기차 여행? 스위스 하면 풍경이 예쁘잖아. 창밖으로 눈 덮인 산맥을 보면서 느긋하게 여행하는 거, 상상만 해도 좋을 것 같아."
"그렇지! 그런 로망 하나쯤은 있어야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차 여행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보는 게 좋겠네."
"그럴까?" 나도 점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음, 치즈랑 초콜릿? 스위스 하면 먹거리가 빠질 수 없잖아. 네가 원래 치즈도 좋아하고 초콜릿도 좋아하니까, 현지에서 제대로 즐겨 보는 것도 좋지."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맞아! 현지 치즈랑 초콜릿 공장 같은 데 가보는 것도 재밌겠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머릿속으로 점점 커지는 기대감을 느꼈다. 그냥 Nick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면 더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기차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관광지도 좀 둘러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고마워!!!"
이제야 스위스 여행이 점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공항은 언제나 분주하고 활기가 가득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체크인 카운터 앞에 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긴장 반, 설렘 반. 이번 여행이 나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까.
"소원아, 여권이랑 티켓 다시 한번 확인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알았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 챙겼어!" 나는 여권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내 가방을 다시 한번 살폈는데, 나는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며 피식 웃었지만, 속으로는 감사했다.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잘 다녀와. 그리고 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응. 걱정 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잘 다녀올게."
이제 정말 출발이다.
보딩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저 멀리, 새로운 경험과 설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열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이제 떠나! 곧 볼 수 있겠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답장이 도착했다.
"기다릴게. 공항에서 제일 먼저 널 찾아낼 거야."
그의 말 한마디에 또 다시 두근거리는 이 심장.
창밖을 바라보며 흐릿하게 반짝이는 공항의 불빛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에, 내가 많이 설렜구나를 느꼈다.
스위스로 향하는 이 비행기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더 특별한 무언가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