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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에 서툰 편이다. 덕분에 오만하다는 말을 몇 번인가 듣기도 했다. 잘 알지 못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도 사람이라면 우선 위로를 건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딱 질색이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있으니까, 저들보다 우리가 더 나은 위치에 있으므로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위로나 도움을 건네야 한다는 생각 역시 하는 것도 하게 하는 것도 싫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가족을 떠나 혼자서 친척집에 곁살이를 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누군가 "얘가 좀 똑똑한 듯 하니 유학을 보내는 건 어떠냐"하는 얘기를 꺼냈고평범한 보통 농부였던 부모님은 자식에게까지 농사를 물려주기는 싫다는 단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고리타분한 말을 따라 "갈래?"하고 한 번 묻고는 도시로 보냈던 것이다. 잘 되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거기에는 조금의 악의도 염려도 없었다. 우리 가족은 정상 가족이었지만 나는 '아슬아슬한 정상' 안에서 일상을 보냈다. 잘못해서 부모님이 학교에 오는 일은 절대로 일으켜서는 안 됐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남에게 민폐 끼치지 마라'는 말을 주문처럼 늘 외고 다녔다. 주문에 나쁜 요소는 없었을 텐데 그 주문을 따라 자라난 나는 타인에게 엄격한 동시에스스로에게는 몹시 엄격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위로에 서툴 수밖에 없는 건 감히 그의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들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서 움튼 진심 없는 공감이 싫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단순하게 필요로 해서 요청하는 도움이나 물음에 즉문즉답 식으로 응답하는 게 건조하긴 해도 더 나았다.
오랜 시간 나는 내가 강한 줄 알았다. 나중에야 위태로울 만큼 약하고 연했음을 인정하며 오래 울었다.
지난겨울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과 강의를 주업으로 하면서 해외 프로젝트도 여럿 준비하고 실행 중인 민 대표님이 "책을 한 권 놓고 왔다"라고 전화로 알려왔다. 무슨 책인가 봤더니 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의 에세이다.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유튜브도 영상도 거의 보지 않는 나지만 릴스에서 몇 번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이었다. 시각 장애인임이 분명한 한 남자가 혼자 거리를 걷고, 버스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는 그런 영상이었는데 그 출처가 유튜브 채널 '원샷 한솔'이었다. 처음에는 상황극인 줄 알았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며 장애가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체험하는 영상이거나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인 줄 알았던 것이다. 진실과 거리가 먼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샷 한솔' 영상 속 김한솔은 정말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이다.
좋은 의미로 얘기하면 전혀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연습했을지 모르고 보면 버스에 너무 자연스럽게 올라 카드를 태그 하고, 어디에서나 늘 즐거운 듯 웃는 얼굴이고, 안내견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전혀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화가 나는 상황들, 반복되는 어려움과 마주했을 거며 연습은 또 얼마나 많이 했을까 가늠되지 않는 노력이 보였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어 두지 않기 위해 무엇을 이기고 무엇과 싸웠을까. 놀랍고 대단해서 박수를 보낼 수는 있어도 정말 안 됐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모습, 그의 삶이 결코 나와 다르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짧은 영상에서 접하는 정보, 이미지에 그쳤을 시각장애인 김한솔은 나와 몹시 닮은 사람으로, 비슷한 기질의 존재로, 나이는 적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스승으로 삼아도 될만한 사람이 됐는데 그게 모두 민대표님이 책 한 권을 선물해서 생겨난 변화였다.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장, 두 장씩 읽는데 오래전이거나 바로 어제 내가 했던 말 혹은 했을 법한 말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잊고 지낸 다짐들이 번번이 되살아났다. 그의 덕분에 어느 순간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셈이다.
김한솔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 가장 꿈 많을 나이, 고2 때 갑작스럽게 재앙처럼 실명이 찾아온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절망이야 당연히 빠져들었을 테고 그 깊이가 끝이 없이 깊어져서 숨이 멎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혹은 주위에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생각하나로, 나는 이제 끝이라는 극단적 생각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지키더라도 혼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방 안 혹은 집 안에 자신을 가뒀을 것이다. 꿈도, 가능성도, 누군가의 도움마저 거부하면서 나에게 응당 찾아들어 마땅한 불행, 천벌이거나 저주의 까닭을 발견하려고 세상과 다퉜을 것이다. 도무지 김한솔처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슬픔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매일이 맑음』을 읽으면서 내게 가장 소중한 감각이 뭘까 생각해 봤다. 흔히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오감 중에서 말이다. 내 대답은 하나였다. 시각. 들리지 않아서 생기는 위험이 많지만 들리지 않는 것은 읽는 것으로 대부분 대체할 수 있고, 촉각 역시 보는 것과 읽는 것으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며, 미각이나 후각은 삶의 풍부함은 잃어버리겠지만 움직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감각이 아니기에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김한솔은 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각인 시각을,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무엇을 적어야 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기록하기를 자꾸 내일, 모레로 미루고 있는데 그러다 몽땅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기억력을 믿고 "나중에도 잘 떠올릴 수 있을 거야"라며 태평해지기엔 요즘 잊어버리는 게 너무 많다. 태그 해 둔, 공감한 표현들, 부분들을 얼마나, 어디까지 인용할까도 고민이었다. 너무 할 말이 많아서 할 수 없게 되는 상태. 일단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고 사라질 게 분명했다.
기록해야만 했다. 김한솔의 분노와 공감온라인 카지노 게임 분노,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들을.
매일이 맑을 거라는, 환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본받는다. 이상하지만 덕분에 나의 매일도 더 맑아진 기분. 이쯤 되면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 모르지만, 김한솔 작가님, 당신의 꺾이지 않는 단단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원샷을 청합니다. 마음이 조금 더 밝고 맑아졌어요. 아마 이 글을 모르고 지내실 수도 있지만, 고맙습니다.
선물해 주신 민대표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많은 공감 문구들이 있지만 딱 하나만 인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둘은 해야겠네요.
이제는 안다, 이 모두가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장애는 매일매일 적응하며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만든다._『슬픔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매일이 맑음』175p
이런 나의 변화 역시 여러 질문에서 시작됐다. 모든 편견과 오해의 끝은 진심 어린 관심과 진지한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많은 사람과 함께 더 분명한 답과 해결책을 찾아가기를 희망하며, 나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갈 것이다._『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227p
장애는 분명 문제가 맞다. 하지만 대학에 가기 위해 치른 시험 문제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서로의 말과 표정에 조금 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을 읽으며 새삼 '삶이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기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김한솔이 이 글, 책을 쓰며 떠올렸을 수많은 '원샷' 중 하나였으면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책을 읽는 내내, 글을 쓰는 내내, 마침내 이 글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따뜻하다. 덕분에 내일 하나의 세계는 더 맑을 것이다. 확신컨대.
『슬픔은온라인 카지노 게임,매일이맑음』_김한솔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