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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Feb 12. 2025

나의 이름은 'Baobab'

# 프롤로그 2


많은 사람들은 마다가스카르를 이야기하면 엄청난 둘레를 가진 매끈한 바오밥나무의 줄기들이 하늘로 쭈욱 뻗은 바오밥나무 거리를 떠올린다. 다큐프로그램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를 티브이로 접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오밥나무 거리의 바오밥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그래서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한 여행자 중의 절반 이상은 바오밥거리에 있는 바오밥나무만을 보고 마다가스카르를 떠난다. 그중의 몇 사람은 뭔가를 다 이룬 것 같은 포만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꿈을 꾸던 한 가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를 쫓아다니던 사람이 어느 날, 마다가스카르의 서해안 외진 마을의 숲길에서 슈퍼스타를 만난 것과 같은 기분이 아닐까.


여행자는 해 질 녘에서 어둠이 그를 에워쌀 때까지, 여명도 트기 전에 눈을 비비며 튀어나와 바오밥나무 숲과 하나 되어 서성였을 것이며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 틈에서 행복해하며 수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의 마음속에 꿋꿋하게 서 있는 바오밥은 한동안, 아니 앞으로의 인생여정에서 든든한 위로와 버팀목이 될 것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바오밥거리/ 무른다바


바오밥나무는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란다. 생명력이 강해 가장 오래 사는 식물로 알려있다. 건기를맞이하기 전기에는 물을충분히저장하는 다육식물로 적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들을 대체로 가장 건조하고 척박한 기후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14세기와 15세기에는바오밥나무의 물 저장 능력거대한 생김새가 간간히 언급이 되었다. 그러나 바오밥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아랍상인들이 이집트로 가져온 바오밥열매에 의해서였다. 옛날부터 페르시아상인에 이어 아랍상인들은 인도양 각지를 돌아다니며 바오밥열매처럼 진귀한 상품들을 모아 장사를 했다. 이들은 인도양의 작은 섬 프랄린에도 세상에서 가장 큰 씨앗으로 유명한 코코드메르 야자나무의 씨앗을 얻기 위하여 종종 기항하였다.


약효와 함께 알려진 바오밥의 이름은 아랍어로 씨앗이 많은 과일을 뜻하는 ‘bu hibab’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중반에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에 관한 자료를 처음으로 수집 기록한 프랑스 박물학자이며 식물학자인미셸 아당송 Michel Adanson(1727~1806)은 이 거대한 나무를 ‘Baobab’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유일한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인 디지타타바오밥오랫동안 일반적으로 ‘Baobab’이라고 불리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 가입 쿠폰바오밥나무의 열매와 씨(씨는 흰색 과육 안에 들어있다)


1749년, 미셸 아당송에 의해 아프리카 디지타타바오밥의 존재가 알려지기 훨씬 전인 1605년에 출판된 《Indiae Orientalis Icones Quartoe》에 이미 루브로스티파바오밥과 생김새가 똑같은 마다가스카르 바오밥의 존재가 삽화로 기록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집대성한 잡학사전처럼 출판된 책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혔다.


마다가스카르에 바오밥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학계에 알려진 것은 아프리카 디지타타바오밥이 알려진 후에도 백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바오밥나무를 분류한칼 폰 린네는 아프리카 바오밥나무를 연구한‘미셸 아당송 Michel Adanson’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바오밥나무의 속명에 그의 이름Adansonia붙였다.


현생인류를 간단하게 ‘호모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바오밥나무의 학명을 제대로 부르려면 아단소니아 그랑디디에, 아단소니아 루브로스티파 등으로 부르면 된다. 극히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칼 폰 린네는 미셸 아당송이‘Baobab’이라고 이미 명명한 것을 존중했으면 더 좋을 뻔했다.‘Baobab’은 옛날부터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으며, Baobab 연구에 관한 한 미셸 아당송의 업적은 위대한 분류학자 린네 자신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1888년에 식물학자 바이용 Henri Ernest Baillon은 ‘그랑디디에’의 이름을 바오밥나무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바오밥나무에 붙였다. 황망하게도 레날라 바오밥나무는-마다가스카르를 탐험하고, 동식물을 연구한 박물학자로, 프랑스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랑디디에를 기리기 위해-본래 이름인 ‘레날라’에서 전격적으로 ‘아단소니아 그랑디디에리’라는 프랑스식 이름으로 개명한 것이다. ‘숲의 어머니’는 졸지에 프랑스 위인의 이름을 부여받았다. 덧붙이자면 '그랑디디에'는 마다가스카르 지도를 만들어 프랑스가 마다가스카르를 침탈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학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 바오밥나무의 종류는 총 여덟 종이다. 2012년 아프리카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A. kilima가 발견되고 나서는 바오밥은 잠시 아홉 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근래 아프리카 대륙의 저지대에서 서식하는 디지타타바오밥과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키리마바오밥은 같은 종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키리마바오밥은 디지타타바오밥의 변이종으로 보고 있다. 호주에는 ‘그레고리바오밥 A. gregorii’ 종이 서식한다. 나머지 여섯 종(그랑디디에리, 자, 루브로스티파, 페리에리, 수아레젠시스, 마다가스카리엔시스)은마다가스카르의 고유종이다.


특히 여섯 종 중에서 그랑디디에바오밥루브로스티파바오밥, 북부에 서식하는수아레젠시스바오밥3종의 수형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구분이 많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서식환경에 따라 모양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논과 같은 경작지 인근에 있어 수분이 어느 정도는 풍족한 바오밥거리에 있는 그랑디디에바오밥의 수형은 웅장하고 말끔하게 하늘로 쭈욱 뻗은 모양이다.반면 무른다바 남쪽 무룸베 지역의 건조지대에 서식하는 그랑디디에바오밥은 나이가 들수록 몸집을 옆으로 불리면서 관목 숲의 우두머리라도 될 것처럼 서로 경쟁하듯이 아우라를 뽐낸다.헤아릴 수 없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두 지역에서 서식하는 그랑디디에바오밥은 각각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간직하며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해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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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임에도 두 그루의 수형에는 큰 차이가 보인다. 최근까지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남아있는그랑디디에바오밥(무룸베 근처)/ 무른다바 바오밥거리 입구에 서 있는 그랑디디에바오밥


거대한 몸집을 한 나이가 많은 바오밥나무의 내부는 비어있는 경우가 있으며 그 안에 물을 저장하기도 하고, 감옥으로도, 창고로도, 피난처 등으로 사용이 되었으며 때로는 사람이 기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바오밥나무 곁으로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었다.


나무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처럼 엉뚱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만이 하는 쓸데없는 질문이다. 말라가시 사람들 역시 당연한 것처럼 바오밥나무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어떤 것은 성숙한 나무(20년에서 60년)가 되기도 전에 벌써 줄기의 표피가 벗겨져 잘려나간 것을 보았다. 성숙한 바오밥나무의 줄기에는 많은 나무에서 홈이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나무못이 박혀 있는 것도 있다.


프렌치마운틴에서 본 마다가스카리엔시스바오밥은 밑동 줄기의 반 이상이 파였는데도 하늘 높이 거대하게 자라열매들을 많이도 생산하였다.이 나무 앞에서는 마음이 너무 아파 발길이 안 떨어졌다.어떤 사람은 깊게 파인 줄기와 홈을 보며 나만 아파할 뿐, 바오밥나무는 아파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생피부를 도려내는데 아파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생명력이 강한 바오밥은 단지 생명에 지장이 적을 뿐이다.


마다가스카리엔시스바오밥의 깊게 파인 줄기, 그래도 살아남아 해마다 건강한 열매를 만든다./ 안치라나나 프렌치 마운틴에서


깊이 파인 홈은열매를 수확하고, 잎을 채집하는 데 사용하는 계단인 셈이다.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열매를 수확하는 사람은 어른보다는 몸이 가벼운 아이들이 할 것이었다. 무른다바의 바오밥거리에서 처음 본 바오밥나무 열매의 외피는, 마치 융단처럼 방수처리된 부드러운 털이 보송보송하게 남아있는 얇은 가죽 느낌이었다. 열매를 반으로 부면 그 안에 건조된 펄프처럼 생긴 과육이 나온다. 과육 안에는 통통하고 귀여운 3자를 닮은 모양의 씨가 들어있다. 과육은 그냥 먹어도 되는데 부드러운 느낌의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말라가시 사람들은 이것으로 주스를 만들어 마신다. 건강에 좋다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바오밥열매 수확철이 되면 도시의 과일가게 매대에는 바오밥열매가 올라와있다.


시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바오밥열매/ 툴리아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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