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삶이라는 풍경을 그려요
지난 주말, 어떤 고장에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렸다고 한다. 블로그 기록을 살펴보니 한해 전 같은 날 서울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렸다. 그해 겨울의 마지막 카지노 게임 사이트었다.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은 지난 정월대보름에 내린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었나 보다. 내가 보았던 열한 번째 눈. 한 해의 풍년을 예견하는 싸락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던 날, 눈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입자가 작아 모래 알갱이 같은 눈송이가 떨어졌다. 더 작아지면 금세 빗방울로 변할 것 같은 얼음보다 물에 가까워지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었다.
그런데도 눈은 금세 땅 위로 소복이 쌓였고 그 위로 걸음을 옮기자 낯선 소리가 들렸다. 빠드득, 빠드득. 언 강의 얼음이 녹을 때처럼 묵직한 소리가 났다. 눈도 더 이상 겨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니었다. 얼리기 위해 내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니라 녹이기 위한 눈. 녹여서 땅에 물이 돌게 하겠다는 눈의 기세가 읽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리면 빈 곳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글자 위로 형광펜을 그어 도드라지게 하듯 지붕과 도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흰 눈은 강조 선이 된다. 때로는 밝음을 추가해 어둠의 형태를 보여준다. 검갈색 벚나무 기둥의 아래로 눈 쌓인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기둥이 나사처럼 휘감아 자랐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오른 게 아니라 나선형으로 비틀려 돌며 성장했음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여주었다. 휘감은 자리 주변으로 낮은 곳에 쌓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높은 곳을 드러냈다. 미세한 윤곽의 차이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각해주자 밋밋하던 풍경에 요철이 생겼다. 눈은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주름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눈 덮인 세상이 풍요롭게 다가왔다. 손에 닿으면 이토록 차가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지만 눈(目)에 닿는 눈(雪)은 더없이 포근하고 풍성했다.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 공원을 둘러보다 나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종종걸음으로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 마음속 작은 스위치를 톡, 하고 건드렸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든 마음 속 스위치... 스콘 구우며 떠올린 얼굴
'눈'이라는 장치가 내 안의 스위치를 제대로 켰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꽁꽁 얼어버린 손발을 녹인 후엔 옥수수 가루와 치즈 가루 넣어 스콘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매일이 특별할 수 없고, 무거운 마음은 또다시 찾아오겠지만 사소한 리듬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놓치고 싶지 않다. 스위치 하나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노란 조명처럼, 마음에도 그런 스위치를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45~46쪽,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춤추는바람, 르비빔
작년에 출간한 책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에, 눈 오는 날 아이와 눈놀이하고 스콘을 구웠던 일을 적은 적이 있다. 눈이 내리자 그날의 기억이 눈 풍경 앞에서 되살아났고, 그때처럼 스콘이 굽고 싶어졌다.
스콘(scone)이라는 단어는 중세 네덜란드어 "schoonbrood"(고운 흰 빵의 뜻)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schoon"은 ‘깨끗한, 순수한’을, "brood"는 ‘빵’을 뜻한다. (출처《Oxford English Dictionary》) 이름에 눈을 닮은 속성을 지닌 스콘은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버터, 생크림과 설탕처럼 하얀 재료로 눈을 뭉치듯 한 덩어리로 만들어 굽는다. 도화지처럼 펼쳐진 눈 풍경 위로 지붕과 도로, 나뭇가지의 윤곽이 나타나고, 보이지 않던 작은 존재들의 발자국이 찍히듯, 담백한 스콘은 곁들여 먹는 과일잼이나 크림에 따라 다양한 맛을 전해주는 디저트다.
만들기 쉬운데 한번 구우면 넉넉한 양이 나오기 때문에,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도 좋은 메뉴. 그 풍성함이 내겐 다정하게 다가온다. 베이킹 수업을 하던 시절에도 스콘 클래스는 인기가 많았고 수업이 끝날 때면 두 손 가득 스콘을 들고 돌아가는 수강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 모든 기억을 뭉쳐 스콘 반죽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옥수수 가루와 치즈 가루를 넣어 아이가 좋아하는 짭조름한 맛을 추가했다. 오븐에서 스콘이 구워지는 동안 옥수수 스콘을 좋아하는 지인의 얼굴이 생각났다. 갓 구운 스콘을 푸짐하게 차리고 향이 좋은 홍차를 낸 테이블에 초대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시간이라는 나무를 키워 기억이라는 열매를 맺는다면 '눈'이라는 열매는 '스콘'과 나란히 매달릴 것이다. 아이와의 눈놀이와 친구와 갔던 눈꽃 산행, 연인과 걸었던 설경도. 아빠가 데려갔던 어린 시절의 스케이트장과 스콘이 등장하는 좋아하는 소설책의 기억도 나란히 나란히.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다들 기억이라는 열매로 자기만의 나무를 그린다.
삶이란 저만의 풍경을 그리는 일
눈은 세상에 나타남과 동시에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표현해낸다. 세상에 탄생한다는 것은 그처럼 무언가를 그려내는 일일 것이다. 존재 자체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태어나 존재하는 동안엔 그만이 그릴 수 있는 풍경을 짓는 일, 어쩌면 그게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오는 모든 것들이 눈처럼 살다 떠나가는지 모른다. 어딘가 놓여 자신을 살며 삶이라는 풍경을 만들다 사라질 거라고. 자신으로 산다는 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일 것이다. 세상에 고유한 색을 더하고 어떤 선을 또렷하게 그으면서. 때로는 존재하는 무언가를 자신을 통해 더 부각하면서.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이 세상에 무슨 색을 더하고 있을까? 오늘 내가 그은 선은 무엇과 무엇을 연결했을까? 혹은 무엇을 더 드러내 주었을까? 그런 나의 그림 옆으로 당신의 어떤 그림이 덧대어지고 있을까?
눈은 무수한 눈송이로 쏟아져 단번에 풍경을 완성하고, 그러길 거듭한다. 우리에게는 '매일'이라는 송이가 있어 삶이라는 그림에 날마다 하나의 눈송이를 그려 넣는다. 송이, 송이, 더디게 내려 기억이라는 열매로 맺히게 될까. 천천히 계속될 그림. 모두가 삶이라는 재료를 마음껏 사용해 한껏 표현하면 좋겠다.
절기상 우수가 지나 경칩을 향해가니, 봄은 어딘가에서 태어날 준비로 바쁘겠다. 태어남과 동시에 봄이 그려갈 풍경, 날마다 화려해질 선과 색이 기다려진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 [글 굽는 오븐] 연재는 격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다음 연재일은 3월 10일입니다.
읽고 응원해주시는 작가님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