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성 이봉희 Apr 22. 2025

[ 카지노 게임 조각들 ]

13. 환상의 카지노 게임


13. 환상의 카지노 게임


귓속의 암호

파이 카지노 게임 위에 앉은

너의 초성: ㄹㅎㅇ.


귓속은 하나의 은하다.

울림은 별의 궤적처럼 이어지고,

그 끝에서 의식의 작은 카지노 게임이 생성된다.

그 카지노 게임은 예외 없이,

원으로 닫히지 않는다.


π.

끝나지 않는 숫자,

되풀이되는 무리함.

그 위에,

한 이름이 앉아 있었다.

ㄹㅎㅇ.


카일라는 소리를 따라

꿈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어느 날,

귀에 울려 퍼진 작은 속삭임.


"너는 누구의 초성이었니?"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이름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음성은 계속되었다.

"너는 카지노 게임 위의 잔상.

기억될 자가 아닌,

곧 사라질 형상."


밤마다 이어지는 기묘한 시각.

그녀는 마치 귓속 안의

회전체를 따라 회전했다.


카지노 게임은 점차

그녀의 과거를 드러냈다.


고장 난 시계의 진자,

라디오의 잡음,

누군가의 웃음기 어린 한숨.


그 파편들이 파이 카지노 게임을 타고

하나의 단어를 향해 수렴했다.


ㄹㅎㅇ.


카일라는 시도했다.

그 초성을 완성하려 했다.


‘라희영?’

‘리호아?’

‘로하은?’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이 초성은 인간의 발성기관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 순간,

귓속 어딘가에서

다시 속삭임이 들렸다.


"이름이란 건

지워지기 위한 첫 번째 기호일 뿐."


카일라는 깨달았다.

그 이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환상의 방정식이었다.


π 위에 앉은 그것,

끝나지 않는 수열 속에

자신의 정체가 끼워져 있었다.


그녀는 귓속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지 않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의 일부가 되기로.


이름 없는 자로 남기로.


그러면

언젠가 누군가가

그녀의 초성을 다시 부를 것이다.


“ㄹㅎㅇ… 듣고 있니?”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