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2화
화창한 날이라면, 채광이 좋았으리라 믿는다.
카페는 3층에 있었고,
한쪽 면이 통유리창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미세먼지가 도시를 뒤덮었고
카페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카페 사장님은 무슨 의도인지 벽에 온통 검은색 시멘트를 아무렇게나 발라놓았다.
천장의 작고 동그란조명들이거친 시멘트표면을 비춰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벽에는 철로 만든 높다란 탁자와
불편해 보이는 앙상한 의자들이,
가운데에는 커다란 검은 가죽 소파와
티테이블이몇 개 놓여 있었다.
이처럼 중후하면서도 깔끔한
(혹은 차갑고, 불편한) 카페의
모던한 인테리어와는어울리지 않는 뭔가가
할로겐램프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푸른빛의 깃털이 달린 커다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메리카 원주민의 주술품 하나로모던한카페의 콘셉트가 순식간에와르르 무너졌다.
그러고 보니 카페 이름이 카르마였지...
"예쁘지? 이것 때문에 여기 와."
선배가 손으로 푸른 깃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가리켰다. 그녀는 야무지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미신 같은 건 믿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악몽을 막아주거든."
솔직히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아니오."
"들어봐. 이거 실화야."
"아, 괜찮아요."
"너한테 이야기해 주고싶어."
"갑자기?"
"응,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지금 갑자기 떠올랐거든."
거절할 핑계를 찾아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선배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2학년쯤이었을 거야. 친구랑 학교끝나고집에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넘어졌어. 거기 평지였거든.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꼬꾸라진 거야. 어른이 안 넘어지려고 버둥거리는 게 너무 바보 같아서 그러면 안 됐는데 친구랑 깔깔 웃었어. 당연히 들렸을 거야. 주위에 아무도 없고 그 아저씨랑 우리만 있었으니까.
일어나서 옷을 툴툴 털었던 것 같아. 옷차림이 형편없었어. 더럽고 뭔가 수염도 덥수룩했던 것 같아. 노숙자인지도 몰라. 아무튼 아저씨가 우리한테 다가와서 깜짝 놀랐어. 혼날까 봐 무서웠거든. 그런데 웃으면서 근처에 엄마가 일하는 아이 집을 아느냐는 거야? 아니요. 모르는데요. 내가 대답했는데 친구가 옆에서 OO아, 너네 엄마 일하시잖아. 얘네 엄마 선생님이에요. 그런 거야."
그 말을 듣고 남자는 선배를 꼭 끌어안았다고 했다. 기분 나쁜 냄새였다. 아이고 반갑네. 나 너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척이야. 선배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찡그리는 친구의 표정이 생생히 기억났다. 이렇게 더러운 사람이 너희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척이라고?
남자는 어서 집에 가자며 선배의 이름을 불렀다. 선배는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안 건지 궁금했다. 정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척인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친구가 자기 이름을 말해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남자는 친구를 보내고 선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집에 가자고 재촉했다. 선배는 남자의 팔을 거두며 정말 우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척이 맞아요? 하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러면 남자는 사람 좋게 웃으며 어서 집에 가자고 했다.
"집에 가는 내내 이상하게 머릿속이 멍했어. 그 아저씨를 집으로 데려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거부를 못하겠는 거야. 아저씨가 뒤에서 따라오는데 뛰지도 못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집에 걸어갔던 거 같아.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 그 사람 내 뒤를 따라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배는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얼른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엄마는 동생이 낮잠 잘 수도 있으니 절대 벨을 누르지 말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어.할머니 힘드시다고.그때, 친할머니가 두 살 베기동생 봐주시려고 시골에서 올라와 계셨거든."
거실에 앉아있던 친할머니는 남자를 보고 대뜸 큰소리로 누구냐고 소리쳤다.엄마 친척이래요. 뭐? 엄마 친척? 아이고, 들어와요. 친할머니는 벌떡 일어나서처음 본 남자의 손을 살갑게 끌어당겨 거실에 앉혔어.아유, 가만있어보자 집에 대접할 게 뭐 있나. 친할머니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 문을 열어 델몬트 오렌지 주스 통을 꺼내서 유리컵에 가득 따랐다.
남자는 엉거주춤 거실에 앉아 할머니가 건네는 유리컵을 받아 들고는 오렌지 주스를 꿀꺽꿀꺽 마셨다.
"할머니가 큰소리로 남자에게 이것저것 물었던 것 같아.난마음속으로 빌었던 것 같아. 할머니한테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할머니 어떡해 이 아저씨 아무래도 우리 엄마 친척 아닌 거 같아. 너무 무서워. 하고 말이야."
하지만 현실 속 선배는 아무 말 못 하고 할머니에게 찰싹 붙어서 손을 꽉 붙들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남자는 다음에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할머니는 남자가 나가자마자 현관문을 잠갔다. 그때까지 현관문은 활짝 열려있었던 것이다. 이웃 사람들이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약에 할머니가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
선배는 목이 타는지앞에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켰다.
"가끔 내 뒤에서 그 아저씨가 지었을만한 얼굴 표정이 떠올라. 본 적도 없으면서. 그때 난 뒤돌아보지 않았거든."
선배는 더 말하지 않고,푸른 깃털이 달린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올려다보았다.