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수와 언어의 경계
8. 수와 언어의 경계
– 고르노스의 허상
06.03 ÷ 3.14 =
남은 건 너의 뒷모습.
기억의 카지노 게임는 정확했다.
06.03, 새벽.
빛도 그림자도 머뭇거리는 시간.
카일라는 이 수치가 단순한 날짜가 아님을 알았다.
3.14로 나누었을 때,
소수점 아래의 무의미한 반복 속에
그녀는 고르노스의 이름을 보았다.
그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고,
어느 문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연산의 틈마다
그의 흔적이 끼어 있었다.
카일라는 연산을 멈추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를 헤집고,
소수점 너머를 응시하며,
마침내 그는 나타났다.
고르노스는 뒷모습으로 존재했다.
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수식처럼 차가웠다.
“너는 여전히 나를 찾는군.”
“너는 여전히, 나를 잊히려 하네.”
06.03 ÷ 3.14 = 1.919
그 수치 속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 걷던 작은 절벽의 경사를 떠올렸다.
카지노 게임처럼 기울고,
언어처럼 무너지는 언덕.
그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서로의 계산식 안에 서로를 대입하며,
답이 되지 않는 해답을 반복했을 뿐이다.
언어는 고르노스를 담을 수 없었다.
수식도, 기억도,
그의 실체를 감당하기엔 너무 완벽했다.
그래서 그는 허상이 되었다.
말할 수 없는 자,
기억될 수 없는 카지노 게임,
언제나 뒷모습으로 떠나는 존재.
카일라는 마지막으로 연산을 반복했다.
06.03 ÷ 3.14 =
1.919...
무한소수.
“그래, 너는
끝나지 않는 허상.”
그녀는 그 뒷모습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쳤다.
그리고 마침내,
카지노 게임에서 언어가 벗어났다.
그 순간, 고르노스는 사라졌다.
혹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