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정도의 분재 화분은 어느 날 내 몫이 되었다. 넓은 땅과 산천이 둘러싸인 곳에서잠시나마 왜 분재를 취미로 하려 했을까? 나무를꼬고 자르고 뿌리를 억제하려던그 일을 남편이 그만두었다.두 그루의분재용 소사나무는화분 대신정원에 심겨자유의 몸이 되었다.
덕분에 화분들은 집뒤편에서볕만 쬐고 있다.
"내가 써도 되지?"
"얼마든지."
소나무가 자라는 산이면 어디에나넘쳐나는마사토에모래를 적당히 섞어 장날에 한두 개씩사 두었던 다육이를 정리하여 심었다. 볕 좋은데크 위에 죽 늘어놓았고긴 장마철에도 그대로두었다. 이유는 이사 온 첫해 백 여종의새로운꽃씨 파종과키우기에애를쓴 탓에 몸져누운일이 기억나서였다.
흙과물 온도가 식물의 중요 요소이긴 하지만너무 예민할 것은 아님을,아이를 키워본부모라면 공감할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못하다. 한 달에 물을 두 번 주는게정설로되어있으나 이론과는 상관없이 가뭄에는내가목이 마르면그들에게도 물을 주고 장마기간에도장소를 옮겨주기보다는 훈련이랍시고 그대로두었다.
세상 다육이는 종류가 수만 종은 될 것인데 개개의이름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한 종이 유전적변이를 거쳐 그토록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겨울이 되면서화분을 실내로 옮겼다. 햇볕과통풍이 중요하긴 하지만,사람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자리 잡고살기가어려운 시대에 다육이를 안고서 해를따라돌 수는 없는 노릇이라포기했다.
대부분의 식물은 겨울이면 휴면기이기때문에사람들의 요란스러운 관심과 오판을불필요하게여길수있다.
처음부터 나는 화분 하나마다 작은 풍경을 만들계획이었다. 웃자란 기린초를 잘라냈다. 앙증맞은빨간 꽃으로 겨울 화분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다. 자른 기린초는 사흘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여유가 생긴 그제야작업에 돌입했다. 전지가위와 스푼하나면 신속히 마무리될 일이다.
잘라놓은 기린초는 사흘 후에도 건재했다.화분의 허전한 곳에 두어보니어울렸다. 작업하는동안 창을 관통한 햇빛은 여러 가지그림자를만들어냈다. 이제한층 화사해진 모습으로 풍경이 만들어져창 아래에 놓였다. 한동안은시들시들하다,내년 이맘때면 새순들이 풍성하게자리를잡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떨어진 잎은 작은 조약돌을 놓아 고정시켰다. 버릴 것없이다 제자리를 잡았다.
오랫동안 나는 '다다익선'주의자였다.나쁘지 않았지만 좋을것도없었다. 지금은 '과유불급'에 대한이치를 생각한다. 더불어작은 것의아름다움과간소한 삶으로 옮겨가고 있다.
[번식 방법] -물이나 마사토 위에 그냥 놓아두어도 뿌리가 내리며,잎은 줄기를 잡고부드럽게젖히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식물을 키우는좋은 방법 중 하나는, 느긋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