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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Mar 09. 2025

진짜 이유는 숨긴 채 카지노 게임 SOS를 보냈다

“ 카지노 게임, 내가 이상해. 내가 무얼 좋아했는지, 무얼 할 때 행복해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


임용시험을 다시 해보기로 결심하기 열흘 전의 일이었다. 그날도 나는 집에서 3살 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안에 무언가가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은 분명 흐르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시간은 어느 곳에서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전화로 내 얘기를 듣던 카지노 게임는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가끔씩 아이를 봐줄 테니 잠깐이라도 혼자 밖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다. 아마도 그건 내가 카지노 게임에게 보낸 S.O.S 신호였던 것 같다.


‘ 저 여기 있어요. 제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


오늘은 카지노 게임가 아이를 보는 동안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카지노 게임가 보기 전에 얼른 가방에 임용시험 기출문제를 넣었다. 지금은 5월 말. 먼저 기출문제 분석을 통한 출제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시험공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쉬고 오라는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도서관으로 달려간다.그동안 새벽 6시~아이가 일어나기 전, 아이 낮잠시간, 아이 취침 후. 평균 5시간이나 공부시간을 확보해 왔다. 과감하게 노량진 이론강의는 듣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에 책을 한 줄 더 읽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

드르륵,

도서관에 가서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빠르게 교재를 펼치고 기출문제 분석을 시작한다. 찍신을 접한다. 나는 출제위원이다. 나는 출제위원이다.


‘ 작년에 이 교수가 이 문제를 냈군. 그럼 올해 시험문제로는 못 내겠어. 그 옆에 있는 이론을 출제하자. ’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공부를 한다. 가슴이 뛴다. 집에 있을 카지노 게임랑 아이가 생각난다. 연필 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간다. 눈물이 좀 날 것 같다.


집에 오니 카지노 게임가 아이를 보면서 저녁까지 해 놓으셨다. 내가 좋아하는 갈치찌개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요리는 못 해 먹을 것 같다. 아이가 나를 보더니 방긋방긋 웃는다.


“ 커피 마실 때 케이크도 한 조각 먹었어? “


아... 도서관에서 사탕은 먹은 것 같다. 입이 어버버 하니 말이 안 나온다. 가방에 있는 책들이 아우성이다. 아주머니, 얘 카페 안 갔어요.우리랑 공부하다 왔어요. 깜빡하고 필통도 안 들고 가서 옆자리 착한 수험생이 형광펜이랑 자까지 빌려줬어요.


“ 카지노 게임, 나 사실은... ”


카지노 게임한테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임용시험을 다시 치고 싶다고... 카지노 게임가 아이 봐주러 오실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 그래라. 어차피 쉴 거. 하고 싶은 거 해. ”


카지노 게임는 이미 내가 오늘 도서관에 갔다 온 걸 안 걸까? 내가 책상 위에 있던 교육학책을 치웠... 던가? 책상 앞에는 얼마 전에 써 붙인 포스트잇이 붙어있을 것이다. 포스트잇에는 “ 베스트 보단 차선을 선택한다. ”라고 적혀있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턴 내 삶은 차선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아이가 오늘 아파서, 아이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은 언제나 대부분 뒤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우리 카지노 게임만큼은 언제나 베스트다.


친구랑 사이가 소원해져서 속상할 때도, 시험을 망쳐서 눈물이 날 때도 내 곁엔 항상 카지노 게임가 있었다. 더 이전에 내가 어렸을 때 사랑, 믿음, 용기를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서 배웠다. 중학생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카지노 게임가 식당에서 일을 해야 했을 때도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작은 사람이 넓은 등을 가질 수 있구나. 카지노 게임도 힘이 들었을 텐데, 내가 기대어 쉴 수 있게 자신의 어깨를 나누어 주었다.


눈을 감아본다. 교사 임용장을 받는 나를 상상해 본다. 이제는 합격해도 될 때 아닌가?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 6월이 되고, 중등임용시험 사전 발표날이 되었다. 컴퓨터 모니터로 TO 인원수를 확인하던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내 예상과목의 TO는

...

고작 단, 3명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가족들 앞에서 임용시험 포기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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